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단은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3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176수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로서 나머지 4, 5국과 상관없이 이번 매치의 승자는 알파고가 됐다. 상금 100만 달러는 알파고의 몫이 됐으며 이는 자선단체 등에 기부된다.
흑을 잡고 둔 이 9단은 초반부터 알파고를 상대로 치열한 몸싸움을 이어갔으나 알파고의 정확한 수비에 막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불리해졌다.
이 9단은 중반 한 때 알파고의 낙승이 예상될 정도로 뒤졌다. 하지만 이 9단은 하변 백 진에 뛰어드는 승부수를 던지며 바둑을 혼돈으로 이끌었다. 이 9단의 현란한 수법에 결국 엄청난 크기의 패가 생겨 한 때 이 9단이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팻감 부족으로 인해 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1,2국에서 패가 나지 않아 알파고가 패를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날 대국에선 패싸움을 꺼리긴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정확하게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만수 9단은 “오늘도 알파고에게 졌지만 알파고를 이길 실마리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며 “알파고에게 계속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해 시간을 많이 쓰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욱 8단은 “지금과 똑같은 조건으로 한다면 인간 최고수가 50% 이상의 승률을 올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한 판 이기는 걸 목표로 삼아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4국은 13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17보(170~176)
백은 자체 팻감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궁금한 패가 드디어 났는데 알파고가 패가 났을 때 잘 못 두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알파고는 이 패를 졌을 때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알파고가 백 174로 패를 걸어갑니다. 이것도 물론 처음입니다. 패는 약점이 아닌 걸로 결론났습니다. 이 9단이 돌을 거뒀습니다. ○ 16보(157~169)
변화는 만들어졌습니다. 여전히 불리합니다만 희망의 불빛이 희끄무레하게 보입니다. 불굴의 투혼입니다. 알파고의 안전심리가 빚어낸 상황입니다.
하변에서 천지대패가 났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어딥니까. 이세돌 9단은 우변에서 팻감을 씁니다.(흑 161) 알파고는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흑은 163으로 패를 따냅니다. 백 알파고가 164로 단패를 만듭니다. 흑도 165로 이어 패를 계속합니다. 이세돌 9단의 알파고의 약점을 드디어 알아내나요. 인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알파고에겐 일어납니다. 계속 패가 이어집니다. ○ 15보(151~156)
알파고가 패를 따내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하변에서 흑이 살지 못해도 끝내기 상으로는 큰 득을 봤습니다.
프로기사는 잡으러가는 게 쉬운데 알파고는 그게 어려운가 봅니다. 감히 인간의 대마를 잡을 수 없다는 건가요. 알파고가 계속 물러서면서 하변에서 사건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그게 물론 승패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흑 153.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계속 패를 따내라고 강요합니다. 고민하던 알파고, 백 154로 패를 따냅니다. 1~3국 동안 패를 따내는 것은 처음입니다.
중반에선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이젠 희망의 빛이 약간 보입니다. 알파고가 이런 데서 약한가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패는 안타깝게도 이세돌 9단의 팻감이 없어 잘 안됩니다.
흑 155의 단수치고 백 156으로 나갑니다. 손에 땀을 쥡니다. 여기선 거의 외길인데요. 어쨌든 흑이 많이 따라잡은 건 사실입니다. ○ 15보(140~150)
이세돌 9단이 팻감 부족으로 패를 안 하고 버팁니다. 이현욱 8단에 따르면 패를 하면 오히려 국면이 깔끔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서 선택안한 거 같습니다.
아 여기서 또 흑 145가 예상못한 수입니다. 수가 잘 되는 모습은 아닌 거 같은데 하여간 복잡합니다. 드디어 패가 납니까. 이건 패 모양이 되는 게 99%입니다. 자 147로 드디어 패 모양이 났습니다. 이거 역시 많이 늘어진 패로 승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습니다. 하지만 패로 인해 알파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와, 진짜 패를 안 합니다. 갑자기 상변으로 달려갑니다. 백 148은 무슨 의미일까요. 김만수 사범은 이창호와 같은 수라고 높게 평가합니다. 패가 날 경우 팻감을 없애는 수라는 겁니다. 하여간 승패를 떠나 이렇게 복잡한 국면으로 이끌어가는 이 9단의 능력은 놀랍습니다.
