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호구? “바가지 쓴 기분”…플랫폼별 앱 콘텐츠 결제금액 비교해보니

  • 신동아
  • 입력 2019년 2월 22일 10시 23분


● “구글에서 1만890원짜리가 애플에선 1만4500원”
● 애플이 구글보다 비싼 이유? 이중 환전 수수료 때문
● 아이폰 유저 “호갱 된 기분”…구글 우회 결제 방법 공유
● PC 온라인 결제하면 6900원서 4900원으로 가격 뚝
● 공정위·방통위 엄단의 뜻 밝혔지만 문제 해결 쉽지 않아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가 지난해 5월 새롭게 선보인 유료 서비스다. 광고 없이 음악·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잠그거나 다른 앱을 실행해도 음악·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유튜브 앱을 실행한 후 ‘계정’에서 ‘YouTube Premium 가입’을 누른 뒤 월정액 이용권를 구매하면 된다. 이처럼 모바일로 유·무료로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걸 ‘인 앱 결제’라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사용하는 유저는 플레이스토어에서 해당 서비스를 8690원(부가세 포함)에 살 수 있는 반면,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는 같은 서비스를 1만1500원(부가세 포함)에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인 앱 결제’임에도 앱스토어 이용자가 플레이스토어 이용자보다 2810원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이는 비단 유튜브 프리미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는 “인 앱 결제를 통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이런 일을 흔하게 겪는다”고 입을 모은다. 즉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 앱 결제를 하면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할 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바가지 쓴 기분”
‘인 앱 결제’로 구입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애플 이용자가 구글 이용자보다 2810원(부가세 포함) 더 지불해야 한다.
‘인 앱 결제’로 구입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애플 이용자가 구글 이용자보다 2810원(부가세 포함) 더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는 애플 특유의 운영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영화나 TV방송, 음악, 게임 등을 유통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 아이폰 이용자 사이에서는 ‘애플이 소비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이폰 이용자 김하영(20) 씨는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매번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며 불편함 심기를 내비쳤다.

앱 마켓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모바일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유통망 구실을 하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앱 마켓 시장은 구글의 ‘구글 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플레이의 콘텐츠 매출은 4조8810억 원으로 국내 총 매출의 60.7%를 차지한다. 2위 애플 앱스토어도 매출 1조9737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24.5%를 차지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만든 ‘원 스토어’는 9327억 원으로 11.6%에 불과하다. 사실상 구글·유튜브 같은 소수의 사업자가 독점하는 구조다.

애플·구글 앱 마켓 간의 콘텐츠 가격 차이 논란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앱 마켓별로 음원 서비스 ‘멜론’ 이용권 가격을 비교해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PC 온라인이나 모바일웹(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브라우저 기반의 인터넷), 구글 플레이에서 멜론 서비스를 구매하면 월 1만3000원이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만7000원으로 4000원이나 비싸다. 이날 김 의원은 “애플은 유료 앱 구매 때는 물론이고 음악 이용권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앱 내에서 추가로 구매할 때도 결제 수수료를 또 받아 개발사와 이용자들에게 갑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화 결제? 이중 환전 ‘폭탄’

김 의원의 지적처럼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보다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이중 환전’으로 인해 수수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4일까지만 해도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콘텐츠를 구입할 때 달러로 결제했다. 이 경우 환율 차에 따른 가격 변동은 물론 앱스토어 수수료에 외환수수료가 더 붙어 원화로 결제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는 앱스토어에서 0.99달러를 결제할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1200원부터 많게는 1700원까지도 지불한 경험이 있다.

그러자 지난해 9월 5일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원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는 어이없게도 비용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원화→달러→원화의 ‘이중 환전’으로 인해 환전 수수료(1~2%)에 원화 결제 서비스 수수료(3~8%)가 추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소비자는 최고 10% 이상 수수료를 더 내기도 한다. 결국 앱 개발사 중에는 자신들의 손해를 줄이고자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폰 이용자 현인호(29) 씨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이후 사용하던 벅스뮤직 이용권 가격이 이전과 달라 의아했지만, 그저 가격이 오른 줄만 알았다”며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아이폰 이용자는 궁여지책으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수수료 없이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이폰 유저가 구글을 통해 우회 결제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애플 앱스토어 대신 모바일웹이나 PC에서 콘텐츠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결제하는 방법부터, 아이폰에서 사파리 웹브라우저로 접속해 결제하기, 이용권이 저렴한 해외 국가에서 월정액 서비스로 결제하기, 안드로이드 공기계로 결제하기 등 방법이 다양하다.

