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식 투자 비중을 결정할 때 이용하는 원칙이다. 가령 30대의 젊은 직장인이라면 투자금액의 70% 안팎을 주식에 묻고, 나머지 30%는 채권을 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젊어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고, 나이 들어서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라는 투자의 지혜로 받아들일 만하다.
젊어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이 권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수익에 따르는 보상은 위험을 감수할 때에만 늘어난다는 사실은 수백 년의 역사를 통해 입증된 투자의 근본 법칙이다. 따라서 30대 직장인들은 채권 같은 안전자산보다는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해야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당연히 은퇴 자산을 불리는 데도 더 유리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법칙일 뿐이다. 같은 30대라고 해도 개인에 따라서는 실제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가령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편히 잠잘 수 없는 사람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 비중을 50대나 60대와 비슷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주식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상승할 때는 이런 흐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탐욕이 투자자들의 눈을 멀게 하지만 때로는 대폭락으로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 투자의 실제 위험은 장기 보유를 통해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투자학 교과서 제1장에 나오는 얘기다.
젊은 나이에는 시장이 대폭락하더라도 투자 수익 외에도 벌어들이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상승장이 찾아오면서 평가손실을 만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 이후엔 주가 하락은 연금 자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에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주식이란 시장 전체 내지 잘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주가 하락으로 개별 주식 가격이 싸졌다고 해서 이 한 종목에 몰빵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주식 시장 전체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도 우상향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개별 주식은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식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이 바로 정액분할매수법 활용이다. 우리나라엔 적립식 펀드로 잘 알려진 개념으로, 고정 금액을 일정한 주기(매월 또는 매분기)로 장기간에 걸쳐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회사가 매월 퇴직금을 정산해 퇴직연금 계좌로 넣어주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자동적으로 정액분할매수법을 활용하는 셈이다.
투자의 고전들은 이 방법이 일시적으로 주식이 고평가된 시점에 투자자금 전부를 주식에 몰아넣을 위험을 피하는 데 유용하다고 가르친다. 똑같은 금액을 계속 투자하게 되면 주가가 높을 때는 주식 매수량이 줄어들고 주가가 낮을 때는 반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실제 투자 기간의 단순 평균 주가보다 낮아져 그만큼 유리하다.
-주식 채권 비중 재조정의 이점
나이에 따른 자산 배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다. 가령 40대 초반의 A씨가 투자 자금의 배분을 주식 60%, 채권 40%로 결정했다고 하자. 1년 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주식 가격이 오르고 채권은 값이 떨어져 주식과 채권 비율이 70 대 30으로 변했다면 주식을 일부 매도하고 채권을 더 매수해 다시 원래 비율대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위험을 줄이고 경우에 따라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 왜 그럴까. A씨의 최초 투자 시점이 2007년 초라고 가정해보자. 2007년은 코스피 지수가 한때 2000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이 달아올랐다. 당연히 그해 말 주식 비중이 60%를 넘었을 것이고, A씨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주식을 팔고 채권을 더 샀을 것이다.
A씨는 이 재조정을 통해 다음해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조금은 편하게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얼어붙긴 했지만 이미 일부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당시 주식시장의 고점(高點)이 다가왔다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A씨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뿐 아니다. 2008년 말엔 주가 하락으로 주식 비중이 60%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고, A씨는 채권을 판 금액으로 주식을 추가 매수했을 것이다. A씨가 시장의 저점을 예측한 것도 아니고, 예측할 수도 없었지만 이런 재조정은 A씨에게 큰 혜택을 안겼다. 다음해 주식 시장이 대세 상승하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던 것.
-은퇴 이후 연금자산 관리는?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자산 배분을 다시 하고 일정 주기마다(매년 또는 매 2년)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이 개발한 생애주기(life cycle)펀드라는 자동항법장치가 있다. 생애주기에 맞는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서 투자해 주는 펀드다.
은퇴 자산을 적립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은퇴 이후 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관한 문제다. 과거 고금리 시대엔 편하게 은행에 넣어두고 금리로 생활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저금리 기조가 정착하면서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여기에 장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생전에 은퇴 자금이 바닥날 위험도 커졌다.
이런 위험은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가 55세 이상이 돼 퇴직하면 그때까지 적립한 퇴직연금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수령하는 게 일반적이다(일시금으로 받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문제는 삼성자산운용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IRP 자산의 수익률이 1.09%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저금리 원금 보장형 상품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을 견디려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20¤30%를 투자해야 한다고 권한다. 최근에 나온 자산배분형 인출형 상품이 바로 이런 자산 배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연금 인출 시기에 특화된 전용 상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자산운용, 맞춤형 연금자산 솔루션 완성▼
국내에서 생애주기펀드 시장을 이끄는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지난해 4월 이 회사가 삼성한국형 TDF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잇따라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011년에 내놓은 상품을 최근 리모델링해 출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한국형 TDF의 8월 말 기준 수탁고는 1945억 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또 설정 이후 수익률도 삼성한국형TDF 가운데 주식 편입 비율이 가장 많은 2045펀드 퇴직연금 클래스는 8월 말 기준 13.28%나 된다. “생애주기펀드 시장 판을 키운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란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TDF(Target Date Fund)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 데이트로 상정하고 사전에 정한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 자산 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연금 펀드다.
가입자 본인의 판단으로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기존 연금 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하면 펀드가 스스로 운용한다.
삼성한국형TDF는 2015년부터 2045년까지 매 5년 단위 은퇴 시점에 맞춘 2015,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펀드 등 총 7개로 구성돼 있다. 성장주와 성장&배당주, 혼합, 채권형 등의 자산군(群) 4개를 연령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한다. 단 2015펀드는 이미 은퇴한 투자자를 위해 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한다.
7개 TDF펀드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펀드 12개에 재간접 형태로 분산 투자한다. 이들 펀드 12개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 이머징 마켓 시장의 주식 및 채권펀드 등이 망라돼 있어 글로벌 분산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또 5월 업계 최초로 은퇴 이후의 연금 인출 시기에 특화한 연금펀드인 삼성한국형RIF 시리즈를 출시해 전 생애에 걸친 맞춤형 연금 솔루션을 완성했다. 이 시리즈는 젊어서 TDF로 축적한 은퇴자산을 바탕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는 매월 연금 소득을 받으면서도 그 기간이 끝나면 잔존 자산을 남겨 장수 및 물가 상승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가령 원금 3억원을 삼성한국형RIF에 투자해 25년 간 매년 원금의 2.5%(매년 물가 상승분만큼 증가)를 인출하는 상황을 예상해보자(물가상승률 2.4% 가정). 이 경우 매월 62만 5000¤110만 원을 지급받고 25년 후에 원금의 절반이 남을 확률은 99%, 2억2500만 원이 남을 확률은 78%로 나왔다. 삼성자산운용과 캐피탈그룹이 모든 변수를 감안한 시나리오를 약 1만 번 반복 계산해 나온 결과다.
삼성자산운용 장준호 연금전략팀장은
“우리나라 연금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성장하는 데 반해 연금자산의 대부분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치우쳐 있다”면서 “20¤50대의 연금 자산 적립기에는 TDF를, 은퇴 후 인출 시기에는 노후 소득 창출에 특화된 RIF를 통한 연금자산 관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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