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9>일음삼백배(一飮三百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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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一: 한 일 飮: 마실 음 三: 석 삼 百: 일백 백 杯: 잔 배

술과 달을 좋아했던 광인(狂人). 두보와 더불어 당시의 양대 거목이었던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나오는 구절로 호기로운 음주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장진주는 장편의 악부시(한시의 한 형식). 앞부분을 음미해 보자.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내려와/ 마구 흘러 바다에 들어가서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높은 집 맑은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하는 모습을/ 아침에는 검은 비단실 같더니 저녁에는 눈빛처럼 흰 것을/ 인생에서 뜻 얻으면 한껏 즐길지니/ 황금 술잔 들고 공연히 달을 마주하지 말라/ 하늘이 나 같은 재목을 낸 것은 필시 쓸모가 있음이오/ 천금을 다 써 버리면 또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법/ 양을 삶고 소를 잡아 한바탕 즐기련다/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이지(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이백의 거의 모든 기질을 보여준다는 이 시는 세상만사의 근심을 떨치고 좋은 벗과 함께 술 한잔 마시며 인생의 흥을 즐겨 보자는 남성다운 필치로 전개되고 있다. 이백의 호방함은 변화무쌍한 심리, 역동적인 삶에 대한 감성의 떨림이 교묘한 상관관계를 이루면서 이 작품을 중국 최고의 음주시로 거듭나게 했다.

호방함 속에 가려진 인생에 대한 회한과 초라해지는 자신의 몰골을 술로 달래려는 서글픔은 굽이쳐 도도히 밀려오는 황하의 물결과는 상반되는 듯하다. 오히려 호방한 기세와 달리 회한의 감정을 술로 달래려는 비련의 정서가 스며 있다. ‘필유용(必有用)’이란 시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이백의 외침이 바로 ‘일음삼백배(一飮三百杯)’에 담겨 있다. 그러고는 다시 이 시의 마지막 구절 “그대와 함께 마시며 만고의 시름 없애려 하노라(與爾同銷萬古愁)”라는 시구를 통해 용솟음치는 감정의 울림을 솔직담백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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