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 근처, 쥐라 산맥의 남동쪽에 붙어 있는 두 마을 라쇼드퐁과 르로클에서 17세기 후반이 일어난 대규모 화재는 스위스 시계 역사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화재 후 시계 제작을 위한 기획 도시로 다시 태어난 두 마을은 지금까지 스위스 시계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1800년대, 르로클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가 잇따라 태동했다. 마을 곳곳에 만들어진 작은 공방에서 시계 장인들이 홀로 앉아 시계 만들기에 골몰했다. 1865년 시계 장인 중 하나인 조르주 파브르 자코는 다른 시도를 했다. 여러 명의 장인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개발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계 제작 방식이었다. 여러 장인의 힘을 모아 시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시 세워진 제니스 공방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렇게 생명을 불어넣은 제니스는 ‘모든 것의 정점에 있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150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그 가치는 지금 장 프리데릭 듀포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아름다움(Beauty), 특별함(Exclusivity), 정확성(Precision)이라는 ‘B.E.P 콘셉트’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제니스는 2014 바젤 월드에서 브랜드 태동부터 간직했던 ‘혁신’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을 담은 제품들을 선보였다. 제니스는 이번 전시를 통해 △투철한 작업정신을 바탕으로 한 진실성과 △그간 쌓아온 기술력으로 독보적이며 큰 반향을 일으킬 제품을 제작하는 대담성 △새로운 발견의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환희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혁신을 입은 클래식 에디션…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는 제니스의 브랜드 가치인 ‘혁신’을 오롯이 담은 클래식 제품이다. 기계식 시계의 오래된 숙제는 윤활유 문제다. 부품끼리 마찰에서 오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윤활유가 필수지만 기름 찌꺼기가 쌓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또 다른 오차가 발생한다. 3년마다 한 번씩 세척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엘 프리메로 시놉시스는 실리콘으로 문제를 풀었다. 이 모델의 레버와 방탈장치(escape wheel)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졌다. 스틸보다 더 강한 힘을 발산하면서도 더 가볍다. 마찰이 적은 것은 물론이고 자성(磁性)에 강하고 부식도 덜 된다.
독특한 오픈 형식의 다이얼은 실리콘으로 제작된 무브먼트의 부품들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엘 프리메로 칼리버 무브먼트가 1초당 10회(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는 박자를 느끼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시계 역사상 가장 빠른 진동수를 갖춘 이 시계의 심장부가 지닌 미학적인 기품은 정교한 기술과 조화를 이룬다. 이런 미학적인 요소들은 100m 방수 기능과 스크루 록(안으로 돌려 조이는 형식) 용두를 지닌 매끄러운 케이스, 인체공항적으로 설계해 편안한 손목대와 조화를 이루며 더욱 빛을 발한다. 시침과 분침은 로듐으로 처리돼 있고 슈퍼 야광 안료가 입혀져 있다. 세 가지 색으로 표현한 생동감…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는 탄소 소재의 케이스가 돋보인다. 매력적인 자동차의 차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시계 전면의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통해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는 ‘엔진’과 같은 엘 프리메로 400B 티타늄 칼리버를 드러낸다. 혁신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제니스는 최첨단 소재를 사용한 미래 지향적인 기술력을 곳곳에 반영한다. 이 시계에서도 신소재 분야의 연구를 통해 무브먼트의 주요 부품에 티타늄 재질을 사용했다. 가볍고 저항성이 강해 항공 기술에 많이 응용되는 소재다. 황동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주요 부품들이 25% 더 가볍다.
시계의 외양에서도 강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옅은 그레이와 블루, 차콜색으로 디자인된 세 가지 색의 카운터들은 다이얼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는 엘 프리메로 컬렉션의 독보적인 특징이 된 1969 엘 프리메로 크로노그래프의 상징적인 색상들이다. 스텐실 작업으로 조각된 숫자들은 날짜를 표시해 준다. 이 숫자들은 플레이트의 6시 방향에 표시된 빨간색 점에 의해 더욱 돋보인다. 비스듬히 세 면으로 깎인 핸즈는 야광 코팅이 돼 있다. 중앙에 있는 제니스 스타 로고가 각인된 파란색의 중앙 초침은 10분의 1초까지 측정 가능하다.
모던함과 스포티함, 남성적이라는 표현으로 수식될 이 시계는 제니스의 컬렉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브랜드의 혁신적인 역량과 창조적인 대담한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항공 역사를 담았다… 파일럿 타입 20 그랑 푀
최초의 파일럿 워치를 제작하며 항공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제니스는 항공 시계의 중요한 요소인 정확성과 강한 내구성에 집착해 많은 결실을 이뤄냈다. 워치 다이얼 위에 ‘파일럿(PILOT)’이라는 문구를 시계 업계에서 유일하게 표기할 수 있는 특허권이 이를 입증하는 징표 중 하나다. 제니스 시계는 프랑스 공군, 국제우편 배송회사, 미국 해군항공 등에 보급되며 파일럿 시계로 명성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파일럿 타입 20 그랑 푀’는 특색있게 디자인한 아라비아 숫자가 눈에 띈다. 비행 중 편의를 위해 장갑을 낀 상태로도 조절이 가능한 커다란 크기의 크라운도 그대로 보존했다.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의 조합으로 ‘사상 최초의 60mm 사파이어 케이스’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시계 애호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광활한 창공을 연상시키는 60mm라는 독보적인 케이스 사이즈 외에 사파이어로 구성됐으며 러그와 베젤, 크라운만이 화이트 골드로 만들어진 점도 획기적이다. 꼼꼼한 기교가 발휘된 이 케이스는 제니스 역사상 최초의 사파이어 케이스일 뿐 아니라 시계 역사상 가장 큰 사파이어 케이스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
시침과 분침은 중앙에 위치하며 9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즈와 3시 방향에는 파워리저브 기능이 자리잡고 있다. 에나멜 다이얼에는 고온에서 소성시키는 그랑 푀 기법이 사용됐다. 제니스 측은 “10개의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그랑 푀 모델은 제니스의 역사적인 파일럿 타입 20의 전설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 엘 프리메로 ::
시간당 3만6000회 진동하는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인터그레이티드 크로노그래프다. 1960년대 대중에 소개됐던 시계의 최고 진동수가 2만8800회였던 것에 비해 제니스는 더 빠른 진동수로 초당 10번의 점프를 하는 이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더 많은 횟수로 진동하면 그만큼 더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3만6000회 진동의 무브먼트는 엘 프리메로가 유일하며 다양한 디자인의 시계를 매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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