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선거여론조사 93%가 2030 응답자 수 못 채워

  • 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11일 13시 34분


11월 선거여론조사 54건 全數 분석… 특정 집단 여론 ‘뻥튀기’ 가능성

●2030 조사 108건 중 101건이 할당 미달
●리얼미터가 미달 가장 많아
●중장년 男 과다반영, 2030·女 과소 반영
●청년층 응답자 모자랐고, 중장년층 응답자 넘쳤다
●20대 응답자 미달 비율 98%… 30대도 88%
●제주·강원 20·30 男女 목표 할당 아예 못 채워
●“목표 할당 응답자 미달 고려 않는 보정이 문제”

2019년 11월 한 달 동안 실시한 선거여론조사에서 청년층 응답자(목표 할당) 수는 모자란 반면 중장년층 응답자 수는 넘쳐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조사에서 제주·강원·대전·충청·세종·대구·경북 지역 20대 여성·남성 응답자 수가 ‘0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수가 연령별, 성별로 편중돼 특정 집단의 여론이 실제보다 ‘뻥튀기’ 되듯 과다 대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신동아’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해 공표한 선거여론조사 결과 중 2019년 11월 1일부터 12월 3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실시한 전국(지방 포함) 단위 선거여론조사 54건(여심위 선거여론조사 기준 미준수해 결정 사항 조치받은 4건 조사 제외)을 통해 성별, 연령별 중심으로 응답자 목표 할당 현황과 가중치 부가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다.

20대 응답자 미달 비율 98%

선거여론조사 결과에는 응답자 목표 할당과 조사 완료, 가중값 배율 등 언론 보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상세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

신동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의 응답자가 모자라거나 초과한 여론조사는 각각 계층의 실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 결과가 갖는 의미는 크다. 2020년 4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론조사의 공정성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청년층 여론이 선거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문재인 대통령 투표층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과대 표집’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심위가 ‘선거여론조사기준’을 개정한 2019년 8월 1일부터 그간 비공개 사항이던 응답자 목표 할당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목표 할당에 비해 실제 조사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목표 할당은 인구통계(만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에 비례해 응답받을 목표 숫자를 가리키는 용어. 일례로 목표 할당이 100명이면 100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내야 한다. 표본 비율 자체를 전체 인구와 비슷하게 구성해야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전체 국민 여론을 좀 더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여론조사기관에서 1000명에게 조사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국 전체 인구가 5000만 명이고, 서울시 인구가 대략 1000만 명, 즉 20%다. 그러면 여론조사기관에선 1000명 중 200명은 서울시민에게 할당해야 한다. 비슷한 원리로 경기도민에는 대략 300명, 충청도민엔 100명을 할당한다. 마찬가지로 성별과 연령 비율도 이런 식으로 맞춘다.

인구통계 비례해 응답자 할당 설정

여론조사기관은 전화면접이나 유·무선 ARS(Automatic Response Service·자동응답시스템) 조사로 각 구간의 목표 할당을 채울 때까지 응답자와 접촉한다. 그중 선거여론조사에 응한 응답자 수를 ‘조사 완료’ 항목으로 따로 묶는다. 즉, 20대 응답자 목표 할당 100명 중 조사에 응답한 70명을 조사 완료로 본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조사 개시 2일 전 조사 목적, 조사 지역, 조사 일시, 조사 방법 등을 여심위에 신고한 뒤,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다만 여심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한 선거여론조사 결과는 공표·보도할 수 없다. 현재 총 78개 여론조사기관이 여심위에 등록돼 있다(2019년 12월 4일 기준).

여심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산하 기구다. ‘공직선거법(제8조의8)’에 따라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산하에 각각 설치돼 있다. 오로지 선거 관련 여론조사만 관리한다. 선거여론조사 기준 공표를 비롯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하거나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선거여론조사 54건을 보면, 2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을 채운 조사는 단 1건(1.86%)에 불과했다. 나머지 53건(98.14%)은 20대 응답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조사도 많았다. 53건 중 7건이 목표 할당의 70%를 채우지 못했다. 그중 4건이 리얼미터 선거여론조사였다.

리얼미터가 SBS 의뢰로 2019년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 등에 대한 조사에서는 2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이 258명이었는데, 조사 완료 사례는 178명이었다. 68.99%밖에 채우지 못했다. 11월 15일 이뤄진 오피니언코리아의 정당 지지도 등에 관한 여론조사에선 172명이 목표였으나, 확보한 20대 응답 사례는 117명(68.02%)이었다.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모노커뮤니케이션즈의 정당 지지도 관련 선거여론조사에서도 20대 응답자는 목표 96명에 못 미치는 67명(69.79%)을 확보했다.

