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7>강안여자(强顔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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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强: 굳셀 강 顔: 얼굴 안 女: 계집 녀 子: 아들 자

뻔뻔하고 수치심을 모르는 여자라는 의미로 추녀(醜女)의 대명사다. 강안(强顔)은 후안(厚顔), 철면피(鐵面皮)와 같은 말이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 ‘잡사(雜事)’편에 나온다. 제나라에 한 추녀가 살았는데 깊숙이 파인 눈에 코는 하늘을 향해 쳐들려 있고 목은 두툼하고 머리숱도 적었다. 굽은 허리에 돌출된 흉부, 옻칠을 한 듯한 검은 피부, 떡 벌어진 골격과 툭 튀어나온 목젖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출신 지방 이름을 따 ‘무염녀(無鹽女)’라고 불렀다. 그녀는 서른이 넘도록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선왕(宣王)이 있는 궁을 찾아가 왕을 뵙기를 청했다. “저는 제나라에서 팔리지 않는 여자입니다. 군왕의 성스러운 덕에 힘입어 원컨대 후궁(後宮)의 청소나 하면서 대궐 바깥문 밖에 머물고 싶습니다. 왕께서는 허락해 주십시오.” 이 말을 선왕에게 전하자 마침 궁궐 뜰에서 선왕과 함께 술을 마시던 대신 가운데 입을 가리고 크게 웃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러자 선왕은 좌우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천하에서 굳센 얼굴을 가진 여자다(此天下强顔女子也).”

얼마 후 선왕은 그녀를 불러 자신이 만승(萬乘)의 제왕이 되고자 한다고 하자 그저 ‘위태롭습니다. 위태롭습니다(殆哉, 殆哉)’라는 말을 네 차례나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궁금하여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초나라와 진나라 등 지리적 요건이 좋지 않고 간신이 많으며 선왕의 나이 마흔에도 장남을 세우지 않아 사직이 불안정한 것, 현인들은 산림에 은둔해있고 거짓되고 사악한 신하만 조정에 득실거려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점, 조정에선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여악(女樂)과 배우들의 웃음소리가 그침이 없어 국가의 기강이 세워지지 않는 점 등 네 가지 위태로운 상황을 열거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선왕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선왕은 즉시 그녀가 지적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행해 국정을 안정시켰으며 그녀를 왕후(王后)로 맞이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한자#강안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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