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수능날 지진 無대책’ 지적에… 언론탓 바쁜 교육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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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대비 제대로 하자]

최예나·정책사회부
최예나·정책사회부
  ‘기상청은 최근 발생되는 것은 여진이며 새로운 지진이 날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한 바 있음. 교육부는 차질 없이 수능을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여진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 대처 매뉴얼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임. 수험생은 수능시험 연기, 무효화 등 근거 없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수험 준비에 매진해 주기 바람.’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지진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는데도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본보(23일자 A16면) 보도에 교육부가 내놓은 설명자료다. 이런 내용도 있었다. ‘수능이 55일 남은 현재는 수험생들의 집중이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수험 준비를 저해할 수 있는 추측성 보도·표현은 자제하는 배려를 부탁드림.’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경북 지역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오죽했으면 경북도교육청이 먼저 교육부에 대책을 요구했을까. 그런데 그런 문제를 지적했더니 수험 준비를 저해할 수 있는 보도가 돼 버렸다.

 기자도 보도까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오른 글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경주의 한 고3 학생은 “강진과 여진이 수백 번 오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타 지역에 비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합니다. 특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다음 날 올라온 답변은 이렇다. “담당자가 확인 중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답변드리겠습니다.”

 교육부는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수능 시 지진, 여진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배포할 방침이다. 수험생들에게 대피훈련을 시키고, 수능 감독관도 교육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매뉴얼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지진이나 여진이 있을 경우와 전체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대피 요령부터 시험 시간 조정 등 모든 시나리오를 담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11월 17일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날이다. 교육부는 ‘새 지진이 날 가능성은 낮다’ ‘언론이 불안감을 자극한다’고 말할 시간을 매뉴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써야 한다.

최예나·정책사회부 yena@donga.com
#수능#지진#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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