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돼 버린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전문가들은 △지역 맞춤형 지진 대응계획 △정확한 재난 정보를 알려주는 알림 시스템 △개개인의 대응능력을 키워주는 안전교육 △지역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인 지진 검증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상 지진’에 대해 최고의 대응 역량을 보여 온 일본을 본받자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촘촘한 매뉴얼과 안전교육을 통해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개인의 목숨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예를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매뉴얼이나 지침이 없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학력시험인 대입센터시험 때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문제가 다른 추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 323쪽에 이르는 상세한 설명과 한글판 존재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도쿄방재’ 매뉴얼에 따르면 운전 중 지진이 발생하면 비상등을 켜면서 서서히 감속하고 도로 좌측(한국은 우측)에 차를 세운 후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라고 알린다. 운전 상황도 △고속도로 △다리·고가도로 △터널 △재해 시 교통통제 상황 등으로 나눠 상황별 대처요령을 담았다. 반면 9쪽짜리 우리 국민안전처 매뉴얼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한 항목으로만 행동요령을 간략히 설명했다.
일본은 고베 대지진(1995년)과 동일본 대지진(2011년)을 거치면서 재난대응교육을 더욱 체계화했다. 일본 어린이들은 유치원부터 지진 발생에 대응한 방재 훈련을 받고, 일반인들도 일본 전역 200여 곳의 방재센터에서 재난대응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방재센터에는 지진 대비 훈련을 위해 지진 진도 체감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직접 체감한 진도와 대응 매뉴얼을 조합해 가상의 지진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실효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것. 반면 우리 교육부 홈페이지의 지진 대처 요령 항목에는 황사에 대비해 손을 잘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 매뉴얼은 화장실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장소와 시간대별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리고 개인의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매뉴얼 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춰 대응책을 세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도쿄는 지반과 건물 특성 등을 분석해 지진에 취약한 집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어느 도로를 우선 통제해야 하는지 미리 지도를 만들어 놓고 대비한다. 도쿄 아라카와 구와 아다치 구가 화재와 붕괴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진 1시간 이내 주요 대피로에서는 이곳을 우회하는 길로 유도하는 식이다. 지방자치단체 방재담당자 가운데 지진 전문가가 있고, 지역 민간 지진 전문가하고도 수시로 회의를 통해 지반 상황 등을 체크하기 때문에 가능한 대비다. 일본은 학회에서 활동 중인 지진분야 민간 전문가만 1500여 명에 달해 이러한 협의체를 구성하기 쉽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지반에 대한 상시 분석과 지진 검증이 이뤄진다.
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와 기상당국 지진관측망 4387곳에서 빠르게 지진동을 파악해 4∼20초 이내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방송을 통해 지진 사실을 알려 발 빠른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학교 등 건물에선 내부 방송을 통해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진관측망은 없고 기상청, 연구기관 것만 합쳐 200여 곳에 불과하다.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방기상청이나 비교적 큰 광역지자체로 눈을 돌려도 지진 전문가가 없어 지역별 지진 방재대책을 마련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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