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밥을 먹자고 부르자 아이는 “싫어, 안 먹어!” 하고 당당하게 외친다. 그러고는 까치발을 들어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던 딸기 그릇을 재주 좋게 꺼내곤 거실로 도망간다.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잘 다려 놓은 옷을 들고 아이를 부르니 엉덩이와 무릎이 늘어난 추리닝 바지에 새로 산 반짝이는 공주님 구두를 신고선 현관 앞에 버티고 선다. 모처럼 놀러간 친구 집에서 보았던 풍경이다.
요즘은 ‘미운 일곱 살’이 아니라 ‘미운 네 살’이라고 한다. ‘싫어, 안 해, 엄마 미워’는 아이의 슬로건이자 엄마를 매 순간 시험에 들게 하는 키워드이다. 하지만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은 자아를 찾아간다는 것과 같다. 많은 예술가들이 평생에 걸쳐 찾아온 자아를 고작 서너 살 아이가 발견하는 순간들인데 어찌 감탄스럽지 않을까. 어느새 엄마에게 붙잡혀 입을 댓 발 내민 아이의 불만 그득한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웃음이 나고 친구는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푸념도 잊고 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글·그림 조이스 진
※ 서양화가 조이스 진의 ‘세상의 발견’을 신설합니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어린 아이들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4월부터 주 1회 연재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