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의사기자의 팩트 차트]가슴성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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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슴 해볼까?…’

상당수 여성들이 한번쯤은 마음에 품었을 생각이다.

수술 과정의 통증,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수술 부작용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잖은 여성들이 유방성형의 유혹에 시달린다. 얼굴보다 건강한 몸매를 더욱 중요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유혹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10 여년 전만해도 가슴성형은 눈, 코 성형을 한 여성들이 다음으로 시도하는 성형으로 인식돼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점차 주부나 직장인들의 비율이 높아져 이젠 직업이나 계층의 구분 없이 상당수 여성들의 관심사가 되는 듯 하다. 가슴이 빈약한 여성들은 풍만해 지기 위해, 너무 큰 여성들은 거대유방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적당한 크기를 가진 여성일지라도 출산 후 처지고 탄력 잃은 가슴을 교정하기 위해 유방성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성형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보형물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최신 보형물은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이들면 수술 부위가 변하는건 아닐까? 수유엔 지장이 없을까? 수술후 통증이 너무 심하다는데?… 상당수 여성들이 갖고 있을 궁금증을 국내 유방 성형 전문가로 꼽히는 순천향대병원 서울병원 성형외과 심형보 교수와 엠디클리닉 이상달 원장의 도움말을 통해 풀어본다.



Q. 이물질인데 유방암 위험은 없나?

A. 이 질문은 뜨거운 감자에 속한다. 유방 보형물과 관련된 림프종(ALCL, 역형성 큰세포림프종)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이 특수한 림프종은 미국인 3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이며 특징적으로 표면이 매우 거친 재질의 ‘텍스처 보형물’을 사용한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에 식약처는 텍스처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에게서 역형성 큰 세포 림프종이 드물게나마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사가 환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다행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나 중동인, 미국 내 거주하는 아시아인에게는 발생한 적이 없다. 비교적 예후도 좋은 편이며 림프종으로 생긴 피막을 제거하는 것으로 완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방하려면 수술 후 정기적인 초음파 진단이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초음파 진단 등은 유방암 진단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유방암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Q. 시술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A. 유방성형은 흔히 수술후 통증이 매우 심한 성형수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통증은 시술하는 의사에 따라 차이가 크다. 같은 수술을 받아도 병원에 따라 몹시 아플 수도, 별로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주로 수술 도중 이루어지는 외상의 정도에 달려있다.

조직 손상이나 출혈이 거의 없을수록 통증이 적다. 일반적으로 2,3일 정도 불편하고 그 다음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 요즘 수술의 추세이다. 보형물 종류에 따라서는 조직 구축(딱딱해짐)이나 피막(염증으로 인해 유방 보형물 주위에 만들어진 염증 막)을 예방하기 위해 3¤6개월 간 마사지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Q.나이 들면 오래전 시술한 가슴보형물이 어떻게 되나?

A. 유방성형 보형물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평균 수명을 가지고 있다. 대략 10¤20년 정도다. 오래되면 외피가 약해져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파열되지 않은 보형물을 단지 오래됐다고 해서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파열되면 보형물을 제거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보형물이 파열돼도 유방 형태의 변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모른채 수년간 방치할 수 있다.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 시에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다.

유방보형물 수술 중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성형외과 심형보 교수. 유방 보형물 수술 마무리 중인 엠디클리닉의 이상달 원장(오른쪽).
유방보형물 수술 중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성형외과 심형보 교수. 유방 보형물 수술 마무리 중인 엠디클리닉의 이상달 원장(오른쪽).


Q.가슴성형 후 출산이나 수유에는 지장이 없나?

A.유방성형술은 출산이나 수유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 후 기본적인 관리는 필수적이다. 최근 유방 보형물이 파열돼 모유 수유할 때 실리콘이 섞여 나와 큰 충격을 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실리콘 겔 보형물 8개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유 직전에는 반드시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Q. 유방 보형 수술 말고 간편한 유방 성형술도 있다던데?

