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83>위고금다(位高金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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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位: 자리 위 高: 높을 고 金: 쇠 금 多: 많을 다

출세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사기 ‘소진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백수였던 소진이 우여곡절 끝에 합종을 성공시키고 6개국의 재상이 되자 천하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소진은 북쪽으로 조趙나라 왕에게 일의 경과를 보고하러 가는 길에 낙양을 지나게 되었다. 짐을 실은 수레가 끝도 없이 펼쳐졌으며, 제후들마다 소진을 모시려고 사신을 보내오기도 하고 전송하는 자가 많아 군주의 행차에 견줄 만할 정도였다. 옛날, 자신을 그토록 무시했던 주周나라 현왕(顯王)도 이런 소문을 듣고 두려워 소진이 지나가는 자리는 깨끗이 쓸도록 하고 교외까지 사람을 보내 맞이하고 위로하도록 했다. 때마침 그는 형님 집 앞을 지나면서 옛 생각이 나 잠시 들러 보기로 했다. 그런데 늘 자신을 비웃던 소진의 형제와 아내, 형수가 곁눈으로 볼 뿐 감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하며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하니 소진이 웃으면서 형수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전에는 오만하더니 나중에는 공손합니까?(何前倨而後恭也)”

이 말에 형수는 어쩔 줄 몰라 몸을 굽혀 기어 오다시피 하면서 얼굴을 땅에 대고 과거 자신이 업신여겼던 소진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서방님의 지위가 높고 금전이 많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見季子位高金多也)”

그러자 소진은 한탄했다. “이 한 몸도 부귀해지자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업신여기는데, 하물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만일 나에게 낙양성 주변에 밭이 두 이랑만 있었던들 어찌 여섯 나라 재상의 인수를 찰 수 있었을까!(此一人之身, 富貴則親戚畏懼之, 貧賤則輕易之, 況衆人乎. 有(낙,락)陽負郭田二頃, 吾豈能佩六國相印乎)” 그러고는 천금을 풀어 일족과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가난과 굴욕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푸념 속에 세상 그 누구도 결과만을 기억한다는 세태가 서글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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