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재계 인사 300여 명이 만나는 ‘한일경제인회의’가 어제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시작해 경제 외교 안보까지 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경제인들이 앞장서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반갑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이후 5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열렸다. 작년 도쿄 회의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참석할 정도로 주목받는 행사인데 올해 51차 회의는 특히 어렵게 마련됐다. 당초 5월에 예정됐던 회의가 한일관계 악화로 미뤄졌고, 아예 취소되리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정치 외교적으로 어려울수록 경제인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양국 재계 인사들의 의지로 성사됐다고 한다.
어제 회의에서 한국 측 단장인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한일 양국은 숙명적 이웃으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최대한 협력해 공존 공영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측 단장인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역시 “경제와 정치·외교는 자동차의 두 바퀴와 같은 것으로, 양국 간 정치·외교 관계 복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초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본격화한 한일 갈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에서 긴밀한 분업체계로 얽힌 한일 양국이 갈등하는 것은 서로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어제 회의에 참석한 정부 측 인사들 역시 한일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경제 협력 교류가 제한되고 공급체인이 흔들리는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도 “한국의 불매운동이 일본의 경제활동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서 “이번 회의가 양국의 협력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인회의에 이어 28, 29일에는 도쿄에서 ‘한일 축제한마당’이 열린다. 이런 민간 중심의 교류 행사가 꽉 막힌 양국 관계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한일 정부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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