흑 149 역시 복잡한 수인데… ㅎㅎ 정말 막판에 재미있게 국면이 진행됩니다. 백 150는 당연한 수. 여기서 흑의 다음 선택은?
○ 14보(130~139)
이세돌 9단의 승부수 겸 테스트하는 수가 이어지고 있다. 백 130이 최선의 수. 알파고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세돌 9단 마지막 초읽기. 알파고는 37분 남았다.
이세돌 9단은 사방을 정리하지 않은 채 복잡한 길을 찾습니다. 흑 131 역시 함축적인 수입니다. 알파고의 능력을 보려고 합니다. 이런 데서 수가 난다면 알파고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알파고를 괴롭힙니다. 알파고가 감정이 있다면 징글징글하다고 느낄 겁니다. 느끼지는 못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알파고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용량을 쓰도록 합니다.
아무리 해도 완벽하게 수가 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이득을 보는 정도로는 안되고요. 묘수 한방을 기대하고 싶은데 쉽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정도까지 만든 이세돌 9단의 능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흑 137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아 , 백 138이 뭔가요. 이건 패가 나는데요. 하지만 팻감이 없습니다. 해설장에선 잠시 패가 나면 희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았습니다만 팻감이 없어 안된다고 합니다. 아쉽습니다. ○ 13보(125~129)
이세돌 9단, 하변으로 뛰어듭니다. 흑 125는 최후의 승부수입니다. 터무니없는 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평소라면 쓰지 않는 수입니다. 백 126으로 다가옵니다. 평범하지만 당연한 수입니다. 이 9단 제한 시간 1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갑니다. 1분 초읽기 1번을 사용합니다. 흑 127. 가장 변화의 확률이 높은 수이긴 합니다. 알파고의 위기 관리 능력이 어떤지 시험합니다.
4,5국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알파고를 최대한 테스트 해보려는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봅니다. 이 9단도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겁니다.
구글 측이 그동안 알파고의 실력을 숨겨왔기 때문에 1~3국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간입니다.
백 128은 가장 변화를 줄이는 수입니다. 패를 피하는 수이기도 합니다.
흑은 129로 붙여갑니다. 이게 역시 복잡한 변화를 유도하는 수입니다. 이 9단 승부를 떠나 알파고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 12보(116~124)
조금 전 이세돌 9단의 흑 115는 지금처럼 백 116으로 두면 손해이긴 합니다. 하지만 흑 115는 체면을 버린 겁니다. 이 9단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이게 바둑 게임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00대의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알파고와는 달리 이세돌 9단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외롭게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 바둑은 알파고가 거의 완벽하게 두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의 잇단 도전을 물리치고 있는 거죠.
이 9단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이 9단 좌하에서 단수칩니다. 알파고 패를 잇나요. 아니면 패를 하나요. 이 9단이 테스트 해봅니다. 인간이 백이라면 좌상과 좌하에서 양패를 만들어 버립니다. 흑이 매우 곤란합니다.
알파고는 그러나 백 124로 패를 하지 않고 우상 쪽을 잇습니다. 우변을 살리는 수. 모든 변수를 없앱니다. 이로서 이겼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걸로 백이 유리합니다. 이세돌 9단 힘을 내야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합니다.
알파고의 돌을 대신 놓는 구글 연구원 아자 황도 표정이 없다는 얘기에 공개해설장에 오랜만에 웃음이 나옵니다.
