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수입 주방용품 전문점 ‘라비옹퀴진’ 남자들을 위한 요리교실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이번 추석에는 내가 요리해 줄게”

《 남자는 모른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동그랑땡’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으깬 두부와 곱게 간 소고기에 이것저것을 넣고 반죽해 노릇하게 구워낼 때까지 들어가는 정성을, 남자는 모른다. 그렇게 수십 분 걸려 만들어낸 동그랑땡들은 3초도 안 돼 수명을 다한다. 》
20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청호빌딩 2층 유럽수입 주방용품 전문점 ‘라비옹퀴진’에 요리를 배우기 위해 다섯 남자가 모였다. 오상민(사진 왼쪽부터), 윤상배, 권용현, 양욱, 김현규 씨가 주방기구들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청호빌딩 2층 유럽수입 주방용품 전문점 ‘라비옹퀴진’에 요리를 배우기 위해 다섯 남자가 모였다. 오상민(사진 왼쪽부터), 윤상배, 권용현, 양욱, 김현규 씨가 주방기구들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남자들이 금기를 깼다. 맥주나 가지러 다니던 주방 문턱을 넘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청호빌딩 2층 유럽수입 주방용품 전문점 ‘라비옹퀴진(La Vie En Cuisine)’에서는 ‘남자들을 위한 요리교실’이 열렸다. 번쩍거리는 스테인리스 냄비와 둥근 프라이팬…. 캐나다산 원목으로 만들어진 도마는 잘라낸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채 멋스럽게 걸려 있었다. 그 사이로 흰 와이셔츠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신사가 들어왔다. 180cm가 넘는 키에 청바지와 분홍 남방을 입은 ‘훈남’도 뒤따랐다. 남자 다섯 명이 주방용품 한쪽에 마련된 ‘주방’으로 향했다.

부엌칼을 꺼내든 남자들

추석 때 고생할 아내 혹은 여자친구에게 요리를 해주겠다는 큰 꿈을 품은 다섯 사내들. 그들이 1829년 만들어진 독일 주방기기회사 칼슈미트의 ‘칼’(식도)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폼이 영 어색했다. 서로 모르는 남자들이 모이니 분위기도 묘했다. 서먹하게 서있는 게 정말 대책이 안 섰다. 5명은 앞치마도 제대로 입을 줄 몰라 우물쭈물대고 있었다. 20년 요리 경력의 강사가 앞치마를 입혀주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자 이때다 싶어 남자 한 명이 아는 체를 했다. “선생님 프라이팬이 요즘 대세인 다이아몬드 코팅이 아니네요.”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녹두전’과 ‘더덕구이’, ‘배 수정과’가 이날의 수업 주제.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미리 준비한 재료들을 다듬고 요리에 들어갔다. ‘탁 탁 탁 탁 탁…’ 일정한 리듬으로 칼과 도마가 춤을 췄다. 양념장 옷을 입은 더덕은 프라이팬으로 뛰어들었다. 고소한 냄새가 조리대들을 타고 넘었다. “자, 이제는 직접 실습해보는 시간입니다.” 강사의 말과 함께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요리사?

‘탁… 타악… 탁… 타악… 타악…’ 둔탁하고도 어설프게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를 가로질러 질문이 던져졌다. 직장인 권용현 씨(31)는 요리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설거지나 빨래를 주로 담당해 왔다. 권 씨는 “요리가 정말 남의 일이었는데 해보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해준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혼인 그는 아내에게 더덕을 구워줄 예정이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양욱 씨(43)는 조리대에 있는 다양한 조리 기구들을 만지며 “이거 있음 나도 셰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제육볶음을 잘한다는 그는 “살아남으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결혼 11년차 음향 설계 시공업체 대표인 오상민 씨(42)는 부인과 자주 요리를 같이 한다. 그는 “맞벌이를 하면 사실 이야기하고 그럴 시간이 없는데 좁은 공간에서 부딪치면서 같이 웃고 이야기를 해야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현규 씨(39)는 “못 보던 조리도구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요리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라비옹퀴진을 운영하는 김주혁 에버플로우 대표는 “이번에는 매장에 하드웨어인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요리까지 함께 준비했다”며 “명절을 앞두고 남자들이 부인을 위해 요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봤다”고 말했다.

현재 라비옹퀴진에서는 칼슈미트, 휘슬러, 헨켈 등 유럽 주방용품을 백화점보다 30∼50%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요리를 마친 다섯 남자들은 “생각보다 요리가 쉬웠다”면서도 “너무 잘해도 걱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원기 회복에 최고 아삭아삭 ‘더덕구이’ 이렇게 만들어요▼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인 더덕은 ‘인삼 사촌’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삼에 많이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사삼(沙蔘)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더덕은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좋습니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더덕으로 ‘더덕구이’를 만드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재료

더덕과 물 두 컵, 소금 1T(T는 15mL 큰 숟가락을 의미함), 간장 1/2T, 참기름 1.5T, 고추장 2T, 설탕 1T, 다진파 1T, 다진마늘 1/2T, 깨 1t(t는 5mL 작은 숟가락을 뜻함), 참기름 1t, 실파, 잣가루.

요리

①더덕을 그냥 만지면 껌을 잡았다 뗀 것처럼 끈적끈적한 진이 묻습니다. 더덕을 깨끗하게 씻어 하루 정도 말려 주거나 불에 살짝 구워 껍질을 벗깁니다.

②더덕을 반으로 갈라 소금을 1T 정도 넣은 물에 담갔다 꺼낸 후 방망이로 두들겨 줍니다. 이렇게 두들기면 결대로 더덕이 벌어지는데요. 이후 양념을 바르면 됩니다.

③미리 준비해둔 그릇에 간장과 참기름을 1 대 3 비율로 섞어 양념을 만듭니다. 여기에 더덕을 넣고 버무립니다. 양념이 발라져 노랗게 빛나는 더덕을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에 살짝 올려 초벌구이를 해주세요. (석쇠를 이용해 구우면 더 맛있는 더덕구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④아까 만든 양념에 준비한 고추장, 설탕, 참기름, 깨, 다진 파, 다진 마늘을 모두 넣습니다.

⑤마지막으로 초벌구이를 한 더덕을 양념장에 다시 넣고 버무린 뒤 굽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실파와 곱게 다진 잣가루 고명을 얹으면 끝!

더덕구이 관련 한 가지 팁!

초벌구이를 한 뒤 양념에 버무린 더덕을 비닐에 싸 냉동실에 넣어두면 언제든 꺼내서 편하게 구워먹을 수 있습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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