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1>상병벌모(上兵伐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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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上: 위 상 兵: 병사 병
伐: 칠 벌 謀: 꾀할 모

교묘한 전략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란 뜻으로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나오는 말이다. ‘모(謀)’는 책략 혹은 전략이며 ‘벌(伐)’은 ‘공(攻)’과 마찬가지로 공격을 뜻한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보았다. “상책의 용병은 적의 계략을 공격하는 것이며, 그 차선은 적의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 정책은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아래의 정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여기서 손자는 ‘벌모’ ‘벌교’ ‘벌병’ ‘공성’의 순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밑의 단계로 내려갈수록 희생만 커지고 성과가 없어진다. 이는 손자가 말한 ‘비전(非戰)’ ‘비공(非攻)’ ‘비구(非久)’의 삼비(三非) 원칙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의 침략 의도를 꺾는 용병법이다.

‘벌모’란 상대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때로는 위협하고 때로는 이간질하고 때로는 유혹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모략을 의미한다. 사방이 제후국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튼튼한 연맹을 맺는 ‘벌교’ 역시 ‘벌모’ 못지않게 중요하다. ‘벌교’란 다른 제후국들이 아군의 전술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게 만들어 이쪽의 틈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군의 외교전술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쟁을 결정하면 성문을 걸어 잠그고 통행증을 폐기하여 적국의 사절이 외교적인 접근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외교가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도 있듯 승리의 보조수단으로 외교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손자는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벌병(伐兵)을 외교 다음의 대응책으로 삼았고 피해는 크되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공성(攻城)을 최하위에 두었다. 성을 오르는 병사들을 ‘의부(蟻附)’, 즉 개미떼로 비유하면서 무능한 장수가 병사들을 하찮은 미물로 여기고 치르는 무모한 전쟁법이라고 보았다. 손자가 ‘모공’ 편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완전한 승리란 ‘나라를 온전하게(全國)’ 유지하면서 이기는 것이지 ‘나라를 파괴하는(破國)’것은 차선책인 것이다.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란 단지 용병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적용되어야 하는 최상의 비책인 셈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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