여론조사 54건 중 48건, 30대 응답자 할당 못 채워

이번 분석에서 유일하게 20대 응답자 목표치를 채운 사례는 1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리서치뷰의 경기 평택(갑) 선거구 정당 지지도 등을 묻는 선거여론조사다. 목표치(95명)를 조금 웃도는 101명(106.31%)을 확보했다. 그나마도 이 조사에서 20대 여성 응답 사례(42명)는 목표 할당(43명)보다 모자랐고, 20대 남성 응답자(59명)는 목표치(52명)를 넘어섰다. 각각 비율은 97.67%, 113.46%.

여심위 관계자는 “이 경우 응답자가 20대 남성으로 편중됐지만, 특정 계층에 여론이 쏠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30대는 어땠을까. 20대만큼은 아니지만 목표 할당을 못 채운 경우가 태반이었다. 30대에서 응답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48건(88.88%)이었다. 11월 18일 진행한 여론조사공정의 국회의원 선거 등을 묻는 조사에서는 166명이 응답자 목표였지만, 조사 완료 사례는 118명이었다(71.08%).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선거 관련 조사에선 163명을 채워야 했으나, 실제로는 134명을 채웠다. 82.20%의 사례만 수집한 셈이다.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알앤써치의 조사에서도 30대 응답자는 목표치 77명보다 적은 55명(71.42%)이었다.

30대 응답자가 목표치의 80% 미만인 조사는 총 12건. 그중 6건이 리얼미터 선거여론조사였다. 전반적으로 20대만큼 상황이 심각하진 않지만, 30대 응답자 수가 태부족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30대 응답자 목표치에 도달한 선거여론조사는 6건(11.11%)이었다.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알앤써치의 정당 지지도 관련 선거여론조사에서 30대 응답자 목표 할당(68명)을 넘어서는 77명 응답자를 확보했다(113.23%). 그러나 남녀별 목표 할당과 실제 조사를 비교해보면, 남성은 당초 목표치(36명)보다도 많은 47명을 조사 완료한 반면 여성은 원래 몫(32명)에서 조금 부족한 30명을 조사 완료했다. 이 경우 또한 응답자가 30대 남성에 편향됐다.

50대 목표 할당 못 채운 조사 3개뿐

50대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 54건 중 3건이 5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을 채우지 못했다(5.55%). 목표 할당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20·30대 젊은 층처럼 목표치에 크게 도달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1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시행한 폴리컴의 국회의원선거 등에 관한 선거여론조사에서는 응답 목표치 163명보다 1명 모자란 162명을 확보했다(99.38%).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리서치뷰의 정당 지지도 등에 대한 조사에선 목표 할당 192명보다 6명 부족한 186명을 채웠다(96.87%). 11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실시한 한길리서치센터의 전남 광양시 국회의원선거 관련 조사에서도 115명이 몫이었으나 실제 응답자는 110명이었다(95.65%).

나머지 51건의 조사 중 절반 이상이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목표 할당 비율이 130% 이상인 조사도 8건이나 됐다.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에브리미디어의 서울 서대문구 국회의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선 당초 목표 할당 응답자는 89명이었으나, 실제 확보한 50대 응답자는 127명이었다. 142.69%의 응답자를 확보한 셈이다.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모노커뮤니케이션즈의 경기도 평택(을) 국회의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당초 목표 할당(94명)보다 많은 132명을 조사 완료했다(140.42%).

70대를 포함한 60대 이상 또한 목표 할당을 채우지 못한 비율은 11.86%에 불과했다. 59건(54건(60대)+5건(70대) 중 7건(4건(60대)+3건(70대))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조원씨앤아이의 국회의원선거 관련 조사에서는 269명이 목표였는데, 조사 완료 사례는 241명(89.59%)이다.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시행한 리서치뷰의 충남 당진시 정당 지지도 관련 조사에선 159명이 목표였으나 실제 채운 70대 이상 응답자는 130명(81.76%)이었다.

나머지 52건 조사는 목표치를 채웠다. 목표 할당 비율이 130% 이상인 조사는 4건.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시행한 알앤써치의 서울 광진구(을) 국회의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선 115명이 목표치였지만, 실제 응답자는 159명이었다(138.26%).

따라서 20·30대(20·30대 구간 합산) 목표치 달성 비율은 6.48%(108건 중 7건 달성)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목표치 달성 비율은 91.15%(113건 중 103건 달성)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젊은 층은 응답자가 모자란 반면 중장년층은 응답자가 차고 넘친다는 얘기다.

