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 아빠 “나눔의 기쁨 아는 사람은 불행할 틈이 없죠, 저처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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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뚝딱이 아빠’ 김종석 씨가 말하는 재능나눔

《 재능은 축복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갈고닦아 궤도에 오른 사람들의 삶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풍요롭다. 삶의 경험을 통해 내재된 수많은 재능들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기쁜데, 그것을 세상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긴 시간, EBS 어린이 프로그램의 뚝딱이 아빠로 살아온 개그맨 김종석 씨다. 그는 우직하고 겸손하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어린이들에게 ‘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졌고, 성균관대에서 아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정대 유아교육과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삶을 더 들여다보자. 그는 ‘재능 나눔’이라는 개념이 각별했던 19년 전부터 지금까지 굿네이버스의 홍보대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더불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15년째), 은평 천사원(9년째)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그가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나눔 활동의 반경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나눔이 필요한 자리는 어디든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간다.

김종석 씨는 최근 다솜둥지복지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건축학회와 대학생봉사단이 주관하는 ‘2014 농어촌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가을 그가 운영하는 ‘숲 유치원’을 찾았다. 나누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유난히 맑게 빛났다. 》
서울 은평구의 숲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있는 개그맨 김종석 씨.
서울 은평구의 숲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있는 개그맨 김종석 씨.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했다. 꾸준히 실천하는 비결이 있나.

“시골 강변에서 자라 농촌에 대한 향수가 짙다. 다문화 가정 결혼식 사회나 농어촌 집 고쳐주기 프로젝트를 위해 농촌에 가면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유년 시절, 논두렁에서 벼 옆에 자란 잡초를 뽑아내고 등교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해 뜰 때 투명하게 비치는 잡초를 한 시간가량 뽑으면 장딴지에 거머리가 붙어있다. 마음을 크게 먹고 징그러운 거머리를 잡아 떼내면 살점이 뜯겨 붉은 피가 흘렀다. 처음엔 두렵고 싫었는데 하다 보니 생활이 되더라. 재능을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잘 모르고 어려워서 시도하지 못한다. 시도를 했다 하더라도 낯설고 어려운 부분들이 생겨 중단하기 일쑤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된다. 다리에 거머리가 붙는 고통 대신 나눔을 통해 주고받는 행복감으로 마음이 충만해진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 기쁨이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는 비결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기쁨을 추구하지 않나. 기쁨의 시간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 행복해서 발길이 가는 것이고 관심이 가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쁨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를 것이다. 그 부분이 안타깝기도 하다.”

―나눔을 통해 삶의 가치관이 바뀌었나.

“다른 사람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고,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 물론 두 가지 함께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내면의 상처와 우울감을 극복해야 하는 분들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만약 물질만 공급한다면 그분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나눔을 통해 도움을 받는 분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즉,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다. 무엇을 통해 만족을 얻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진정한 나눔이 되려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 드려야 한다. 처음부터 깨닫게 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눔을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하고 발전한 덕목이다.”

―‘농어촌 집 고쳐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농어촌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됐다. 많은 어르신들이 오래되고 허름한 집에서 살고 계신데, 외부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 한 그것을 고칠 방법이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냥 살아가신다. 자고 있는데 집이 무너져 어쩔 수 없이 고치거나, 거주자가 세상을 뜨신 후 개축하지 않는 한 힘들다. 집 안으로 바람이 들고 비가 새도 보고만 계시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 비 새는 것도, 추운 것도, 더운 것도 그냥 참으신다.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그분들에겐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원이다. 수리하고 보기 좋게 가꿔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한 듯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방송을 통해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는데 그때 보고 배운 것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이 된다. 환경의 변화를 통해 그분들이 사회에 고마움을 느끼고, 행복해지면 다시 사회에 좋은 것들이 환원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갖춰질 것이다.”

―얼굴이 알려진 만큼 나눔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수월할 것 같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주는 장점은….

“아무래도 알아보시고 마음을 쉽게 열어주신다. 낯익은 얼굴이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과 지역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내가 속한 ‘연예인 한마음회’는 해마다 사비를 털어 무료 공연을 연다. 소외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축제의 장이다. 찾아오신 모든 분들이 흥겨워하시는 걸 보면 연예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이 재능 나눔에 동참하면 파급효과가 크다.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만 봐도 알겠더라. 우리의 작은 나눔이 관심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과 실질적으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재능 나눔을 지목하고 싶은 후배 연예인들이 있나.

“아주 많다. 작년에 옥동자 정종철 씨가 농촌에 가서 사진 찍는 기술을 알려주는 강좌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그맨 선배로서 뿌듯했다. 농어촌을 두루 다녀본 결과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많은 분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개그콘서트’ 멤버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능을 나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아서 자살한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불행한 사람이 많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조금씩 관심을 가지다 보면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삶을 창의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떳떳하고 자존감이 강하다. 재능 나눔이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자살률도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자기와 자기 주변이 행복한데 억울해서 어떻게 죽겠나. 마지막으로 오드리 헵번이 자식에게 남긴 유언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마지막 구절이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농촌마을에 활기 불어넣는 ‘농촌재능나눔운동’▼

2011년 시작된 농촌재능나눔운동은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그리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와 공동체 회복을 기치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마련한 캠페인이다. 참여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다양한 공연,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 홈페이지를 통해 재능 나눔을 신청한 회원은 5만1251명, 재능 요청 건은 3211건(9월15일 기준)이다. 마을공동체의 재능 요청 사안은 응급처치 교육, 학습지도, 장판 및 벽지 도배 교체와 주택 수리,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 미용, 사진 촬영, 마을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문유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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