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 아이 스펙 쌓을 기회 없어
● 교육 불평등 심화, 신분 세습
● 개천에서 용 안 나
● 입시제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안 맞아
● 살아남을 사립대 40개, 등록금 10% 올려도 부족
● 경북대, 전북대 등 지방 국립대도 위기
● 文정부 교육개혁 잘 안 돼…기대 많이 식어
● 교육부 존재감 없는 듯
● 전교조 ‘참교육’에 안 맞고 관료화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으로 교육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일부 ‘강남’ ‘외고’ 학생들은, 수능시험 없이도, 부모의 재력·인맥으로, 화려한 스펙을 쌓아, 명문대와 의학전문대학원에 간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대학은 대학대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말도 들린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끈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와 함께 우리 사회가 맞이한 교육 위기를 진단해봤다. 윤 전 부총리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고 교사, 대구대 총장·교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부총리)을 지냈다. 평소 대구에서 지내는 그는 8월 24일 서울에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가 후원하는 ‘어린이-청소년 유해전자파 감시단’ 시상식을 진행했고 이후 ‘신동아’와 인터뷰했다.
- 근황이 어떤지….
“배드민턴도 치고 헬스도 하고 산에도 다니고 잘 놀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퇴임했고요. 그리고 금융위원회 산하 사단법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한 금융 재테크 등을 교육하죠. 연극·오페라 공연도 합니다. 또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합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을 교육에 적용해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학생생활기록부에 입력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어요.”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 위험”
- 총장·교수를 역임해 대학 사정에 대해 잘 알 것 같은데요. 요즘 대학이 어려운 편인가요.
“제가 대구대 총장을 할 때 살림을 아껴서 연말에 돈을 남겼어요. 이런 이월적립금이 꽤 되는 학교도 물론 있어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한 지 오래됐어요. 아마 10년도 넘었을 겁니다. 이에 따라 과거엔 교수와 직원의 급여 수준이 높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교수들의 불만이 많죠. 적립금이 있는 학교는 괜찮지만 없는 학교는 곤란하죠. 등록금을 올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할 겁니다.”
- 학생들은 반대하겠죠.
“인상하겠다고 하면 학생들이 저항하겠죠. 사립대 중에는 설립자가 한꺼번에 돈을 내 설립하기보다는 일단 작게 내 대학을 세운 뒤 조금씩 이윤을 남겨서 학교를 확대한 예도 있죠. 대학에 대한 기여도가 설립자의 투자보다는 졸업한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더 크죠. 심지어 대학 내 자금이 유출되기도 했고요. 그런 학교에선 특히 학생들이 ‘재단이 더 이바지해야 한다’라고 반발하겠죠.”
-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어려움을 가중하나요.
“기성세대는 학령인구가 80만~90만 명일 때 대학을 다녔어요. 이제 40만 명 선으로 줄었어요. 절반으로 급감한 거죠. 교육부는 대학에 여러 지원 프로젝트를 마련해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대학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학 정책을 펴왔어요. 등록금 인상과 직접 연계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규제했죠. 그러나 더는 이 방식으로 안 될 겁니다. 학생 수가 워낙 줄어드니까요.”
- 지금대로 계속 간다면….
“전국의 사립대학 중 많은 학교가 위험합니다. 생존하지 못한다는 말까진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30~40개 사립대학 정도만 학교다운 학교로 살아남을 것 같아요. 국립대도 지방에 있는 국립대는 힘들어요.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고교생들에게 물어보면 지방 국립대보단 수도권 대학에 가겠다고 해요. 이런 추세라면 서울에 있는 대학만이 살 겁니다.”
- 등록금이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보나요.
“사립대학은 그렇죠.”
- 어느 정도?
“10년 정도 동결됐다면, 인건비를 삭감하고 각종 경비를 축소해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요. 학교를 살리려면 인상을 안 할 도리가 없다고 봐요. 5~10% 올리는 정도로는 안 될 겁니다. 그렇게 올려도 대학 사정이 안 풀릴 겁니다. 기초과학 연구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듭니다. 연구 환경을 개선해줘야겠죠. 연구자들이 생계에 쪼들려선 안 되죠. 낭비해선 안 되겠지만 쥐어짜기만 해도 곤란하죠. 대학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게 국가적으로도 좋습니다.”
