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낯 깎을라” 국가대표 작가의 표절의혹 후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신경숙 해외인지도 국내 작가중 톱… 외신 보도로 평판 추락 불보듯
신씨 단편 두 편 제목도 표절 논란

2011년 소설가 신경숙 씨가 미국 뉴욕 한국총영사관에서 열린 ‘엄마를 부탁해’ 영어판 출판기념회에서 사인하고 있다(위쪽 사진).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아래 왼쪽)과 루마니아어판. 신경숙 씨 작품은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몽골어 등 16개 언어로 
번역되고 35개국에 소개되는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동아일보DB
2011년 소설가 신경숙 씨가 미국 뉴욕 한국총영사관에서 열린 ‘엄마를 부탁해’ 영어판 출판기념회에서 사인하고 있다(위쪽 사진).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아래 왼쪽)과 루마니아어판. 신경숙 씨 작품은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몽골어 등 16개 언어로 번역되고 35개국에 소개되는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동아일보DB
“한국 문학의 인지도를 높이려던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 될까 봐 걱정됩니다.”

국내 문학을 해외에 소개해 오던 한 출판계 관계자의 말이다. 표절 의혹에 대한 소설가 신경숙 씨(52)의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칫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평판이 크게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은 최근 신 씨 표절 의혹 파동을 보면서 착잡함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번역원 관계자는 “신 씨에게 계속 표절 의혹이 제기되다 보니 앞으로 신 씨를 어떻게 해외에 소개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2010년경 국내 소설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번역, 출판되면서 국내 작가들의 해외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 중심에 신 씨가 있었다. 그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영문판이 2011년 미국 대형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된 후 세계 35개국에 소개됐다. 지난해에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미국에서 출간됐고, 올해 하반기에는 ‘외딴방’이 출간될 예정이었다. A출판사 편집자는 “신경숙 고은 황석영 김영하 한강 정도가 해외에 알려졌는데 신경숙의 인지도가 단연 톱”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도 신 씨를 적극 홍보했다. 번역원은 ‘리진’ ‘깊은 슬픔’ 등 총 8개의 작품을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몽골어 등 16개 언어로 번역하도록 지원했다. 신 씨는 각종 국제도서전에 한국 대표작가로 초청됐고, 지난해 4월 핀란드에서는 신경숙 초청 문학 행사까지 열렸다.

하지만 신 씨의 표절 논란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 씨 작품의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KL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해외로 번질 경우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쌓아 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신 씨의 작품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영어 번안 작업 중인 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작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추후 (대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 씨와 출판사 창비의 해명 아닌 해명이 더 큰 논란을 초래한 가운데 당사자가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신 씨는 집필을 이유로 서울 자택을 떠나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신 씨의 또 다른 단편소설 ‘무거운 새의 발자국’(1990년)과 ‘멀리, 끝없는 길 위에’(1992년)가, 전남 나주 출신인 시인 윤희상 씨(54)가 1987, 1989년 발표한 시 제목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지적도 22일 제기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국문학#국가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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