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5>거불피수, 거불피자(擧不避수, 擧不避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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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擧: 천거할 거 不: 아니 불 避: 피할 피 수: 원수 수 子: 아들 자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 인재를 추천하라는 뜻으로 한비자 ‘외저설좌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는 이런 예를 들었다.

중모(中牟)라는 현에 현령이 없었다. 진나라 평공(平公)이 집정대부(執政大夫) 조무(趙武)라는 이에게 물었다. “중모는 우리나라의 중심지이며 한단(邯鄲)으로 가는 관문이오. 과인은 그곳에 훌륭한 현령을 두고 싶소. 누구를 시키면 좋겠소?”

조무가 말했다. “형백(邢伯)의 아들이 좋겠습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 조무가 말했다.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들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평공이 다시 물었다. “군주가 보물을 보관하는 곳인 중부(中府)의 현령으로는 누구를 시키는 것이 좋겠소?” 그러자 조무는 “신의 아들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 46명을 추천했는데 후일 그가 사망하자 조문을 하러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평공이 신하들에게 누가 가장 뛰어나냐고 묻자 숙향(叔向)이란 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조무는 서 있는 모양이 빈약하고 의복도 격에 맞지 않으며, 말도 달변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수십 명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조정에서는 그를 믿고 있습니다. 조무는 평생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으며, 죽을 때는 자기 자식의 장래도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슴없이 그를 현인이라고 말합니다.” 조무는 사사로운 관계를 따지지도 않았고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오직 그 일에 누가 적합한지만 고민했던 것이다.

모든 조직의 발전과 몰락은 인사와 관련이 있다. 낙하산 인사니 온정주의 인사니 하는 말이 난무하는 것도 공정성과 객관성의 잣대를 적용하지 않아 생기는 얘기다. 조직의 구성원을 진심으로 설득하려면 원수든 아들이든 오로지 일에 적합한지만을 따지고 임명하는 원칙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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