“등록금 동결, 한계에 도달”
- 대학 경영 측면에선 등록금 인상이 절실하다?
“당연합니다.”
- 강사법 때문에 대학의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다고 보나요.
“원래 강사들이 파리 목숨이었죠. 현 강사법은 오랫동안 강의하게 하고 임금 올려주는 방향입니다. 그러자 사립대는 강사를 대량으로 해고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죠. 400명 쓰던 것을 200명으로 줄여요. 강사 200명이 실직자가 됩니다. 학생의 교육 선택 기회도 예전보다 줄어들고 강사당 수강생도 많아집니다. 부작용이 심각해요.”
-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유럽엔 등록금이 거의 없어요. 주로 미국, 일본과 비교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립대학의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쌉니다. 자기 주 출신은 더 싸게 하고요. 반면 사립대의 등록금은 비싼 편이죠. 이유가 있어요. 사회적으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사재를 털어 학교를 만들었으니 정부가 개입 안 해요. 학비가 비싼 대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인재를 길러냈어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1년 학비가 7만 달러(8540만 원)’라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윤 전 부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일본도 국립대는 학비가 싸고 사립대는 비싸다. 사립대 학비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비쌀 것이고, 사립대 비중이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한·일을 비교했다.
- 정부는 대학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발표해야 하나요.
“유은혜 장관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분위기는 있어요. ‘교육부가 지나치게 대학을 컨트롤한다’고 대학에서 불만이 많아요. 비록 정부는 자율화를 강조하지만요. 지금의 교육부 예산으로는 대학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하도 바빠서 교육에 신경 쓸 겨를 없는 듯”
-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험 한 번에 인생을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죠. 필기시험을 전혀 안 볼 순 없으니 수능시험을 치되 학생생활기록부로도 신입생을 선발하게 했어요. 원칙은 옳다고 봐요. 시험 한 번에 결정하는 건 가혹한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 써주는 학원도 생기고, 학생부에 넣을 좋은 스펙 만들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나고요.”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제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교육인적자원회의를 운영했어요. 의장인 저와 산업자원부, 노동부 등 몇몇 유관부처 장관들이 모여 ‘10년, 20년, 30년, 50년 후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할까, 어떤 인력이 필요할까, 그 인력을 양성하려면 어떤 교육과정이 필요할까’를 놓고 논의했어요. 전담반을 구성해 이곳이 내놓은 예측에 따라 학생 모집 방식이나 학과별 정원을 정할 수 있죠. 그러나 이 회의가 오래가진 못했어요. 그때 정부가 하려다 잘 안 됐죠.”
-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가 ‘교육회의’라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으로 하고 회원은 유관 장관들, 학계와 산업계의 원로들로 하는 것이죠. 학계와 산업계 쪽의 임기는 10년. 정권과 관계없이 간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이 된) 김상곤 씨가 당시 우리에게 와서 이 아이디어를 설명했어요. 제가 ‘좋은 생각이다. 그런 것을 할 때가 됐다’라고 찬성했죠.”
- 왜 찬성했나요.
“현 교육과정은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체제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게 돼 있어요. 현재 상황과 안 맞고요. 서울대를 비롯해 대학이 학생을 뽑는 방법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인재를 키우는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바꾸는 것은 교육부만으로 못 해요. 교육회의 같은 국가기구가 필요한 거죠. 대학입시가 바뀌면 우리 공교육과 사교육이 다 바뀝니다.”
- 문재인 정부는 그 ‘교육회의’ 아이디어를 잘 실천했나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김상곤 씨가 장관이 돼 처음에 만들었는데 민노총, 전교조가 참여하는 것 같더라고요. ‘학생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지엽적인 것을 하더라고요. 유은혜 장관도 한다고 하는데, 힘이 안 실리는 듯해요. 현 정부가 바쁜 게 하도 많아서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원래는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지금쯤 바꿀 때가 됐어요. 현 입시제도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뽑기엔 매우 부적합하니까요.”
