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5>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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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禍: 재화 화 莫: 없을 막 大: 큰 대 於: 어조사 어
不: 아닐 불 知: 알 지 足: 만족할 족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으로 ‘지족(知足)’이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정해진 사안에 대해 만족감을 갖는다는 의미다. 이 말은 한비자 유로(喩老)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지백(智伯)은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병합하고 조(趙)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한(韓)나라와 위(魏)나라가 지백에게서 등을 돌려 지백의 군대는 진양(晉陽)에서 패했다. 결국 지백은 고량(高梁) 동쪽에서 죽었으며 영토는 마침내 세 나라로 나누어졌고 그의 머리는 잘려 옻칠이 된 다음 요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지백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그 자신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고 백성들 역시 갈기갈기 찢어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한비는 하나의 비유를 더 들어 보여준다.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황하(黃河)와 형옹(衡雍) 사이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손숙오(孫叔敖)에게 상을 주려고 하자 손숙오는 한수(漢水) 부근의 모래와 자갈이 있는 토지를 청했다고 한다. 그 당시 초나라의 법에는 신하에게 봉록을 줄 때 두 세대를 지난 후에는 영토를 회수하도록 돼 있었는데 오직 손숙오만은 계속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토지를 회수하지 않은 까닭은 그 땅이 척박했기 때문이고 손숙오가 아홉 대까지 제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숙오의 처신은 우리에게 무리한 욕심이 덧없음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욕심이 없을 때 화는 피해가고 복이 굴러오기 마련이고 마음을 텅 비울 때 닥쳐온 위기도 쉽게 넘길 수 있는 법이다.

물론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이면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이 말은 어찌 보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모든 것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한비의 말처럼 ‘상대방에게 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때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일을 시작하면서도 큰 공을 세우는 미명(微明)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 한비의 통찰력이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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