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8>초법엄형(초法嚴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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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초: 준엄할 초 法: 법 법 嚴: 엄할 엄 刑: 형벌 형

엄격한 법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초법각주(초法刻誅)’와도 유사한 말로서 한비의 말이다. “열 길 높이의 성곽을 누계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가파르기 때문이고, 천길 높이의 산에서 다리를 저는 양을 쉽게 사육할 수 있는 것은 평평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왕은 그 법을 준엄하게 하고 형벌을 엄하게 하는 것이다(十인之城, 樓季弗能踰者, 초也; 千인之山, 跛J易牧者, 夷也. 故明主초其法而嚴其刑也).”(한비자 오두 편)

즉 한비의 요지는 군주가 경계할 것이 관용이라는 것으로 군주가 어설픈 감정에 휘둘려 위법한 행위를 한 자들을 용서하는 일이 없어야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사상의 핵심 개념인 ‘인(仁)’이니 ‘덕(德)’이니 ‘서(恕)’와 같은 것들에 주목하지 않았던 한비는 성질이 나쁜 어린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아이의 부모가 몹시 걱정을 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마을 사람이 나무라도 소용없으며, 소위 어른이 타일러도 아랑곳없는 아이는 관청에서 관리가 나와 못된 자를 찾고 있다고 말하는 강압을 행사해야만 두려운 마음에 자신의 잘못을 고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가 사랑으로 감싸기보다는 관청의 엄벌이 더 큰 교육적 효과를 발휘한다는 논지다.

그래서 현명한 군주는 ‘초법엄형’이라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준엄한 법집행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포상(褒賞) 역시 정확하고 후하게 주어야 하며 그 대상은 결코 친소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백성들이 속으로 믿고 있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며 군주를 위해 기꺼이 충성할 자세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한비의 이 말이 상징하는 섬뜩함과 폭압성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생존과 패망으로 각인되는 당시의 무질서를 탈피하기 위한 강력한 카리스마형 제왕학을 구축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당시의 군주 역시 생존을 위해, 시해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존재였기에 말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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