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액션, 버킷리스트]크루즈 ‘공개된 비밀’

Crown Princess at sea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고…. 모든 여행자의 공통된 이 고민. 크루즈여행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의 크루즈십은 128개 선사에 650여척.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는 세계일주부터 그리스 의 에개 해, 중미 카리브해, 남극대륙을 오가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정 승객만 겨냥한 테마크루즈도 있다. 장애인, 동성애자(게이·레즈비언), 시니어, 싱글족을 위한 것에 피트니스, 구어메(식도락), 스파 등의 특화 크루즈에 바다가 아니라 강을 따르는 리버 크루즈까지….

크루즈여행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매년 참가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는 느낌이다. 수차례 동승해 관찰한 뒤 내린 결론이다. 지난 여름 기자는 시애틀(미국 워싱턴 주)을 떠나 알래스카 주 곳곳에 기항하며 글래시어베이 국립공원을 둘러본 뒤 귀항하는 프린세스 크루즈를 취재했다. 당시 배엔 한국인도 10여 명 있었는데 여행사 모객에 참가한 장년층부부였다. 이들은 동행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여행했다.

영어만 통용되는 크루즈십에서, 작은 도시라 할 정도로 거대한 배에서 일주이상 지내려니 초보 여행자는 가이드 동행 여행이 편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오로지 가이드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준비 없이 따라나서다 보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현장상황은 녹록치 않다. 가이드가 온종일 곁에 있을 수 없고 자유시간엔 독자행보가 불가피한데 지식도 없고 언어마저 서투니…. 그래서 귀중한 시간을 객실에 들어앉아 TV시청과 객담으로 때우는 것이다.

크루즈는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다. 자고 먹고 마시고(술 제외) 즐기는 모든 게 비용에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추가비용 없이 제공되는 것은 모두 즐길 권리를 갖는다. 추가비용이 드는 것도 지상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그러니 망설임 없이 즐길 만하다. 하지만 이런 권리와 정보, 이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마저도 어렵다. 자기 권리를 누리는 것도 크루즈에선 경쟁이다. 시설과 서비스가 제한적이어서다. 서양인들은 벼르고 별러 크루즈여행을 한다. 그런 만큼 몇 달 전부터 기항지 관광상품 등 다양한 옵션을 미리 예약한다.

크루즈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얼마간의 사전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몇 가지 기본 팁을 적는다. 이 정보는 프린세스크루즈의 알래스카 코스를 운항한 크라운 프린세스 호를 기준으로 간추린 것이다.

복장 크루즈 중엔 두 번의 공식파티가 있다. 그때 드레스코드(복장규정)는 정장과 드레스. 대부분 참가객은 이걸 갖춘다. 그래서 일상적 차림으론 어울리기가 좀 민망하다. 그리고 여행 내내 저녁식사는 주로 레스토랑에서 하는걸 권하고 싶은데, 이때도 최소한 세미정장 이상의 복장이 요구된다. 평소엔 입을 일 없더라도 이날을 위해 파티용 드레스 한 벌쯤은 준비하길 권한다.

식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뷔페식당은 어떤 복장으로든 예약 없이 이용가능 하다. 발코니객실에선 아침·저녁식사를 미리 주문해 발코니의 테이블에서 할 수 있다.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는 크루즈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 영어를 못한다거나 예약이 복잡할까봐 레스토랑 만찬을 지레 포기하고 뷔페나 푸드코트 등에서 때우지 말기를….

크라운 프린세스 호의 경우 레스토랑이 네 곳인데 반드시 사전예약을 한다. 기본 레스토랑(Traditional Restaurant)은 추가 비용이 없다. 저녁시간을 1, 2부로 나눠서 운영한다. 1인당 미화 29달러의 추가비용을 내는 레스토랑(Anytime Dining)은 1, 2부 구분없이 원하는 저녁시간에 예약(선착순)이 가능하다. 크라운그릴은 시푸드와 스테이크, 사바티니는 이탈리아요리, 크랩은 알래스카 대게찜 뷔페다. 술(맥주 위스키 칵테일)과 가벼운 음식을 마음껏 먹고 마시는 솔티 독(바)의 추가비용은 19달러다.

주류 선내와인은 모두 면세라 저렴하다. 선택 폭은 넓지 않아도 셀렉션은 훌륭하다. 단, 봉사료15%는 필수. 와인테이스팅(25달러)에 참가, 선내에서 주문할 와인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를 권한다. 승선 시 술 반입은 제한된다. 승객 1인당 와인(혹은 샴페인) 한 병 뿐. 나머지는 맡겼다가 하선 시 찾는다. 선내와 기항지에서 구입한 술도 마찬가지.

기념사진 촬영 여행 내내 전속사진사는 촬영(선 내외)한 스냅사진을 인화, 매일 포토갤러리에 내걸고 판다. 포토패키지(199달러)도 권할 만하다. 매일 선내 곳곳에 차린 스튜디오에서 조명과 배경 막을 이용해 촬영한 멋진 기념사진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모두 인화해 휴대용저장장치에 담은 파일과 함께 선사한다.

일정확인 선상에선 하루 18시간씩 행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그 정보는 하루 전 뉴스레터로 객실에 배달한다. 승객은 그걸 보고 챙겨야 다음날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다. 거기엔 저녁식사후의 화려한 공연과 쇼, 세일(Sale)정보, 줌바(Zumba)댄스강습, 애프터눈 티 등의 이벤트정보도 실린다. 예약해둔 기항지 육상여행 정보는 따로 전달된다. 정해진 시각에 선내 약속된 장소로 나가야한다. 기항지관광(옵션) 인기코스는 일찍 동날 수 있으므로 미리 신청하는게 좋다.

스마트폰 사용 해상에선 스마트폰 통화를 할 수없다. 기항지에서만 가능하다. 단 선내정보사이트는 전용와이파이 망으로 늘 연결돼 실시간 선내정보를 확인한다.

크루즈예약 빠를수록(8개월 전) 저렴하지만 예외도 있다. 출항임박(2¤6주 전) 혹은 결제기한(출항 두 달 전)직후 객실 세일 경우다. 객실은 종류가 20가지 이상. 발코니 여부와 위치, 넓이가 기준이다. 가장 저렴한 내부 스탠다드 객실도 나쁘지 않다. 가능한 선내의 다양한 시설을 즐기는게 크루즈여행의 매력인 만큼 비싼 객실에 돈을 쓰지 않는 것도 요령. 단 위치는 신중히 고른다. 멀미에 민감하면 가급적 아래층을, 아이가 있다면 엘리베이터 통로 근처가 좋다. ‘개런티’제도도 활용한다. 객실에 여유가 생길 경우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준이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크루즈상품을 예약하고 즐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성수기를 살짝 피해 여행시기를 잡으면 성수기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도 즐길 수 있다.

■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