여기서 이 9단의 다음 수가 어렵습니다. ○ 11보(105~115)
흑 105가 유일한 삶의 급소. 이걸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흑이 살면 백 대마도 살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반상의 변수가 거의 사라집니다. 이 9단은 그렇게 만들어주기 싫은 겁니다. 그러나 흑 107로 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9단이 이리저리 분투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알파고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좌상 흑의 사활을 미끼로 백 대마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백 112에 정상적으로 하면 귀에 가일수해야 하는데요…이세돌 9단이 생각하는 건 귀는 손빼도 어차피 패이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보는 걸 연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역시 손을 빼고 흑 113으로 붙여갑니다. 우변에서 뭔가 한 건하는 게 목표입니다. 백 114로 나옵니다. 바꿔치기 하겠다는 겁니다.
아. 이 때 흑 115. 이세돌 9단의 표정이 “내가 이렇게까지 둬야 하나”라는 겁니다. 같은 프로기사라면 안 둡니다. 꼼수거든요. 그냥 던지고 말지. 이세돌 9단이 꼭 이기고 싶은 겁니다. ○10보(96~104 )
알파고 백 96으로 하변을 지킵니다. 하변이 모두 집이 되면 흔히 ‘통집’이라고 부릅니다. 무려 55집에 달합니다. 다른 곳과 덤까지 합치면 백 집이 72집 정도 됩니다. 흑 집은 50여집 정도. 집 계산 상으로는 많이 졌습니다.
흑 97로 붙일 때 백 98이 의외입니다. 이걸로 이겼다고 보나요. 그냥 늘어두는 것보단 손해인데요, 이세돌 9단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두지 않고 복잡하게 둘까요.
그러나 받아둡니다. 이현욱 8단은 “이건 이세돌 9단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공격적 자세와는 달리 갑자기 수비로 돌아선 것이 의아하다는 겁니다. 점점 알파고가 100%의 계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 시간 안에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대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하변에 뛰어들어 살아야 하는데요. 이건 비슷한 수준의 프로기사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백 104로 좌상 흑 사활을 추궁합니다. 역시 괴로운 응수타진입니다.
○9보(87~95)
이세돌 9단, 승패를 떠나 정말 대단합니다. 승부사 맞습니다. 어떻게든 알파고를 괴롭힙니다. 그게 승부사의 미덕이죠. 상대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둔다면 승부사는 그것을 거슬러 둔다는 겁니다. 이 9단은 집 싸움으로 승부하는 것을 버렸습니다. 올인 작전으로 나선 겁니다. 이게 기계와의 싸움에선 맞다는 거죠. 존 코너의 한 방 작전으로 보입니다.
백 88. 우변을 벌리자 이세돌 9단은 우하 흑을 돌보지도 않습니다. 여기도 결정을 짓지 않습니다. 이 9단은 무조건 모양을 결정짓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그게 알파고에게 부담을 준다는 겁니다.
백 90. 알파고 냉정합니다. 중앙 백이 위험하다고 보고 지킵니다. 그곳을 흑이 선수로 할 찬스가 있었는데요,
흑 91. 귀로 들어가서 살아둡니다. 이제와서 거기가 잡히면 바둑이 끝입니다. 이 바둑은 이 9단이 집으로는 이기기 힘듭니다. 흑 95까지 귀를 살렸습니다. 이제 중반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데요, 이 9단이 불리합니다. 우변에서 뭔가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8보(77~86)
이세돌 9단이 정말 뜻밖의 수를 둡니다. 흑 77로 우변에서 붙인 것은 승부수 같아요. 흔히 얘기하는 흔들기인데요. 이쪽에서 벽을 쌓고 중앙 백 대마를 노리겠다는 겁니다. 백 78로 젖힙니다. 흑79는 당연한 수. 만약 여기서 백이 끊으면 패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가 패를 싫어한다면 이을 수도 있습니다. 알파고의 특성이 드러날까요. 예상대로 입니다. 백 80으로 위에서 단수를 칩니다. 이세돌 9단은 흑 81로 잇습니다.
여기서 위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알파고는 아래(백 82)를 잇습니다.
