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일어난 5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은 지층이 안정화 돼 가는 과정으로, 경주지진을 계기로 또 다른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다만 경주 일대는 근대에 지진이 일어난 바 있는 '4기 단층'이 얽혀 있는 만큼, 경주지진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지진이 다시금 일어날 개연성은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24일 포항 지질연 분원에서 '동남권 지진·단층 연구사업 계획 발표회'를 갖고 경주지진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질연은 경주지진 이후 현재까지 경주 지역 현장 지질조사 및 지표면을 두드려 그 충격파를 분석하는 '탄성파 탐사'를 실시해 왔다.
지질연은 현재 경주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여진이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봤다. 선창국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간혹 규모 3.0이 넘는 지진도 생기고 있지만 빈도는 명백하게 줄고 있다"며 "경주지진으로 생긴 에너지의 95%가 여진으로 이미 방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이 지역에서 규모 5.0에 육박하는 지진이 다시 일어날 우려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질연은 조사 결과 9월 경주지진은 흔히 지진의 원인으로 알려진 '양산단층'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무명(이름없는)의 단층이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이 단층의 존재는 국내 지진학계에 알려져 있지만 정밀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선 본부장은 "이번 조사에서 지진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무명단층을 중심으로 지표검사와 탄성파 탐사를 시행했다"면서 "이 결과 단층이 지표 위로 드러난 '노두' 7곳을 발견하는 등 성과를 올려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질연 연구진은 경주지진의 여파는 대부분 해소되고 있으나, 경주지역이 국내 여건에선 지진에 취약하다는 사실 역시 인정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향후 국내 대형단층대 인근에 신규 지진계를 확충하고, 한국형 지진 조기경보 체계를 개발하는 등의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진은 지진 조기경보체계 개발을 위해서 올 해 3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다. 박정호 지질연 지진연구센터장은 "속도가 빠른 P파를 먼저 확인하는 예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조기경보용 데이터를 별도로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 본부장은 "한반도 동남쪽 일대는 신생대 이후(26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 소위 '4기 단층'이 많아 또 다른 지진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동남권 일대에 대한 지질조사, 탄성파 탐사 심도 확대 등 지속적인 지진·단층 연구를 추가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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