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위협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현재 국내에서 지진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부터 지진 현장 체험 학습에 이르기까지 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초등 1, 2학년 교과서에는 지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관련 내용은 초등 3학년부터 과학 또는 체육 교과서에서 나오는데 대부분이 지진의 발생 원리나 피해 사례 등 ‘과학적 이론’뿐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실제 지진 발생 시 대처법은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탁자 밑으로 대피한다’나 ‘방석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공터로 이동한다’ 수준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부는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안전한 생활’ 과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등 1, 2학년부터 매주 1시간 안전 수업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부실 교육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전한 생활 수업의 기본이 될 교과서가 워낙 짧은 시간에 개발돼 내용과 삽화 등이 졸속이란 것이다.
실제 안전한 생활 교과서는 지난해 10월 집필진이 확정된 다른 교과서와 달리 올 1월에야 집필진이 정해졌다. 현장 검토본 역시 다른 개정 교과서는 이미 현장 검토가 끝났지만 안전한 생활은 이달 18일에야 교사연구회에 배포됐다. 현장 검토 마감은 11월 20일이고 12월에는 실제 인쇄에 들어가야 한다. 개발도, 검토도, 수정·보완도 제대로 이뤄질 여유가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안전한 생활 교과서 심의 관계자는 “처음 만들어지는 과목의 교과서인 만큼 다른 교과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잘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엉터리”라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지진 대비 훈련을 받을 만한 시설도 태부족이다. 현재 서울에는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과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 두 곳이 전부다. 지난해 보라매안전체험관 방문객은 14만8313명. 올해는 9월까지 11만1029명이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나들이’처럼 체험에 나선다. 그나마 학교장이나 교사가 관심이 있는 경우다.
또한 보라매의 경우 미취학 아동은 체험이 불가능하고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동반해야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광나루체험관은 6세 이상부터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미 11월 교육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하루 3회, 회당 180명만 교육이 가능하고, 체험 시설도 14년 이상 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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