어, 흑 83은 완전한 무리수 인데요. 중앙 백 대마를 잡으러 간다는 뜻이 아니면 완전 손해수입니다. 이건 완전히 이 9단이 작정하고 둔 수입니다. 이게 통한다면 이 9단의 대 알파고 전략입니다. 알파고를 파악한 겁니다. 인간끼리는 절대 둘 수 없는 수입니다. 불리하더라도 난전을 꾀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안둬줍니다. 알파고는 백 86으로 쉽게 둡니다. 역시 몸싸움을 싫어한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7보(61~76)
이 9단 흑 61로 일단 넘어갑니다. 알파고는 선수가 되는 곳을 미리 결정해 둡니다. 지금 백 62와 같은 곳입니다. 프로들은 안 두는 곳이죠. 왜냐면 나중에 팻감 등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알파고는 다릅니다. 수를 계산할 곳을 가급적 줄이는 것. 즉 선수가 되는 공배는 미리 둬서 탐색할 수의 범위를 좁히는 겁니다. 그게 팻감 이런 것 따지는 것보다 컴퓨터 입장에선 좋은 거죠.
백 64로 뛰어 나갑니다. 뭐 무난한 수입니다. 이렇게 둬서 알파고가 나쁘지 않습니다.
인간 입장으로는 답답한데요. 바둑이 아니라 돌 메우기 게임을 하는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보다 잘 둔다는 사실이 괴롭긴 한데요.
흑 69로 중앙을 나갑니다. 흑은 어쨌든 계속 몸싸움을 합니다. 어떻게든 모양을 결정짓지 않고 복잡하게 둬 나가야 알파고에게 부담을 줍니다.
알파고는 모양을 빨리 결정지으려고 하는데 이세돌 9단이 어떻게든 모양을 복잡하게 만드려고 합니다.
백 66도 부드럽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거죠. 이현욱 8단은 지금부터 5~10수가 바둑의 골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이 9단의 행마로 보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중앙 백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세돌 9단은 우하 귀를 건드려봅니다. 알파고는 패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여기서 따내면 이세돌 9단은 패를 하자고 할 겁니다. 백 76으로 따냈네요. 이세돌 9단은 패를 하겠죠.
○6보(52~60)
이세돌 9단이 좋은 환경이 아닌데도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뼈를 묻겠다는 뜻입니다. 지금 타협해서 평범하게 가면 어차피 진다고 보는 겁니다. 이 9단의 외롭고도 절박한 심정이 안타깝습니다. 짠합니다.
백 52로 가볍게 뛰어둡니다. 백이 지금 유리하다는 건…백은 흐름에 맞게 행마를 하고 있는데 흑은 어딘지 흐름을 거스르는 행마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파고의 이상한 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세돌의 강수를 잘 맞받아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시간도 이세돌 9단 편이 아닙니다.
흑 53, 백 54를 교환한 뒤 다시 고민합니다. 이세돌 9단 제한시간이 5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흑 55. 괴로운 한 수입니다. 흑의 입장에선 상변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를 엮어야 하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고 보고 포기한 수입니다. 이런 수를 둘 때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백 56으로 한 칸 뛰는 건 예상된 수인데 여기서 이 9단이 흑 57 급소를 두어 갑니다. 바둑을 지더라도 여기는 놓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백 58 싱겁습니다. 하지만 알파고 계산으로는 이렇게 둬서 이긴다는 겁니다. 연결하는 수인데요…유리한 장면에서 더 싸우지 않고 그냥 지키는 겁니다.
흑 59. 좌변을 넘어가면 부분적으로 이득인데 이렇게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알파고를 시험합니다. 백 60. 빈삼각 모양입니다. 알파고는 빈삼각 잘 안둔다고 알려져 있는데 급하니까 두네요. 좋은 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5보(41~50)
흑 41 이후 빠르게 진행됐는데요. 흑의 실속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알파고가 부분 전투를 잘합니다. 참 잘 둡니다.
백 48까지 이세돌 9단이 변화를 구했지만 딱히 얻어낸 게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상변에서 흘러나온 백 대마를 봉쇄하는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흐름이 흑이 좋지 않습니다.
이 9단의 다음 수가 궁금합니다. 벌써 1시간 가까이 쓰고 있는데요. 알파고는 25분만 사용했고요.
