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당뇨 체크하고 트라우마 치료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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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대비 제대로 하자]경주 시민 700여명 불면 등 상담 몰려
“車 시동 소리에도 깜짝” 고통 호소… 매뉴얼-인력 부족에 실질도움 안돼

 경북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이주은 씨(46·여)는 21일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하자 깜짝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 씨는 “또 언제 큰 지진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쉬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신진국 씨(72)도 “혼자 사는 노인들은 밤이면 무서워 잠도 못 잔다”며 “우째야 하노…”라고 탄식했다.

 잇단 지진으로 심리적 불안함을 호소하는 경주 시민들이 늘고 있다.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만 들려도 움찔한다”거나 “약 없이는 잠자리에 들지 못할 정도로 불안하다”는 것이다.

 경주시보건소에 따르면 12일 리히터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난 후 23일까지 7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방문 상담을 받았다.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담하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 건강증진센터, 도 건강증진센터, 보건복지부 지원 의료기관 등 3곳에서 현장을 찾아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데 전체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마땅한 치료 매뉴얼도 없다. 심리치료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몇 마디 물어보고 혈압과 당뇨를 체크해 돌려보내는 식이다. 경주시보건소를 찾은 한 시민은 “도움이 될 줄 알고 찾았는데 시간만 낭비한 것 같다”며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지진 심리치료는 다른 트라우마 치료와는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치료센터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초등학생부터 노인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치료를 해야 하며, 단순 심리치료뿐 아니라 지진 대피 매뉴얼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이나 어린이 등 트라우마 취약계층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심각한 불면증이나 불안감을 방치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으니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홍정수 기자
#지진#트라우마#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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