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당신들이 위스키 맛을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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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男 오상식 차장을 달래주는 위스키 ‘헤이그클럽’

미생의 오상식 차장.
미생의 오상식 차장.
“당신들이 술 맛을 알아?”

‘만년 과장’ 소리를 듣던 ‘원 인터내셔널’의 오상식 차장(얼마 전 승진)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따라주지 않는 캐릭터다. 열심히 준비한 해외사업 아이템이 해외시장 상황 악화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급기야 주무를 다른 팀에 빼앗긴다. 되는 것 하나 없는 그가 찾은 곳은 술집. 그는 술에 취한 카메라를 향해 외친다. “당신들이 술맛을 알아”라는 그의 말은 절규에 가깝다. 쓴맛인 줄 알면서도 마시는 자신의 모습, 술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처량한 직장인의 현실을 표현한 외침이다.

웹툰에 이어 케이블 드라마로도 제작된 ‘미생’은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의 30, 40대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오 차장이 술집에서 내뱉는 대사는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술이 쓰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실 수밖에 없는 ‘먹먹한’ 현실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 독한 술로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닌 즐기기 위한 술을 마시려는 젊은층이 늘면서 ‘부어라 마셔라’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 가로수길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위스키 바’나 ‘보드카 바’가 잇달아 들어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즈나 일렉트로닉 음악이 흘러나오는 탁 트인 공간에서 20, 30대 젊은층은 위스키에 주스나 다른 음료를 섞어 칵테일처럼 마신다. 이른바 ‘룸살롱’으로 대표되는 음지의 양주 문화와는 다른 분위기다.

주류 업계도 이런 변화에 맞춰 최근에는 순한 맛을 내거나 도수를 낮춘 제품들을 잇달아 내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주에 이어 양주도 순한 맛을 원하고 있다”며 “위스키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양주 회사들도 도수가 낮거나 순한 맛을 내는 제품을 내거나 낼 계획이다. 이달 초 디아지오코리아가 내놓은 싱글 그레인(곡물) 위스키 ‘헤이그클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영국의 디아지오 본사에서 공개한 제품을 한국 시장에 바로 내놓았다. 디아지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헤이그클럽을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공개했으며 이후 중국, 싱가포르 등에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이그클럽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곡물 위스키 증류소이자 ‘딤플’과 ‘조니워커’의 원액을 공급하는 ‘헤이그 가문’에서 개발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부드럽고 순한 맛에 있다. 도수는 40도로 일반 양주보다 많이 순한 것은 아니지만 보리 맥아를 사용해 만드는 기존 위스키와 달리 옥수수와 호밀 등 다양한 곡물로 만들어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목 넘김에 있어 양주 특유의 ‘쓴맛’을 줄여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데 초점을 모았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아무것도 섞지 않고 마셔도 쓰지 않아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나 여성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그클럽은 칵테일로도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추천하는 헤이그클럽 칵테일 중 하나인 ‘헤이그클럽맨’의 제조법은 헤이그클럽 40mL와 토닉워터 캔 한 개(70mL)의 3분의 1 분량을 텀블러에 넣고 얼음과 얇게 자른 오렌지를 넣어 마시는 것이다. 헤이그클럽은 짙은 푸른색을 띠는 병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헤이그클럽의 론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다. 베컴은 광고 모델로뿐 아니라 헤이그클럽 제품의 개발 과정과 마케팅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베컴은 6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헤이그 클럽의 국내 출시 기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베컴은 “위스키 한 잔을 제대로 마시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많이 마시는 것보다 책임감 있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는 30, 40대 소비자들을 겨냥해 헤이그클럽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우선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이태원과 가로수길, 경기 일산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에서 이 레스토랑의 총괄 주방장인 최현석 씨가 제작한 ‘헤이그클럽 스페셜 코스’를 내놓는다. 코스는 헤이그클럽으로 만든 칵테일과 이에 맞는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들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남성 패션 편집 매장인 ‘디옴’을 찾은 남성들을 위해 헤이그클럽 체험 공간을 만들어 다음 달 한 달 동안 운영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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