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그의 손목이 빛난다… 지구촌 男心이 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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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바젤월드

모터쇼에 가면 남자의 가슴은 뛴다. 강렬한 붉은색의 스포츠카, 날렵한 곡선을 뽐내는 은색의 세단. 남자는 운전석에 앉는 상상을 한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도로. 자동차 옆에 서 있는 미녀들은 상상을 더욱 간절하게 만든다. 화려한 조명 아래 그보다 더 화려한 자동차와 마주하고 있노라면 상상은 이내 현실이 될 것만 같다. 자동차는 ‘거칠게 분출하는 남자의 욕망’이다.

자동차만큼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계. 그것은 바로 시계다. 손바닥보다 작은 기계에는 수백 가지의 부품이 들어간다. 부품들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시간. 나지막이 울리는 시계 바늘 움직이는 소리. 시계는 자동차와는 다른 ‘은은하게 퍼지는 남자의 욕망’이다.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인 이 작은 기계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만의 욕망을 즐긴다. 혹자는 “남들은 모르지만 자신만이 그 가치를 안다는 느낌은 묘한 쾌감을 준다”고 말한다.

내재된 남자의 욕망을 담은 시계. 첨단 기술과 빛나는 외관이 결합한 시계들이 한곳에 모이는 곳. 1년에 한 번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다.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린 올해 바젤월드는 ‘더 화려하고 더 정확한’ 기계를 만들려는 장인과 기업들의 경연장이었다.

스위스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업체들은 앞 다퉈 자사 무브먼트(‘시계의 심장’으로 불리며 시곗바늘이 돌아가게 하는 기관)를 내장한 시계들을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무브먼트 개발 경쟁은 치열해졌다. 지금은 그 정점에 이른 상태. 시계 제조사들은 파워 리저브(자동 기계식 시계를 가만히 놔뒀을 때 바늘이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시간)를 종전 50. 60시간에서 80시간 이상으로 늘린 무브먼트를 내놓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기리는 제품들을 내놓은 것도 눈에 띈다. 올해 설립 130주년을 맞은 브라이틀링은 1984년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시계’를 목표로 만든 크로노맷 출시 30주년을 기념하며 ‘크로노맷 44 에어본’를 내놓았다. 위블로는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빅뱅 페라리 라인’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특히 케이스와 줄 모두가 골드인 ‘빅뱅 페라리 킹 골드’는 남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바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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