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세금을 들여 만든 지도를 외국계 기업이 가져가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면 라이센스 제도 같은 것을 도입해서 국고를 환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구글이 ‘포켓몬 고’ 서비스를 빌미로 한국 지도를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고 여론몰이를 하는데 대해 취재 중에 만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납세 의무는 외면한 채 권리만 누리려는 구글의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정부는 1966년부터 세금을 투입해 국내 지도를 구축해오기 시작했다. 1991~2001년까지는 1차적으로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 한국 지도의 디지털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듬해부터는 항공사진을 촬영하고, 지명 정비 작업을 하는 등 매년 500억~800억 원 가량의 재원을 쏟아 부었다. 이런 식으로 25년 간 정밀한 지도를 만드는 데 1조 원 넘는 돈을 들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이 지도 정보를 가져다가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수익에 합당한 세금도 납부해 왔다. 그렇게 걷어 들인 세금은 직·간접적으로 국가 지도의 품질 개선하는 데 다시 쓰였다.
구글도 국내 사업자와 똑같이 한국 정부의 지도를 가져다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현재 한국 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앱 마켓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통해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밝히지 않고 있다. 세금은 구글의 싱가포르 법인 이름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 한국 정부에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측은 세금 공개에 대해 여론이 들끓어도 꿈쩍도 않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관 다음소프트가 지난달 2~17일 구글 지도 반출에 관한 뉴스, 뉴스 댓글, 블로그, 트위터 등 글 1만4078건을 분석한 결과 조세와 관련해 비판적인 언급이 달린 글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측이 내놓은 답변은 “한국을 포함해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나라에서 해당 국가의 세금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는 말 뿐이다.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가 모인 지도국외반출협의체는 25일까지 지도 국외 반출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반출 여부를 결정할 때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납세 의무에 관한 부분도 비중 있게 고려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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