-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정부가 출범할 당시 김상곤 장관의 말을 들었을 땐 고무적이었습니다. ‘대학을 자율화하겠다, 교육부의 기능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청의 기능을 일선 학교로 옮겨 교육자치를 하겠다.’ 우리가 옛날부터 주장해왔던 거죠. ‘대학입시의 문제가 일류 대학 때문에 생긴 거니 서울대와 전국 국립대 간에 학점 공유제를 시행하겠다, 프랑스의 파리1대학, 파리2대학처럼 해서 입시 경쟁을 완화하겠다’라고도 했죠. 저로선 교육개혁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 집권 3년차인 현시점에서 보면 어떤가요.
“출범 후 그런 거 한 거 아무것도 없어요. 딱 하나. ‘수시와 정시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느냐, 학생부를 믿을 수 없다, 어떻게 조정하느냐’ 이런 지엽적인 걸 손대는 정도죠. 좋게 평가하면, 북한 미사일도 있고 일본과의 관계도 있고 경제도 어렵고 최저임금제도 있으니 교육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고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교육부가 힘이 없는 것 같아요. 존재감도 없고요. 이러이러하게 하겠다는 것도 없는 듯해요. 너무 청와대 수석 중심으로 (국정이) 움직이니 장관이 별로 발언권이 없지 않나 싶어요. 발언권이 있어야 교육부 장관이 교육 이야기도 할 텐데 말이죠. 청와대가 교육에 자신이 없으면 교육 전문가들에게 맡겨 교육을 변화시켜야 하는데요. 이 점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처음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요샌 기대가 많이 식었죠.”
노무현 정부 vs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정부로 알려진다. 그러나 안보, 외교, 경제, 노동, 에너지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두 정부 사이에서 많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에 ‘탈원전’은 있을 수 없는 정책인데 문재인 정부는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한일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윤 전 부총리는 ‘교육정책에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공교육’과 ‘지방대’라는 키워드로 집약할 수 있어요. ‘공교육을 좀 강화하자, 사교육을 줄이자,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라는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를 해결하려고 했죠. 다른 한편으로, ‘지방대를 육성하자, 서울에 너무 몰린다, 지방대 지방자치단체 지방산업체 간 클러스터를 만들어 지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취직해 잘살게 하자’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졌어요. 공교육, 지방대, 산학협동을 특별히 강조한 거죠.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 고등학교의 종류가 많이 늘었죠. 문재인 정부는 고교를 간단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자립형 사립고 축소 등) 이것을 실제로 해보니 반발이 커서 주춤하고 있어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시도했다 주춤하고 있거나 아예 시도도 못 하고 있죠.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괄목할 만한 건 없지 않나….”
“학교가 하는 일이 뭐가 있나?”
- 노무현 정부가 사교육비를 이슈로 삼은 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많은 국민이 사교육비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큰일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공부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제대로 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 들 겁니다. 나아가 입시 시즌이 되면 과목당 수백만 원짜리도 나오죠. 이러니 학부모가 견뎌내겠어요? 월급 1000만 원을 받는 큰 회사 중견 간부도 과외비로 400만 원이 들어가면 뭘 가지고 사나요? 말이 안 됩니다. 사교육비를 줄여야 해요.”
- 그러나 잘 안 되죠.
“사교육 시장도 산업이 됐어요. 거기서도 고용을 일으키죠. ‘탁’ 쳐버리면 많은 이가 실직자가 됩니다. 너무 커져버려서 막 줄이긴 힘들어요. 그렇지만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여길 줄여야 해요. 사실, 공교육 공교육 하지만, 학교가 하는 일이 뭐가 있나요? 학원에서 다 배워 오잖아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에게 ‘선행학습 하지 마라, 학교에 가면 다 가르쳐준다’라고 해도 실제로 그렇게 되나요? 학교가 사실상 한글을 안 가르쳐요. 거의 전부 선행학습입니다. 4학년은 학원에서 6학년 교과목을 선행학습하고 있고, 5학년은 중학교 교과목을 학습하고 있어요. 학교는 뭐 합니까? 학교 무용론이 나오죠. 큰일입니다. 교육이 이래서 되겠어요?”
