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양도성 성곽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의 한 곳인 호텔신라(대표이사이부진)가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산성곽길의 명소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3월 서울시로부터 승인 받은 서울 도심 최초의 전통호텔 건립을 위한 첫 일정으로 장충체육관과 성곽 사이에 있는 노후건물들을 철거하고, 서울 중구청과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를 공동 개최하는 등 다산성곽길이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역사탐방길이 되도록 도울 계획이다.
다산성곽길 초입은 그동안 난개발로 인한 노후 건물들이 진입로를 가로막아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이었으나 이번에 호텔신라가 전통호텔 건립을 위해 주변의 노후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되찾게 될 전망이다.
3월 초부터 노후건물 철거가 시작되면서 4월 중순부터는 건물의 지상 3~4층이 사라져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다산성곽길이 시원하게 드러나게 될 예정이다.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는 5월말 이후에는 다산성곽길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새롭게 조성되는 등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이로써 서울의 대표적 문화재인 한양도성 ‘다산성곽길’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진입로가 새롭게 개설되는 다산성곽길은 중구 다산동과 남산 동쪽 능선에 걸쳐 위치한 총 길이 1.1㎞의 구간으로 한양도성 전체 18.6㎞ 중에서 주요 축성 시기별 성체(城體)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한 곳이며, 도성의 시기별 축성사를 한 지역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한양도성은 1396년에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등 서울 내사산(內四山)의 자연과 지형을 조화롭게 살려 축성한조선시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또한 이 지역은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는 한양도성의 독특한 축성사를 대표하는 성곽돌이 다량 발견된 장소이다. 각자성석은 현대의 공사실명제와 같은 것으로 공사가 끝난 후 그 구간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축성을 맡았던 해당 군현에서 보수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축성을 담당했던 군현을 새긴 성곽돌이다.
특히 이들 중 ‘의령시면(宜寧始面)’이 새겨진 각자성석은 삼성과 호텔신라의 창업주이기도 한 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 선조들이 620년(1396년)전 이 지역을 축성했다는 기록을 보여 주는 것으로서 호텔신라를 의령군 지역 출신 후손인 ‘삼성가(家)’에서 경영하고 있다는 ‘역사적 조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호텔신라는 이 같은 ‘역사적 조우’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의령시면 각자성석 주변에 모형 각자성석을 만들어 탐방객들이 탁본을 직접 떠보는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호텔신라는 다산성곽길을 재정비하면서 중구청· 다산동 주민들과 협력해 다산성곽길을 명소화하는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제주도에서 영세상인의 재기를 돕는 ‘맛있는 제주만들기’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 호텔신라는 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하는 사회공헌활동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호텔신라는 중구청·다산동 주민들과 함께 ‘제4회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를 공동 개최한다.
5월 개최 예정인 제4회 다산성곽길 예술마당축제에는 한양도성과 인근 갤러리, 예술공작소 등의 자원을 활용해 공연·공예·푸드·전시·전통놀이·성곽길 비경 포토·각자성석 바로알기 탁본 등 총 12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호텔신라와 다산동 지역주민이 함께 꾸며 내는 재능기부 행사 ‘성곽길 웨딩연(宴)’은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곽길 웨딩연은 중구청과 호텔신라가 함께 예비부부 1쌍(雙)을 매년 2회 봄·가을에 열리는 다산성곽길 예술마당축제 때마다 선발해서 신라호텔이 전통 혼례를 재해석해 구성한 야외 웨딩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최초로 조성되는 전통호텔 건립의 시작으로 장충체육관 인근 다산성곽길 진입로의 오래된 건물들을 철거한다”면서“서울을 대표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계적 한양도성 성곽길이 관광 명소가 되도록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