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5>부본엽요(부本葉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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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부: 칠 부 本: 근본 본 葉: 잎 엽 搖: 흔들 요

다스리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무를 흔들 때 한 잎 한 잎 끌어당기면 힘만 들뿐 전체에 미치지 못하지만 뿌리를 좌우에서 친다면 잎이 전부 흔들리게 될 것이다(搖木者一一攝其葉, 則勞而不변, 左右부其本, 而葉변搖矣).”(한비자 ‘외저설우하’ 편)

군주가 아랫사람을 다스릴 때는 근본을 장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보자. 수레몰이의 명수 조보(造父)가 마침 밭을 매고 있는데,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수레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말이 놀라서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들은 수레에서 내려 말을 끌고, 아버지도 내려서 수레를 밀며 조보에게 수레 미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조보는 요령을 발휘하여 고삐를 당기며 채찍을 들기만 하고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말로 하여금 달려 나가게 했다. 군주는 조보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엽(枝葉)에 얽매인 사례다. 전영(田영)이 제나라의 재상으로 있었을 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간언했다. “한 해 동안의 예산보고를 임금님께서 며칠을 두고서 손수 밝히시지 않으시면 관리의 부정과 선악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수긍했다. 전영이 이 말을 듣자 왕에게 회계감사를 해 볼 것을 요청했고, 왕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영은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 서명한 문서에 미곡의 수량을 기재하게 하고, 소상하게 보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계산이 너무 복잡하자 왕은 제대로 듣지 못하여 속아 넘어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했는데도 일은 안 끝나자 전영이 말했다. “이 서류는 온 신하가 1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일입니다. 왕께서 하룻밤을 새우면서 들으시게 되면 신하가 감격하여 더욱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왕은 알았다고 대답은 했으나 마침내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자 관리는 칼로 문서의 미곡 계수(計數)를 긁어내어 사기를 치고 말았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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