- 방법이 없나요.
“교육을 바꾸는 것은 사회구조, 취업구조,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과 연계돼 있어요. 혁명이죠. 홍보도 하고 연구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지금 이걸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나요.
“심화하고 있죠. 교육이 더 불평등해지고 새로운 귀족이 나오고 계층이 더 공고화되고 있어요. 이런 입시로 가면 조선 시대와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부모 신분이 아들로 세습되는데요. 개천에서 용이 안 나오는데요.”
“학생부 불평등 가속화”
- 조국 딸 입시 부정 의혹을 계기로 교육과 입시의 불공정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조국 딸 의혹은 내용을 잘 모르겠는데요. 스펙 쌓기라는 건 잘못하면 가진 집 아이들에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학생생활기록부의 경우, 대체로 서울 강남 등지의 가진 집안 자녀만 학생부가 화려해요. 강남은 정보가 있고 돈이 있어요. 시골 아이들은 스펙을 쌓으려고 해도 쌓을 수가 없어요. 기회도 없고 정보도 없어요. 학생부의 불평등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학생부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하지 말고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하자고 하는 겁니다. 시골의 과수원집 아이도 동네 과수원을 견학하다가 사과를 달게 만들 방법을 연구해 블록체인에 올리고요. 이러면 지방 학생들이 자기 나름대로 활동하는 것도 광범위하게 기록할 수 있으니까요. 학교 간 벽을 허물고 전국 모든 학교가 하나로 들어오는 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아닙니까. 제가 그것 때문에 전국교직원노조와 대립하다 쫓겨났지만. 블록체인으로 연결되면 학생들이 학교와 지역 모든 곳에서 돈을 안 들이고도 학생부 스펙을 쌓을 수 있어요. 이런 변화가 필요합니다.”
- 말이 나왔으니,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사실 전교조 지지자였어요.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 전교조가 결성됐어요. 제가 그들에게 이론을 제공하고 음으로 양으로 도왔죠. 전교조 교사들과 토론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장관이 될 때 전교조가 저를 지지했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살다살다 전교조가 지지하는 교육부 장관도 있네’라고 말할 정도였죠. 노 대통령은 ‘교육개혁엔 시간이 걸린다’라면서 제게 ‘5년 장관’을 약속했어요. 그러나 전교조가 나이스에 반발하는 바람에 제가 옷 벗고 나왔죠. 전교조가 처음에 주장한 게 있지 않습니까.”
- 참교육.
“전교조는 이제 참교육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너무 관료화됐어요. 교육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전교조가 민주노총에 들어가는 바람에…. 민노총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전교조가 댈 겁니다.
요즘 학교에 기간제 교사가 있습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않은 사범대 졸업자들이죠. 교사자격증이 있어요. 날이 갈수록 기간제 교사의 수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처우에 관해 이야기해야 해요. ‘우리는 임용고시 합격했고 그들은 안 했으니까 그들을 위한 임용고시를 만들라’든지, ‘우리 급여를 동결하고 그들을 위해 조처하라’든지…. 그래야 교원노조 아닌가요? 왜 기간제 교사를 배척하는 모습으로 비치는지 이해가 잘 안 돼요. 교원노조는 교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하니 기간제 교사를 위해서도 이야기해야죠.
이데올로기 문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선생님도 가치관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에 머물러야죠. 행동으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노동운동을 너무 내세워 해결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교육부 없는 나라 많아”
윤 전 부총리는 “우리 국민은 다른 건 웬만하면 넘어가는데 입시 부정은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다만 입시의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접근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권 차원을 넘어 입법부나 사법부처럼 독립된 기관이 꾸준히 교육개혁을 연구해 바꿔나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교육부가 없는 나라도 많다”라고 말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교육의 대위기를 풀어나가자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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