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에게 자전거란 무엇일까.’ 도예작가 이헌정 씨, 안헌수 CJ그룹 부장, 남정우 필립스 팀장, 김영식 한화그룹 매니저가 동아일보 MAN섹션에 ‘남자, 자전거’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이달 초 이 씨는 딸과 함께 미국 서부를, 안 부장은 아들과 함께 우리 국토를 달렸다. 남 팀장과 김 매니저는 자전거가 남자의 인생길에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고 했다. 자전거는 남자에게 감각적이고 개인적이며 가정적인 요상한 매력을 주나보다. MAN 》
자전거는 나를 더욱 가정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를 몰입하게 한다.
자전거 동호회와 함께 한 강원도 라이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강릉에서 출발해 닭목령을 올라 정선 아우라지와 큰너그니재, 작은너그니재를 거쳐 삽달령을 돌아오는 108km의 코스였다.
닭목령은 대관령 부근의 해발 700m가 넘는 고개다. 한여름 강릉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초반 20km 업힐 내내 심박수 170짜리 지옥을 맛보다가 정상에 도착해서야 그간의 노고를 잊었다. 점심을 먹기로 한 정선 아우라지까지는 24km의 전 구간이 내리막길이라 동강이 선사해주는 멋진 풍광을 한껏 누렸다.
제주도에서의 라이딩도 권할 만하다. 자전거는 바퀴를 분리하고 프레임을 고정시키는 특수 항공가방을 사용해 비행기에 실었다. 이틀 동안 약 250km의 제주도 투어 계획을 짜고 위미항에 전망 좋은 펜션을 정해 아침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한림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고기국수집에서 참을 먹고 해안풍경을 즐겼다.
제주는 곳곳에 올레꾼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라이딩에 좋다. 올레 짐 옮김이에게 1일차 숙소에서 2일차 숙소로 짐 이동을 부탁하고, 다음 날 다시 빈몸으로 라이딩을 한다. 표선 앞 옥빛 바닷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성산일출봉을 거쳐 다시 제주로 복귀한다.
라이딩은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내리막이 있어 즐겁고, 뒷바람이 불어주면 평탄하다가 앞바람을 만나면 고통스러워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오르막에서는 내리막이 그리워지지만 그 힘든 페달링 한 번 한 번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어느새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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