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은 포세권이다. 세종로 사거리에 포켓스톱도 많고, 청계천변에서는 포켓몬들이 잘 잡힌다. 청계천에는 물가에서 잉어가 튀어나오고 올챙이, 참새, 벌레 등 갖가지 몬스터들이 득시글댄다. 요즘엔 헬스클럽을 가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걸어서 퇴근하기도 한다. 청계천에서 세운상가, 장충단공원까지 걸으며 평생 한 번도 안 가봤던 도심의 골목길과 유적지, 조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추운 겨울인데도 청계천을 걷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아들 때문이었다. 포켓몬 체육관에서 힘센 몬스터들에게 늘 짓밟혀 슬퍼했던 아들은, 퇴근길에 아빠가 멋진 몬스터를 많이 잡아오면 환호성을 질러댔다. 내 어린 시절엔 아버지가 사오시던 호떡을 기다렸는데…. 돈 벌어다 주기에도 바쁜 아빠는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어느 날 밤 청계천에서 포켓몬을 잡기에 여념이 없던 내 앞에 갑자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순간 저 고양이가 처음보는 '희귀 몬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본능적으로 몬스터볼을 던져 고양이를 잡으려하는 내 자신을 보며 입맛이 쩍 다셔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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