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하나에 세상이 바뀌고 있다. 현지 시각 기준 지난 7월 6일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을 활용한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포켓몬고'가 출시된 이후 풍경은 난리가 났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독일, 영국 등 출시 지역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AR이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 혹은 정보를 합성해 기존 환경에서 존재하는 사물처럼 묘사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의 일종이다. '포켓몬고'의 경우, AR 및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이하 GPS) 정보에 기반을 둬 게이머 위치에 따라 여러 장소에서 포획용 '포켓몬스터'가 등장한다. 또한, 수집 및 육성한 '포켓몬스터'를 활용해 특정 지역을 점령하는 땅따먹기 콘텐츠도 갖췄다.
다만, '포켓몬고'가 새로운 기술 및 발상으로 탄생한 게임은 아니다. 국내에서만 2011년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프로젝트 아이엔젤', 2014년 KT가 개발한 '올레 캐치캐치' 등 유사한 콘셉트의 게임들이 출시됐다. 2016년 현재에도 GPS 기반 땅따먹기 경쟁 콘텐츠가 특징인 롤플레잉 모바일게임 '대한민국 쟁탈전: 천군', AR 기반 카드배틀 모바일게임 '피니 환영속의 전쟁' 등 여러 GPS, AR 활용 게임들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포켓몬고'의 열풍이 20년 이상 큰 인기를 유지한 '포켓몬스터 시리즈'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에 의해 이뤄졌다고 입을 모은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야생의 '포켓몬스터'를 수집 및 육성하고, 여러 사람과 교류해 특정 지역에 도전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IP가 GPS 및 AR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현실에서 실제 게임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해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를 증명하듯이 해외에서는 '포켓몬고' 출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색적인 모습이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뉴스를 통해 소개되는 중이다. 초면인 게이머들이 길거리에서 '포켓몬고' 정보를 공유하고, 팀을 이뤄 '포켓몬스터'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부터 호수 정중앙에 위치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잠수장비와 카누를 동원하거나 미국 워싱턴 D.C 내 백악관의 담을 넘는 사례까지 여러 게이머가 이례적인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업체들도 '포켓몬고' 게이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 및 상품 판매에 나섰다. '포켓몬고' 게이머를 위한 특혜 서비스, 특정 '포켓몬스터'의 등장 정보의 경우,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관심을 끌기 어려워졌다. 멀리 떨어진 '포켓몬스터'를 획득할 때 용이한 블루투스 카메라 부착 드론, 시속 10km 이하의 속도로 이동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한 부업 활동 등 기상천외한 시도가 주목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역시 '포켓몬고' 열풍에 휘말렸다. 금일(15일) 기준 출시국가에서 제외돼 국내 게이머에겐 즐길 방법이 없었으나 게임 내 구분 방식에 의해 강원도 속초, 양구, 고성 등 국내 플레이 지원 지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름 휴가철과 겹쳐 게이머들이 강원도로 몰리는 추세다.
아울러 관광 산업 비중이 상당한 지방 자치 단체들이 '포켓몬고'로 촉발된 관광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병선 속초 시장은 인터뷰 현장에서 '포켓몬고' 게이머들에게 지역 방문을 독려했으며, 양구군은 '포켓몬 트레이너 되기'라는 주제로 오는 7월 16일부터 해안면 지역에 시티 버스를 특별 운행한다. 양구군과 고성군은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 플레이 인증 이벤트, 와이파이 서비스 안내 지도 제공 등으로 홍보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포켓몬고'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각종 부작용 사례가 속출해 게이머들의 주의가 필요해졌다. 게이머들이 숙지해야 할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플레이 중 주위를 살피기 어려운 '포켓몬고'의 플레이 방식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선 '포켓몬고' 플레이 중 절벽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마저 보도됐다. 또한, 인적이 없는 사유지의 무단 침입 같은 경범죄부터 특정 정보로 게이머를 유인해 강도 행각을 일삼는 중범죄까지 여러 범죄의 매개체로 지목된 상태다.
이러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자 게이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사고 보상 공사(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 ACC) 제도를 통해 게이머들이 안전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경찰국도 전방 주시, 상해 금지, 안전이 보장된 야외 활동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포켓몬고' 안전 지침을 배포했다. 이 밖에 IT 보안 업계에선 '포켓몬고' 설치 파일을 비공식 과정으로 다운로드하면 악성코드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며 경고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켓몬고'처럼 GPS 및 AR 기반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전세계에 흥행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로 인해 진풍경과 부작용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하고 있다"라며,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