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 이틀째인 13일 관람객들은 행사장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런 탄성을 쏟아냈다. 길이 218m, 폭 30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천장 스크린에서 고래와 인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세련된 전시 구성과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거리문화난장, 여수 밤바다를 황홀경에 빠뜨린 멀티미디어쇼도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관람객 수는 조직위원회 목표에 크게 못 미쳐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 출발은 무난, 흥행은 비상
2012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가 집계한 개막일인 12일 관람객 수는 3만5394명이었다. 당초 조직위는 하루 최대 관람객을 13만 명, 상시 관람객은 10만 명 정도로 예상했다. 오전에는 입장객이 3개 매표소에 줄을 섰으나 오후부터는 한산했다. 휴일인 13일에도 관람객은 2만3800명으로 12일에 미치지 못했다.
조직위는 입장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치자 흥행을 걱정하고 있다. 조직위 측은 개장 첫날 혼잡을 피하고 예행연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의식해 관람을 꺼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당초 예상한 1000만 명 돌파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엑스포도 개장 후 2개월 동안 관람객이 예상보다 많지 않아 흥행을 고심했다”며 “여행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초중고교생들이 체험학습에 나서는 6월부터는 관람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엑스포는 6개월 동안 7400만 명이 찾았다.
3차례 예행연습을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환승주차장 장시간 대기, 셔틀버스 운송 차질, 사전예약 시스템 마비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용환 조직위 부대변인은 “관람객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개장 첫날 큰 혼잡이나 사고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했다. ○ 중국인 관광객을 잡아라!
13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엑스포장 내 롯데면세점. 한국관 맞은편인 매장 입구와 외벽에 장근석 김현중 송승헌 2PM 최지우 등 한류스타의 대형 사진이 붙어 있다. 박람회 기간 단독으로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이 한류 열풍을 박람회까지 이어보자며 걸어놓은 것이다. 이날 면세점은 중국인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액세서리를 구입한 중국인 정루이(鄭銳·36) 씨는 “바다를 끼고 있는 엑스포장이 정말 환상적”이라며 “전시 콘텐츠가 상하이엑스포보다 한층 세련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개장 첫날인 12일 엑스포장을 찾은 외국인 1700여 명 가운데 82%인 1400여 명이 중국인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위력은 개장 전부터 확인됐다. 중국인들은 10일 기준으로 박람회 입장권을 3만5000장이나 구매했다. 지난해 6월부터 팔기 시작한 국내외 입장권 145만 장 가운데 외국에서 구매한 입장권은 모두 4만7000장. 이 중 중국이 74%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중국인들은 지난달 12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기념주화를 7억 원어치나 구입하며 ‘엑스포 큰손’임을 재확인시켰다. 이는 전체 국내외 기념주화 판매액(96억 원)의 7.2%다. 진종권 조직위 해외마케팅담당은 “2년 전 열린 박람회를 통해 재미를 느낀 중국인들이 이제는 여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13차례나 중국 상하이(上海)와 저장(浙江) 성, 산둥(山東) 성 등을 돌며 마케팅에 나선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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