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로 활동해 온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 씨(71)가 무명화가에게 돈을 주고 의뢰한 그림을 고가에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강원 속초에서 활동하는 무명화가 A 씨(60)가 조 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렸고,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됐다는 의혹을 제보함에 따라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A 씨가 조 씨의 그림을 몇 개나 어느 정도까지 그렸는지, 실제 이 작품이 판매됐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속초지청 관계자는 “A 씨가 그린 그림을 조 씨의 작품으로 비싸게 판매됐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A 씨 자신도 어떤 그림이 얼마에 팔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A 씨와 조 씨에 대한 소환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씨 측은 그림을 의뢰한 것은 맞지만 A 씨는 자신의 조수로서 지시한 것을 그려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 씨는 “오리지널 그림을 찍어서 A 씨에게 보내면 똑같이 그려서 다시 보내주고 내가 손을 봐서 사인을 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그림에 대한 판례를 검토한 결과 그림이 음영, 붓의 터치 등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컨셉을 제공하더라도 그리는 사람이 아이디어에 따라 다르게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컨셉 제공자가 그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씨는 A 씨에게 그림 1장당 10만~20만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그림이 “1000만 원, 2000만 원 정도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A 씨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다 2008년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 갤러리 U.H.M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 씨의 ‘조영남 그림 그리다’전은 전격 연기됐다. U.H.M 관계자는 “대작 의혹 문제가 터져 전시를 연기하기로 하고 그림은 일단 다 내려놓은 상태”라며 “추후 전시 일정은 경과를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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