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일종의 ‘공감각적 시음’이라는 것인데…. 천사가 착하면, 하나님이 천사에게 내린다는 극도의 찬사를 받는 이 럭셔리 샴페인은 또 어떤 즐거운 도전을 한다는 말인가.
서울 신라호텔 프라이빗룸의 커튼이 열리자 탐스러운 흰색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이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 그 ‘샴페인 주안상’의 주인공은 둘이었다. 크루그 샴페인과 태블릿PC. ‘뮤직 페어링-포인트 투 유니버스 테이스팅’이란 이름의 특별한 샴페인 시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음악을 들으며 크루그를 맛보다
기자와 마주 앉은 사람은 줄리앙 페팡 ‘크루그’ 비즈니스 총괄 매니저였다. 우리 사이의 테이블 위에는 크루그 클로 뒤 메닐 2003, 크루그 빈티지 2003, 크루그 그랑 퀴베 등 3종의 크루그 샴페인이 올랐다. 알고 보니 ‘2003년’이 이날의 세 번째 주인공이었다.
첫 번째 시음 샴페인은 크루그 클로 뒤 메닐 2003. 한 해 한 포도밭(1.84ha)에서 재배된 100% 샤도네이 품종만 사용해 또렷한 순수함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 샴페인이다.
“자, 이제 헤드폰을 껴보시죠.”
페팡 씨가 인도하는 대로 헤드폰을 끼고 이 샴페인을 한 모금 맛보았다. 상큼한 맛이었다. 음악은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뭉크의 ‘루비, 마이 디어’. 샤도네이 단일 품종의 깨끗함을 살리기 위해 피아노 음악을 매치했다는 설명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샴페인의 기포를 보고 있으니, 기포 하나하나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처럼 보였다.
“말똥말똥 눈을 뜨는 것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시면 훨씬 맛이 풍성해질걸요. 하하”
정말 그랬다. 음악의 마법 같았다. 음악과 샴페인과 술 마시는 사람이 혼연일체되는 느낌. 특히 건반을 경쾌하게 훑는 피아노 연주의 마무리는 깔끔한 샴페인의 맛과 일치했다.
피노누아, 샤도네이, 피노뮈니에의 세 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크루그 그랑 퀴베’를 마실 때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올레오’ 음악이 나왔다. 색소폰을 비롯한 다양한 악기가 변주하는 풍성한 음색은 이 샴페인의 풍부한 풍미와 한껏 어울렸다. 눈을 감으니 겨울밤 놀이공원의 불꽃놀이도 연상됐다. 이 샴페인의 빈티지인 2003년,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당신이 마시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
‘크루그’는 조제프 크루그 씨가 1843년 창립한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다. 최상의 품질만 고집하는 자신감을 갖고 ‘즐거움, 관대함, 나눔, 디테일’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6대째 경영을 이어 오고 있다. 최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된 베네수엘라 여성 매기 헨리케즈 크루그 대표는 올해 5월 이 가치를 현대적으로 잇기 위해 ‘뮤직 페어링’이라는 럭셔리 시음을 도입했다. 소니 뮤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루그의 7가지 샴페인을 표현하는 음악을 크루그 공식 웹사이트(krug.com)와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한다.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다 몇 년 전 크루그에 합류한 페팡 씨는 “크루그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고 했다. 왜 그렇냐고 물었다.
“크루그는 부유함을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닙니다. 나 자신이 만족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죠. 그 최상의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결합한 겁니다. ‘감정의 폭발’, 이것이야말로 크루그와 음악의 공통점입니다.”
그렇다면 “크루그를 언제 마시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크루그를 언제 마시면 좋은 게 아니라, 크루그를 마시는 그 순간이 당신의 인생에 중요한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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