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이마나 볼 등이 꺼지게 마련이다. 이는 피부 속 콜라겐이 나이가 들수록 줄기 때문. 그러다 보니 주름이 더욱 깊게 파여 우울하게 만든다. 필러는 이를 간단하게 없애주는 ‘의료기기’이다.
즉 간단하게 얼굴 주름을 채워주고 꺼진 부위의 볼륨을 살려주는 것이다. 필러는 피부의 기본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주름 있는 부위에 주입해 볼륨을 채워주는 것이다. 주로 팔자주름, 눈밑 애교살, 코, 푹 꺼진 이마나 볼, 입술윤곽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필러가 의료기기로 등록돼 있어 언뜻 딱딱한 성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보면 흰색의 겔처럼 생겼다.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른 환자가 20분 정도 누워 있으면 의사가 주사기에 담긴 겔을 피부 밑에 집어넣는 것으로 시술이 끝난다.
필러는 크게 성분에 따라 히알루론산(사람의 피부나 관절액의 성분), 칼슘(뼈 성분인 칼슘과 미네랄이 주성분), 콜라겐(피부 성분의 일종), PMMA(인조뼈 성분) 등이 있으며 유지기간에 따라 단기적, 반영구적 필러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히알루론산 성분의 필러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를 분해하는 효소를 주입하여 녹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지기간이 6~18개월 정도다. 그에 비해 아테콜, 아테필과 같은 반영구적인 필러는 유지기간이 10년 이상일 정도로 효과가 오래가지만, 주입한 필러 성분을 녹일 수 없고 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개발해서 생산하는 과정이 의약품보다는 규제가 덜 하기 때문에 보톡스(보툴리눔 톡신)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필러는 갈더마의 ‘레스틸렌’, LG생명과학의 ‘이브아르’, 메디톡스의 ‘뉴라미스’, 휴젤의 ‘더채움’, 엘러간의 ‘쥬비덤’, 휴메딕스의 ‘엘라비에’, JW중외제약의 ‘엘란쎄’ 등이 다양하게 있다.
안전한 필러도 경험이 부족한 의사에게 잘못 시술받으면 피부괴사나 눈 주위 시술 시 심하면 실명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필러 시술 뒤 일시적으로 피부가 붉거나 부은 경우는 정상이지만 만약 24시간 동안 지속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응급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주사 주위에 물집 같은 농포가 생겼다면 이는 피부과 괴사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머뭇거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필러 괴사는 응급이며 정확하고 빠른 치료와 대처를 하면 흉터도 없이 나을 수 있지만 부적절한 치료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피부 결손과 구축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피부괴사가 가장 일어나기 쉬운 곳은 코끝, 미간, 콧날개와 얼굴이 이어지는 부위다.
최근 프티성형이 인기를 얻으면서, 환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싼 가격을 제안하는 불법시술업자들도 많다. 불법시술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은 정품을 사용하는지, 또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인지를 꼭 확인해야한다.
바노바기 성형외과의 반 원장은 “필러를 맞고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필러 주입 시 혈관에 다량의 용액이 들어가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엔 눈동맥 쪽으로 필러가 흘러들어가서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혈관에 주입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필러는 매우 안전한 치료제 중에 하나이므로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때 환자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시술 전후 사진을 찍어두고 비상연락처를 받아두는 것도 좋다. 비교적 비슷한 방의 조명과 같은 각도, 범위로 시술 전후를 앞면 옆면 등 다양하게 찍어두는 것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환자에게 유리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가까이서 찍으면 상당히 왜곡되기 때문에 얼굴 전체를 찍는 것도 좋다.
임산부, 수유부, 어린이는 아직 안전성 검증이 미비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현재 감염이나 염증성 피부질환이 있는 부위, 레이저나 화학박피 후 피부재생이 다 끝나기 전에 받는 것, 코성형수술을 받았던 환자의 코끝 필러 시술 등은 금기다.
동안 건강, 얼굴 중간 근육을 운동시켜라
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최고의 방법은 평소 얼굴 표정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표정을 만드는 20여 개의 근육이 존재하는데 위치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즉 이마 부위의 상안면부, 광대 부위의 중안면부, 턱 부위의 하안면부이다.
상안면부와 하안면부에 위치한 근육들을 많이 사용할수록 주름과 나쁜 인상을 만들기 쉽다. 가령 무엇에 집중할 때 본인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는 습관은 상안면부의 눈썹 주름근을 발달시켜 사납고 어두운 인상을 만든다. 또 스마트폰이나 TV를 볼 때 대개 입을 꽉 다물고 있는데 이 땐 턱 부위의 하안면부를 주로 사용한다. 이럴 경우 입 주위 근육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턱 주위 근육을 발달시켜 무겁고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
반대로 중안면부 근육이 발달하면 젊고 호감 가는 인상이 된다. 특히 광대 부위의 근육들을 활발하게 운동하면 전체적으로 얼굴의 탄력이 올라가면서 주름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광대 부위의 근육들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히 밝은 미소와 웃는 표정을 많이 짓는 것이 중요하다. 웃는 표정은 시간을 들여 훈련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평소 의식적으로 중안면부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안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에 힘을 빼는 것. 먼저 입술과 입 주변 근육의 힘을 최대한 빼고 치아가 약간 보이도록 벌려 ‘흐’라고 소리 낸다. 이어 입을 최대한 양 옆으로 벌리고 ‘리’라고 발음하며 광대에 힘을 주는 동작을 반복한다. 매일 꾸준히 하면 입 꼬리가 올라가 온화한 이미지로 보이고 입 주변의 잔주름도 예방할 수 있다. 또 애플존이라고 불리는 앞 광대 부분의 리프팅 효과도 볼 수 있다. 동안 운동 초기에는 최소한 하루 4시간 정도 의식적으로 근육을 움직여줘야 주름을 만드는 습관을 바꿀 수 있다.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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