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 즉 하늘의 이치가 옳은지 그른지 헷갈린다는 뜻으로 얄궂은 세상의 이치를 한탄하는 말이다. 삶의 정도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벌을 받고 그렇지 못한 자들이 별 탈 없이 살 수도 있다는 불공정한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한 말인데, 사마천이 예로 든 자들은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과 극악무도한 도적으로 알려진 도척(盜척)이었다. 청빈한 삶 속에서 스승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학문의 즐거움을 몸소 실천해 현자(賢者)로 불린 안연은 이른 나이에 요절한 반면 사람의 간을 회로 먹고 온갖 몹쓸 짓을 한 도척은 천수를 누렸다.
사마천 자신 역시 사관으로서 나름의 소명의식을 갖고 살았지만, 친구를 변호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겪었던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겼다. 사마천은 이런 세상을 안타까워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하였건만 굶어 죽었다. (중략)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고 즐겁게 살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사기 ‘백이열전’)
사마천의 푸념이 오늘의 이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들리는 것은 유독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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