PC 온라인 결제로 저렴하게 구매

그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법은 바로 ‘PC 온라인 결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구매할 때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 앱 결제를 하지 않고 카카오톡 PC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결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환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금액 수준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는 앱 개발사로부터 콘텐츠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앱 마켓 이용 대가인 셈이다.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 30%에 이중 환전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그만큼 이득이 줄어 서비스를 운영·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앱 마켓별로 콘텐츠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신동아’는 정확한 가격차를 알아보기 위해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PC 온라인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왓챠플레이 ▲애플뮤직 ▲벅스뮤직 ▲카카오페이지 캐시 충전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 등 총 6개의 콘텐츠를 직접 구매해봤다(※ 독자 편의를 위해 아래 본문에 등장하는 콘텐츠 이용료는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이다).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구입한 벅스뮤직 이용권. 역시나 앱스토어가 비싸다.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구입한 벅스뮤직 이용권. 역시나 앱스토어가 비싸다.

먼저 애플뮤직을 제외한 다섯 개의 콘텐츠 가격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PC 온라인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결제할 때 최소 100원에서 최대 3610원까지 더 비쌌다. 가장 가격 차이가 큰 것은 벅스뮤직이다. 앱스토어에서 벅스뮤직 이용권(프리미엄 듣기·매월)을 1만4500원에 살 수 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PC 온라인에선 1만8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주문형 동영상(VOD)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플레이의 경우, 아이폰 이용자가 기본이용권(할인 이용권·12개월)을 결제하면 5만45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용자는 5만3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금액 차이는 600원으로, 액수가 그리 크진 않지만 아이폰 이용자가 더 많은 금액을 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앱 마켓 자동결제하면 ‘앱 호구’

왓챠플레이는 애플·구글 구분 없이 가격이 같은 이용권도 판매한다. 기본이용권(월 6500원)과 TV 이용권(월 1만500원)이 그렇다. 그러나 이를 PC 온라인에서 결제하면, 가격이 각각 월 4900원, 월 7900원으로 떨어진다. 현재 왓챠플레이는 이 두 이용권을 제외한 나머지 이용권은 PC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

캐시를 충전하는 콘텐츠 사용료는 어떨까. 아이폰 이용자는 카카오페이지 캐시를 충전하려면 사용료뿐만 아니라 20%의 수수료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카카오페이지 1만 캐시(1만 원)를 충전하면 수수료(2000원)를 포함해 총 1만2000원이 들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PC 온라인에선 수수료 및 부가세 없이 1만 원에 결제가 가능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 캐릭터 ‘이웃집 바둑이’ 가격은 200초코(2000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PC 온라인에서는 10% 부가세(200원)를 포함해 총 2200원이 결제된다. 그러나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사용료(2000원)에 10% 이상의 이중 환전 수수료가 추가로 붙어 총 2500원 결제된다.

만약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용자가 위에서 언급한 여섯 개의 콘텐츠를 모두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구독료에 수수료를 포함한 결제 금액은 총 9만8290원이다. 반면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는 10만8500원을 내야 한다. 아이폰 이용자가 1만210원을 더 내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호갱(호구+고객)’이 된 기분”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현인호 씨는 “동일한 월정액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도 애플·구글 앱 마켓으로 결제할 때보다 PC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 상품을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모르고 앱 마켓에서 자동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매달 결제하는 소비자는 ‘앱 호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앱 개발사가 PC 온라인 결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 또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러나 앱 개발사들은 “애플 앱스토어 정책상 앱 개발사가 소비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앱 마켓 이외 결제 방식을 포함한 다른 결제 방식을 안내하는 순간 앱 개발사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강제로 퇴출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결제 정보는 구글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플레이스토어에서는 구글 계정에 연동돼 있는 신용카드와 국내 간편결제시스템 ‘페이코’(2017년부터) 외에 다른 결제 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애플·구글 영업행위 공정한지 검토해야”

특히나 구글과 애플이 정한 ‘규칙’에 대해서는 앱 개발사들은 무조건 따르는 게 업계 불문율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앱 개발사도 이처럼 구글과 애플 가격 정책에 따라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구글·애플이 앱 마켓 사업자로서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나 똑같은 상품을 두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건 불공정 거래이자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서 시장지배력이 강한 사업자이므로 정부는 이들의 영업행위가 공정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구글 앱 마켓 수수료 등 지배력 행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제기된 애플·구글 앱 마켓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가 제기되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2018년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를 통해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이 국내 이용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았을 뿐이다. 더구나 당시 구글과 애플은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 미보유 자료’를 이유로 일부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방통위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향후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업무 세부 평가 결과를 사업자에게 통보해 미흡한 사항을 자체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구글의 과도한 수수료 바로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국내시장 지배력이 막강하고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는 탓에 방통위의 평가나 처벌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국감에서 제기된 사안은 지난해 11월부터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안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에 이 사안에 대해 따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 앱 마켓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 전방위로 조사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엄단의 뜻을 내비쳤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독점 의혹 이외에도 다수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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