보통 강자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요, 상대인 강자가 이상한 수를 둬도 그게 무슨 의도가 있을 거야 라고 피하거나 잘못 응수하는 것을 말하는 데요. 이번 대결은 알파고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알파고가 둔 수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계속 생각하는 건데요. 그걸 의식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세돌 9단 괴로워 합니다. 아, 지금 뒀습니다. 흑 49. 굉장한 강수입니다. 백 50 선수하고 흑 51로 받을 때 알파고가 다음 수를 생각합니다. ○4보(31~40)
이현욱 8단은 백 30을 실수라고 합니다. 잇는 수가 정수이라는 거죠. 여러 뒷맛을 고려하면은요. 알파고의 이상한 수가 좋은 수로 포장된 적이 많은 데요. 알파고도 실수를 합니다.
이세돌 9단 흑 31로 시원하게 뛰어 둡니다. 흐름은 나쁘지 않아요.
백 32 밭전자 행마. 이것도 예상 밖의 수입니다. 인간 프로기사들의 머리에선 쉽게 떠오르지 않는 수죠. 이현욱 8단은 “프로도 떠올리긴 어렵지만 좋은 수 맞습니다”라고 합니다.
흑 33. 두텁게 꼬부려나오는데 이 수를 두고 이세돌 9단 화장실을 갑니다.
백 34로 밀어 올립니다.
화장실 간 이세돌 9단 아직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알파고는 화장실을 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이 화장실 갈 때는 시간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흑 35는 최강수. 이세돌 9단이 바로 두는 걸로 봐선 수읽기가 이미 된 것 같습니다. 이 강수가 통할까요.
백 36. 날일자로 건너갑니다. 타협하자는 거죠. 그러나 이세돌 9단이 타협책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흑 37로 강하게 붙여 갑니다. 여기서 승부를 보자. 초반에 한번 붙어보자는 뜻입니다. 어, 알파고는 계속 타협안을 내놓습니다. 백 38이 가장 안전한 수인데요. 흑 좌상 귀는 살아있고요.
알파고가 부분적 수읽기는 굉장히 강한데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으니까요. 백 38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면 두렵습니다.
어쨌든 이 9단은 흑 39, 강공일변도입니다. 물러서지 않습니다.
백 40의 단수. 이것도 의외이긴 하네요. 이 9단 바로 두려고 합니다. ○3보(21~30)
어쨌든 초반부터 복잡한 진행입니다. 요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이세돌이 인류 지도자 존 카너 이고 알파고가 스카이넷 이라는 거죠. 당시 영화 홍보문구에 ‘피도 눈물도 감정도 없는 스카이넷’이란 표현이 있다는데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알파고의 1200대 컴퓨터와 홀로 싸우고 있습니다. 영화 얘기를 또 하자면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와 무한 복제되는 스미스 요원의 대결이 있죠...그런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이 9단이 장고 끝에 흑 21로 중앙을 늘어둡니다. 꼿꼿합니다. 자...백의 곤마가 생겼는데 물론 잡힐 돌은 아니지만 알파고의 타개 실력을 봐야합니다.
백 22, 흑 23은 예상된 진행이고요. 지금까지 흑백 간에 실수라고 보이는 수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알파고는 자꾸 모양을 빨리 결정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탐색의 확률을 줄이려고 하는 거죠. 돌이 많아지면 확률 계산이 쉬워져 유리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프로들이 볼 때는 이상한 수를 자꾸 두는 겁니다. 이걸 자꾸 미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알파고가 잘 두긴 하지만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파고는 이길 확률을 높이는 수만 찾아 둘 뿐입니다. 100%짜리 수만 두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분명 약점은 있습니다.
이세돌 9단 장고합니다. 초반부터 시간을 많이 씁니다. 알파고보다 10분 이상 많이 쓰고 있습니다. 후반에 완벽한 알파고를 상대로 초반에 확실한 우세를 잡아놓자는 뜻입니다.
흑 27. 백을 중앙으로 몰아냅니다. 알파고도 한 칸 뛰어 탈출하고 이 9단은 호구 자리(흑 29)를 둡니다.
