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서울 신사동에 자그마한 남성복 매장 ‘솔리드옴므’가 문을 연다. ‘남성 패션’이란 말도 낯설던 때였다.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 우영미(55)의 다채로운 옷들은 신사복만 있던 당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는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았다. 패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현재 ‘솔리드옴므’와 ‘우영미’란 브랜드 이름을 달고 그의 옷들은 국내 29개 매장과 16개국 34개 해외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여자의 시선으로 남성미 표현
디자이너 우영미는 “남자는 최고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대상”이라고 말한다. 남자의 감각과 욕구를 읽기 위해서 카페나 거리, 서점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찾아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도산공원 인근의 솔리드옴므 본점 매장에는 갤러리와 카페를 겸비한 패션 문화 복합 공간 ‘맨메이드 우영미’를 오픈해 아예 남자들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여자에게는 누구나 이상적인 남성상이 있잖아요? 저의 이상형은 ‘영원한 청년’이에요. 예술과 패션에 관심이 많고, 스마트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지닌 남자.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정신적 성숙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남자. 그가 이런 옷을 입으면 멋지겠다, 오늘은 그가 이런 옷을 입으면 어떨까, 그런 걸 생각하며 옷을 만들죠.”
그는 “솔리드옴므가 갖고 있는 장점이 바로 여자가 남자를 보는 시각”이라고 말한다. 여자의 관점으로 보면 미묘한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고, 남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남성미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영미의 옷은 톱스타들이 좋아하는 옷으로도 유명하다. 김수현, 이민호, 박해진, 유노윤호, 최시원, 이종석, 유아인 등 웬만한 청춘스타들은 모두 그의 옷을 즐겨 입는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어셔 등 해외 스타들에게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 남자 vs. 프랑스 남자 비교 연구
“2002년 파리에 진출할 때부터 서양 남자와 한국 남자의 체형에 대한 철저한 비교, 연구로 많은 자료를 축적해왔습니다. 예전 한국 남자들의 체형은 다소 평면적이었어요. 납작하다고 할까요? 서양인들은 반대로 입체적입니다. 소매 길이만 해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죠. 그런데 최근 한국의 신세대들은 서양인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체형이 서구화되었습니다.
패션 감각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패션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프랑스 남자들은 각자 다르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죠. 반면 한국 남자들은 막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기라 획일적인 유행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 남자의 패션 감각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가 귀띔하는 올여름 멋쟁이가 되는 비결은 한 장의 ‘리넨 셔츠’다. 긴 소매 리넨 셔츠를 골라서 소매를 척척 걷어 올려 입으면 시크한 여름 남자로 변신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어울리는 추천 색상은 ‘인디고블루’라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팁 하나.
“너무 과도하게 멋을 내다보면 실패합니다. 과하게 차려 입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죠. 중년 남자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지나친 모험을 하는 거예요. 패션은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감각을 길러야 자연스럽게 완성됩니다.” 글 /김경화(비즈니스 라이프 코치, 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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