A.유방성형술은 최근 들어 가격이 내렸지만 500만~8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보형물 수술 이외에 유방 성형 방법으로는 지방이식술이 있다. 복부나 허벅지의 지방을 채취해 지방세포를 분리한 다음, 가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유방보형술 처럼 비용이 비싼 편이며, 최근에는 정제하는 방법들이 발달해 지방종이나 석회화 등의 부작용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지방생존률은 10~50%로 그리 높지 않은 게 흠이다. 또 많은 경우 지방괴사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방괴사로 인해 가슴이 작아지는데에 그치지 않고 혹이나 염증, 유방암 검진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가슴에 필러를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하얄루론산 (HA) 필러가 대표적이다. 주로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고가인데다가 일년 정도 지나면 거의 다 사라지는 것이 문제다. 이 역시 초음파 상 낭종 형태로 보여 유방검진에 장애요인이 된다. 30만원 정도 드는 1회 유방 성형술이라고 부르는 방법도 있다. 아주 잠시 뉴욕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식염수를 가슴에 주사하는 방법이며 안전하고 간편하지만 하룻밤 지나면 식염수가 다 빠져버리는 허무한 시술이다. 그 외에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국내에 승인되지 않는 제3세계 불량 보형물을 사용해 원가를 낮추었을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



▼ 유행타는 보형물…부작용 주의, 최신제품이 최선은 아니다 ▼

유방성형 시 사용하는 인공 보형물도 유행이 있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보형물 표면처리를 거칠게 한 일명 텍스처드(textured) 보형물의 사용이 감소하고 표면돌기 크기가 작은(200마이크론 이하) 비교적 매끄러운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을 사용하는 경향이다.

그 이유는 표면이 거칠수록 세균이 부착될 면적이 증가해 균이 뭉친 덩어리인 바이오필름(BIOFILM) 형성이 쉽게 이루어지며, 바이오필름은 장액종, 이중 캡술, 구형구축 등 온갖 부작용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보형물 제조회사에서 현재 마이크로텍스처 보형물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 사용이 허가된 마이크로텍스쳐 보형물 회사로는 멘토, 모티바, 세빈, 유로실리콘, 폴리텍, 벨라젤 등이 있다.

최근에 사용하는 보형물 중엔 내부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해 외부에서 간단히 스캐너로 보형물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도 있다 칩 속에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어서 장차 보형물의 파열, 염증 정도 등의 모니터링이 간단하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2,3년 내엔 환자의 해부학적 상태를 3D로 분석해 3D프린터로 보형물을 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환자 개개인 맞춤형 보형물이 되는 것이다.


미용목적의 가슴확대 수술은 20세기 초반부터 시행됐다.

당시는 공업용 실리콘, 스폰지, 등을 삽입해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와 같은 가슴보형물이 이용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당시 다우코닝사에서 제조한 보형물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파열되었을 때 액상형 실리콘 내용물이 흘러나와 사용이 중단됐다. 이후 주로 사용된 보형물은 식염수 보형물이다.

그 후 실리콘 겔(일명 ‘코히시브 젤’)이 2007년부터 한국에서 시판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 1세대 코젤은 표면이 매끈한 ‘스무스형 원형’ 보형물인데 촉감도 실제 가슴과 유사해 기존 식염수 보형물을 대체하게 됐다. 국내의 경우 1세대 보형물을 겨드랑이 접근법으로 가슴 근육 밑에 위치시키는 확대술이 보편화 되어 있다. 대신 수술 뒤에 피막 형성이나 구형구축(공모양으로 딱딱해짐)을 줄이기 위해 3~6개월 정도 마사지가 필수였다.

2009년도엔 마사지가 필요 없는 2세대 코젤 보형물이 나왔다. 보형물 표면처리를 거칠게 처리한 보형물이다. 2013년에는 일명 3세대 코젤로 불리는 물방울형 보형물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보형물을 삽입하면 유두 위쪽은 얇고, 유두 아래쪽은 봉긋해져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유방아래의 우글거림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물방울 형태가 유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전된 실리콘이 원형 보형물에 비해 다소 단단한게 단점이다.

최신 보형물들이 본인에게 반드시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최신의 유행과 신제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미국 FDA와 같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사용허가 여부, 10년 이상의 장기간 사용내역과 임상결과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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