이세돌 9단은 1995년 입단해 22년차입니다. 지금 바둑은 이 9단이 입단 초기 때 둔 바둑이라고 보면 됩니다. 흑이 백을 거세게 휘몰아치려고 하는 겁니다. 백 30은 보통 잇는 건데 조금 다르게 둡니다. 이게 승리 확률이 높다는 건가요? 어렵습니다. ○2보(11~20)
알파고가 두는 약간 이상한 수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습니다. 초반엔 승률이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 중에서 랜덤하게 고릅니다. 이세돌 9단은 흑 11로 큰 모양을 만듭니다. 이게 이 9단의 구상이죠. 큰 모양을 만들어 알파고로 하여금 침입하게 만드는 것. 그게 알파고를 괴롭히는 길입니다.
백 12로 좌상귀에 걸칩니다. 일단 흑세력 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세돌 9단이 바로 흑 13에 둡니다. 이건 아마 예상했던 수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진 이 9단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
알파고의 백 14…프로의 행마입니다. 아, 이 9단 바로 최강수를 날립니다. 흑 15. 백의 연결을 끊겠다는 겁니다. 1,2국을 보면 알파고가 돌의 연결을 굉장히 중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결을 끊고자 하면 어떻게 두는지 보려는 것 같습니다.
백 16의 마늘모. 흑 15로 연결을 끊고자하는 의도가 성공했습니다. 이현욱 8단은 “복잡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단 백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다음 수는 뻔한데 이 9단이 의외로 장고하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이 9단의 표정이 굉장히 비장합니다. 눈도 약간 부은 듯 하고요. 이 9단의 스승인 권갑룡 사범은 대국 내내 공개해설장을 찾았습니다. 이 9단, 역시 당연한 수(흑 17)를 두네요. 그곳을 뚫지 않고는 얘기가 안됩니다. 알파고도 필연의 수순(백 18)으로 갑니다. 이현욱 9단은 “흑 19와 백 20은 예상되는데 그 다음수가 어려워 이 9단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1국에서 구글 측은 알파고가 한계치까지 이르렀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알파고가 1200여개의 cpu를 연결해 수를 탐색하는데요, 그 많은 용량을 거의 풀가동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도 그랬으면 합니다. 자 예상대로 됐습니다. ○1보(1~10)
이세돌 9단 똑같은 복장입니다. 짙은 감색에 하늘색 와이셔츠. 이 9단의 경기복과 마찬가지입니다.
흑 1은 우상 화점. 이 9단이 2국을 패한 10일 친한 후배 기사들과 밤샘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3국에서 먼저 두기 때문에 적극적인 포진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 2는 우하 화점. 1분 30초 걸렸습니다. 시간 사용은 1,2국과 똑같습니다. 이 9단은 빨리 흑 3(좌상 소목)을 둡니다. 역시 초반을 준비해온 느낌입니다.
백 4(좌하 화점)에 바로 흑 5로 걸칩니다. 초반에 시간을 덜쓰겠다는 의지 같습니다. 알파고는 평범하게 날일자로 받습니다.
아, 이 9단이 흑 7로 높은 중국식 포석을 둡니다. 1980년대 중국에서 처음 시도해 당시 대유행했으나 지금은 보기 드문 포진이죠. 이색적입니다. 알파고 백 8로 우상귀를 걸치는데요, 방향이 프로들이 두는 식은 아닙니다. 그러나 뭐 이상한 수는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이 생각합니다. 예상에 없던 수라는 거죠. 알파고는 승률이 비슷하면 랜덤하게 고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9단 날일자(흑 9)로 받네요. 알파고는 백 10으로 우하 눈목자 굳힘을 합니다…이것 역시 프로들은 두지 않는 수죠…^^
○대국전
지인이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세돌 9단에게 “5번 모두 져도 괜찮다, 힘내라”라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입니다. 져도 괜찮다. 자신의 바둑을 둬라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류 대표로 나선 이 9단을 응원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