응답자 목표 미달률…女 96%, 男 0%

여론조사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응답자 확보율이 낮게 나오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성향이 두드러졌다. 조사 54건 중 여성(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응답자 목표 할당을 채운 조사는 2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2건 조사는 여성 응답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미달률 96.29%). 여성 응답자를 목표의 70%가량 채우지 못한 조사도 8건(14.81%)이나 됐다. 그중 6건이 리얼미터 조사였다.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리얼미터의 대통령선거 차기 대선주자 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1260명 목표였지만, 조사 완료 응답자는 866명이었다(68.73%). 11월 18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공정의 국회의원선거 관련 조사에선 504명을 채워야 했으나, 실제로는 339명만 채웠다. 67.26%의 응답자만 수집한 셈이다.

반면 남성 응답자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조사는 단 1건도 없었다. 조사 54건 중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은 사례도 많았다. 목표 할당의 130% 이상 채운 조사가 17건(31.48%)에 달했다. 그중 8건이 리얼미터 선거여론조사였다.

알앤써치가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국회의원선거 등의 조사에서는 497명이 남성 응답자 몫이었지만, 실제 조사한 응답자는 695명이었다. 조사 완료한 응답률이 139.83%였다.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실시된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관련 조사에서도 목표 할당 1240명보다 많은 1604명(129.35%)을 확보했다.

물론 여론조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목표 할당이 부족하거나 넘치면 그대로 결과를 도출하는 건 아니다. 가중값 배율을 부여해 결과가 어느 정도 대표성을 지니도록 ‘보정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20대 목표치의 70% 응답자를 조사 완료했다면, 국회의원선거 후보 A에 대해 △매우 지지 △지지 △반대 △매우 반대 △모름으로 집계한 응답을 그 분포에 따라 100%로 채웠을 경우로 환산해 결과 분석에 활용한다.

여심위가 선거여론조사기준 제5조에 근거해 규정한 가중값 배율 범위는 0.7~1.5(성별·연령별·지역별 동일)다. 가중값 배율은 1에 가까워야 실제 인구 비례에 가깝게 추출된 표본이다. 목표 할당을 채우지 못할수록 1.5에 가까워지고, 목표 할당을 채울수록 0.7에 가까워진다. 여심위는 그간 가중값 배율 범위를 꾸준히 줄여왔다. 2019년 10월 1일 개정한 가중값 배율은 종전(0.5~2.0)보다 더 조밀해졌다. 이 가중값 배율 범위를 벗어나는 조사는 공표·인용할 수 없다. 표본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여심위의 판단이다.

가중값 배율 경계 근접 구간 상당수

54건의 조사 모두 가중값 배율 범위 안에 있었다.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리얼미터의 대통령선거 차기 대선주자 등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430명, 30대는 415명, 40대는 485명, 50대는 505명, 60대 이상은 665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조사는 20대는 303명, 30대는 354명, 40대는 528명, 50대는 618명, 60대 이상은 703명으로, 차이가 꽤 크다. 이 때문에 20대 응답자와 30대 응답자에게는 가중값 배율이 각각 1.43과 1.32, 40대 응답자에겐 0.86, 50대와 60대 이상 응답자에게는 각각 0.82, 0.94를 부여해 보정 작업을 했다. 즉, 20대 응답자 1명의 답변은 1.43명, 50대 응답자 1명의 답변은 0.82명인 셈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상당수 조사에서 항목(성별·연령별·지역별)의 가중값 배율이 경계(0.70~0.79, 1.40~1.5)에 근접해 있다는 점. 목표 할당을 크게 못 채우거나 크게 뛰어넘은 데 따른 결과다.

54건의 조사 중 24건이 남자 응답자에게 가중값 배율 범위 ‘0.70~0.79’를 부여했다.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알앤써치의 조사에서는 남자 응답자에게 0.7을 적용했다. 목표치 240명보다 많은 327명이 실제 조사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여자 응답자에게 ‘1.40~1.50’을 준 조사는 15건이었다. 11월 18일 진행한 여론조사공정의 조사에선 당초 목표치(504명)보다 부족한 여자 응답자 339명을 확보했는데, 1.49를 부여했다.

20대와 30대 응답자에게 ‘1.40~1.49’를 부여한 조사는 각각 16건, 1건이었고, 40대 응답자에게 ‘0.70~0.79’를 부여한 조사는 2건이었다(54건 조사 중 33개에서 목표 할당 채움). 50대 이상 응답자에게 ‘0.70~0.79’를 적용한 조사는 15개로 집계됐다.

