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사서 왼손에 스마트폰이랑 같이 쥐고 다니세요. 날이 추워도 배터리가 천천히 닳습니다.’
1일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팁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특성상 온도가 낮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깥에서 오래 게임을 하려면 손난로로 데워가며 다니라는 의미다.
포켓몬 고 국내 다운로드 횟수는 770만 건을 돌파했다. 포켓몬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포켓코노미’ 특수도 일어나고 있다. 손난로와 보조배터리, 터치 장갑은 뜻밖의 활황을 맞았다. 희귀 포켓몬 출몰지 여부에 따라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희비가 교차했다.
○ 핫팩, 터치 장갑, 태양광 배터리 매출 ‘껑충’
포켓몬 고 덕을 가장 많이 본 곳은 편의점이다. 포켓몬을 잡다가 배터리가 다 되거나 손이 차가워지면 급하게 편의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 명소로 알려진 서울 보라매공원, 부산 시민공원, 대전 오월드 인근의 편의점 씨유(CU) 점포 20곳의 상품 매출을 게임 출시 전후 일주일 기준으로 비교했더니 보조배터리, 충전 케이블 등 ‘휴대전화 용품’ 품목 매출은 594.7%나 올랐다. 급속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해주는 서비스 매출도 372.5% 증가했다. 핫팩 매출은 72.8% 올랐고,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핫바(62.0%)와 컵라면(49.8%), 생수(56.2%) 등의 매출도 모두 올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몰에서 ‘포켓몬 고 게임 준비물’을 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바깥에서 오래 다녀야 하는 게임 특성상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보조배터리가 입소문을 탔다. 포켓몬 고 출시 전후 일주일 기준으로 G마켓에선 태양광 배터리 매출이 760% 늘었다. 롯데닷컴은 대용량 보조배터리, 터치 장갑, 고속 충전기 등 스마트폰 관련 제품 매출이 43% 뛰었다고 밝혔다.
포켓몬이나 포켓스톱(포켓몬 볼 등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속 특정 지점)이 나타나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인 ‘포켓몬 고 플러스’도 인기다. 4만3600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 SK플래닛 11번가는 최근 5일간 판매량이 출시 직후 5일간 판매량보다 289% 늘었다고 밝혔다.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보조배터리 등 관련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롯데닷컴은 피카추가 그려진 연인용 듀얼 보조배터리를 내놨다. 롯데닷컴과 위메프, G마켓 등 온라인몰들은 관련 제품을 모아둔 ‘포켓몬 고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 ‘포세권’ 여부에 프랜차이즈 희비 교차
프랜차이즈 카페와 쇼핑센터 등은 포세권(희귀 포켓몬과 포켓스톱이 많이 있는 지역을 역세권에 빗댄 말)에 들었는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기도 한다. 게임 이용자들이 발품을 무릅쓰고 포세권을 찾아 나서면서 해당 지역 점포의 매출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커피빈코리아는 대표적인 포세권인 서울 보라매공원과 올림픽공원, 홍익대 일대 커피빈 매장의 평균 매출이 포켓몬 고 출시 전후 일주일 기준으로 최대 4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홍대정문앞점은 가장 높은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스타벅스도 주요 포세권인 남산 서울타워점 매출이 38%, 올림픽공원 주변 4개 점포가 평균 18% 오르는 등 포켓코노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희귀 포켓몬이 출현하는 바람에 신바람난 점포도 등장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게임 내 희귀 포켓몬인 ‘망나뇽’이 출현한다고 알려지며 방문객이 늘었다. 파주점은 아예 포켓스톱 등의 위치를 표시한 포켓몬 고 지도 표지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조준석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점장은 “2월은 일반적으로 방문객이 감소하는 비수기지만, 최근 포켓몬 고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가족 및 20대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식음료 매장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