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스릴을 만끽하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암벽등반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핫이슈로 떠오른 클라이밍을 직접 접해볼 기회가 찾아왔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시즌2 세 번째 여정이 바로 클라이밍&볼더링이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전북 진안에 있는 운일암과 반일암. 깎아지른 듯 가파른 협곡을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 하여 운일암이요, 하루 반나절만 해를 볼 수 있다 하여 반일암이라 하니 그 이름에서부터 묘한 긴장감이 밀려든다. 장대한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는 곳, 그 속에서 클라이밍의 매력을 몸소 느껴볼 참이다.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늘 나를 흥분케 한다. 그것도 다름 아닌 암벽등반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걱정도 없지는 않았다. 바위를 탄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그렇다. 하지만 진안에 가까워질수록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네파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손정준 소장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번 캠프를 이끌어줄 손 소장은 아시아 챔피언십 대회를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력자다. 네파 아웃도어스쿨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직접 배우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웃도어의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일정은 볼더링이다. 암벽등반의 한 장르인 볼더링은 4∼6m 높이의 바위를 로프 없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암벽화와 초크 그리고 안전을 위한 크래시 패드는 갖춰야 한다. 처음 마주한 바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손 소장으로부터 기본 자세와 홀드 잡는 법 그리고 중심이동과 발 딛는 법 등을 배우다 보니 슬슬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막상 바위에 오르기 시작하니 만만치가 않다. 홀드 하나 옮겨 잡는 것조차 힘겨웠다. 좁고 날카로운 홀드를 잡은 손끝은 아려오고 등줄기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추락 직전 오른손을 쭉 뻗어 간신히 다음 홀드를 잡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왼발로 풋홀드를 힘껏 밀었다. 성공이다! 맨손으로 바위를 정복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두 번째 바위로 옮겨갔다. 그래도 처음 올랐던 바위보다는 조금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그새 몸이 적응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아마 홀드가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 바위다. 6m가량 돼 보이는 암석은 생김새부터 남다르다. 모양새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잠시 휴식. 바위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그제야 손에 난 상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손도 손이지만 앞서 두 개의 바위를 연거푸 오르내리며 진이 다 빠진 탓인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내 팔에 힘이 빠지고 발가락 사이사이 찌릿한 고통이 찾아왔다. 근육이 뭉치고 쥐가 날 지경이다. “조금만 더. 오른쪽 위를 잡아요.” 어슴푸레 들려오는 응원의 소리. 하지만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하고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감각에 나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왼쪽 손을 뻗어 올리니 제법 굵직한 홀드가 잡혔다. 순간 느낌이 왔다. 이제 됐다 싶었다. 오른발을 틀어 미세한 바위틈에 엄지발가락을 걸쳤다. 발가락으로 디디고 일어나면서 오른손을 뻗어 홀드를 낚아챘다. 손가락 끝이 베이는 고통을 참으며 안간힘을 써서 몸을 잡아당겼다. 호락호락하지 않던 바위는 그렇게 슬며시 정상을 내주었다. 정상에 걸터앉으니 주자천 계곡엔 어느덧 어둠이 찾아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렴풋이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눈을 떴다. 침낭을 열자마자 상쾌한 공기가 몸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팔다리가 쑤셔왔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무리하게 쓴 탓일 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안전장비를 받았다. 이제 리드 클라이밍이다. 리드 클라이밍은 볼더링과 달리 줄을 매고 암벽을 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톱 로핑 방식으로 등반하기로 했다. 두 팔로 버티기도 어려운 초보자들이 줄을 고리에 걸면서 오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톱 로핑은 정상에 미리 로프를 걸고 줄을 잡아주는 확보자에게 연결되는 형태로, 등반자는 그 줄에 몸을 묶고 오르면 된다.
헬멧을 쓰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나니 다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처음 바위와 마주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즐거운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미묘한 짜릿함이 온몸에서 요동치는 것 같았다. 암벽화는 마치 오래 신은 내 신발인 양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초크를 묻히고 암벽에 올라붙었다.
전날 힘들게 경험해서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생겨서일까. 처음보다 훨씬 안정된 몸과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두려움을 극복한 나의 몸짓에 암벽도 더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하강!” 마지막 구호를 외친 후 줄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진한 아쉬움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그 짧은 시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험난한 장벽과 맞설 때가 있을 것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말이다. 하지만 이제 당당히 맞설 자신이 있다.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잡념과 걱정을 떨쳐버리고 목표 하나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 허공에서 나의 거친 숨소리와 거친 암벽이 마주했던 순간. 그 순간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네파 홍보대사 손정준 소장이 전하는 초보가이드
1. 준비운동은 필수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암벽에 오를 경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근육과 관절의 손상을 막기 위해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몸을 충분하게 풀어준 후에 오르도록 하자.
2. 과욕은 금물
무리한 욕심은 부상이나 사고를 불러온다. 본인의 실력에 맞게 차근차근 난도를 높여가도록 한다. 실내암장을 찾아 홀드 잡는 법, 발 딛는 법, 중심 이동 등 기본적인 동작을 익히고 실전에 들어가면 더없이 좋다.
3. 나에게 맞는 장비를 갖춰야
볼더링이나 인공암벽을 즐기기 위한 기본 장비는 운동복, 암벽화, 초크 등이다. 운동복은 관절 사용이 편한 신축성 좋은 복장이면 된다. 암벽화는 양말을 벗고 신었을 때 약간 불편할 정도로 타이트한 것을 선택하자. 발가락이 살짝 굽은 상태에서 암벽을 올라야 발가락 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찰력이 뛰어나고, 신고 벗기 편리한 벨크로 타입이나 슬리퍼 타입이 좋다. 그리고 손에 땀이 났을 때 홀드와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한 초크와 추락에 대비한 크래시 패드가 있어야 한다.
▼아웃도어스쿨 시즌2 참가자 모집▼
1. ‘선라이즈 라이딩’
네파 익스트림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휘만 강사와 함께 12월 6∼7일 이틀 동안 국도 7호선을 따라 진행된다. 참가 희망자는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11월 30일까지 신청 가능하다. 선발 인원은 10명.
2. ‘투어링 스키’
네파 익스트림팀 박경이 강사와 함께 2015년 1월 24∼25일 강원 고성군 알프스 스키장에서 진행된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를 통해 2014년 12월 8일부터 2015년 1월 18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선발 인원은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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