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마케팅 경력을 쌓아온 남은자 상무(43). 그는 10년 전 오비맥주에 마케팅 부문 신제품 전략 및 개발팀장으로 입사해 새롭게 개발한 맥주 브랜드만 10여개에 이른다. 오비맥주에서 생산하는 모든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수많은 맥주가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나고 판매되었다.
남 상무는 맥주를 만들고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맥주에 대해 역사와 문화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맥주문화체험관을 열고 비어 클래스도 운영해왔다. 그를 ‘맥주 전문가’로 부르는 이유다. 2014년부터 카스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는 남 상무에게 카스와 맥주 음식문화에 대해 들었다. 샤벳처럼 입안을 리프레시 해주는 맥주의 역할
“카스는 아메리칸 라거 계열 맥주예요. 저온에서 발효하는 라거는 진하고 향이 많은 에일에 비해 상쾌하고 시원한 맛을 갖고 있죠. 유러피안 라거가 좀더 묵직한 맛을 내면서 알콜 도수도 5도 이상인데 비해 아메리칸 라거는 미국에서 갈증 해소용으로 마시면서 청량감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한 맥주예요. 알콜 도수도 4도 내외로 카스는 4.5도예요.”
남 상무는 카스의 상쾌한 맛을 살리는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땅콩 같은 가벼운 음식을 함께 먹거나 맥주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엔 맵거나 기름진 음식과 함께 맥주를 마셔서 샤벳처럼 입안을 리프레시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카스의 상쾌한 맛을 살리는 비결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맥주를 만들 때 비열 처리를 합니다. 적당한 시점에서 효모가 발효 작용을 하는 것을 중지시켜야 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죠. 끓여서 효모 활동을 멈추게 하는 것과 효모를 걸러서 제거하는 것. 카스는 미세한 필터로 효모를 걸러주는 후자의 방법을 씁니다. 공정이 까다롭고 기술력을 요하는 과정이죠. 둘째, 맥주 브랜드 선호도 1위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맥주 생산 판매 순환이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들 수 있어요. 셋째, 카스 병뚜껑으로 ‘프레시 캡’을 개발해 밀폐력을 강화해서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시켜주고 개봉할 때 청량감 있는 펑소리를 통해 품질 또한 확인시켜주죠.”
맥주가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 알리고 싶어
남 상무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맥주는 음식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술은 바로 ‘맥주’예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룩한 수메르인들의 유적 중에서 맥주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그려놓은 점토판 모뉴멘트 블루(Monument Blue)가 맥주 양조와 관련돼 유명한 기록이에요. 하지만, 그 이전 고대인이 홍수로 물에 잠기거나 실수로 물에 젖은 곡물이 발효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곡물 죽 형태로 최초의 맥주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기원전 6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봅니다(브리태니커 사전 기준).”
고대에 맥주는 아무나 마실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다. 4세기 후반, 게르만 민족이 대이동을 시작하면서 게르만인이 즐기던 맥주도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다. 중세에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맥주를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고대시대의 맥주와 달리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수도원에서는 맥주를 ‘액체 빵’이라 불렀는데, 단식 수행자와 수도원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됐다.
하지만, 중세에 와서 무분별한 맥주 제조로 인해 문제가 생기자 독일에서는 1516년 바이에른 공작 빌헬름 4세가 맥주 원료와 제조시기를 제한하는 최초의 식품위생법인 ‘맥주순수령’을 공표했다. 맥아(보리를 싹틔운 것)와 물, 홉 외에 다른 원료 사용을 금지하고 맥주가 변질되기 쉬운 여름에는 맥주를 만들 수 없도록 제한한 것. 맥주 순수령은 1556년 효모를 추가해 맥주 품질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오늘날도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순수령을 고집하고 있다.
“저는 맥주가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희 오비의 비어클래스에 참여하시면 맥주의 역사 문화적인 배경 설명을 들으면서 실제 그 시대 맥주 맛을 다양하게 체험해보실 수 있어요(웃음).” 글/윤강(푸드 칼럼니스트) 요리/조세현(크라운 파크 호텔 서울 ‘더 파크 다이닝’) 요리 촬영 진행/이지은(푸드 스타일리스트) 사진/김성호(푸드 포토그래퍼, 딜라이트 스튜디오)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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