일부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들은 “여심위가 최근 개정한 가중값 배율을 준수하기 너무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기본적으로 20대와 30대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소통하는 일이 익숙한 데다 전화 통화를 불편하게 여겨 젊은 층 응답자 확보가 잘 안 되다 보니 보정 작업 과정에서 가중값 배율 범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실무 담당자 S씨의 말이다.

“가중값 배율 격차 클수록 대표성 떨어져”

“발신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전화나 여론조사기관으로 발신자 정보 표시가 뜨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아 조사원들이 젊은 층 응답자 확보에 애를 먹는다. 추가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젊은 층 목표 할당을 채우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조사 의뢰자에게 조사기간을 연장했으니 추가 비용을 내라고 청구하기도 애매하다. 우리도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여론조사기관 간부 K씨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한계를 여심위도 잘 알고 있기에 목표 할당이 아닌 가중값 배율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심위가 마련한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이 조사지역 전체 유권자의 성별·연령별·지역별 구성 비율을 기준으로 한 가중값 배율 범위를 반드시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의 목표 할당 대비 조사 완료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는 상태다. 응답자가 목표 할당 기준 미만이거나 초과해도 가중값 배율 범위만 지킨다면 문제 삼지 않는 셈이다. 여심위 관계자는 “성별·연령별·지역별 목표 할당의 3분의 2가량을 채웠다면 실제 여론에 거스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임원 L씨는 “목표 할당이 크게 미만이거나 초과해도 가중값 배율 범위를 지켰다면 조사 품질에 문제가 있다거나 실제 여론과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심위 고위 관계자는 “가중값 배율 범위는 선거여론조사에서 ‘미니멈(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선이다. 이를 만족한다고 해서 해당 조사 품질이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가중값 배율 범위마저 지키지 못한 조사라면 보도·인용할 수 없는 ‘엉터리’ 조사라는 뜻”이라며 일부 여론조사기관을 비판했다.

학계에선 조사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한다. 국립대에서 통계학을 가르치는 교수 H씨는 “가중값 배율 격차가 클수록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지고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 20·30대 女 응답자 0명

20·3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을 못 채우는 것은 리서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동아DB]
20·3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을 못 채우는 것은 리서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동아DB]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목표 할당을 채우지 못하거나 너무 많이 채우다 보면 조사 결과를 왜곡할 소지가 있다. 애초 목표 할당대로라면 20대 남성과 여성이 1.5대 1 비율로 응답해야 하는데, 3대 1 비율로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20·30대 여성 응답자 할당을 못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여론조사 54건 중 18건에서 제주, 강원, 대전·충청·세종,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 20·30대 남성 또는 여성 응답자가 ‘0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16건이 제주 지역이었다. 리얼미터는 조사 18건 중 10건(55.55%)에서 제주와 강원 지역 20·30대·40대 남성·여성이 ‘0명’이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우리가 다른 여론조사기관보다 선거여론조사를 자주 실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건수가 많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전체 목표 할당 1000명을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총 170개 셀에 맞춰 쪼개다 보면, ‘20대-여성-제주’ 해당 인원은 아주 작아진다. 세부 구간의 목표 할당을 다 채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1만 명 정도 대상으로 조사를 해야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관련 조사에서는 제주 지역 30대 몫이 4명이었는데, 정작 실제 응답자는 2명(50%)이었다. 그런데 30대 남성과 여성의 목표 할당을 각각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30대 여성 응답자 2명이 목표였으나, 실제 확보한 응답자는 0명(0%)이었던 것. 응답자를 단 1명도 채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30대 남성은 목표치 2명(100%)을 모두 확보했다.

11월 18일 진행된 ‘여론조사공정’의 정당 지지도 등에 대한 조사에선 대전·충청·세종 지역 30대 남성의 경우 목표치(9명)에서 조금 부족한 7명(77.77%)을 채웠지만, 30대 여성은 목표치(8명)에서 단 1명(0%)도 채우지 못했다. 목표치 17명 중 7명만 채운 셈이다(41.17%). 남성 응답자를 단 1명도 확보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앞서 해당 조사에서 강원·제주 지역 30대 남성 목표치는 3명이었는데, 실제 응답 사례는 0명(0%)이었다. 반면 30대 여성은 목표치 3명 중 2명 응답자를 확보했다(66.66%).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보정 작업을 했을까. 목표 할당이 0명일 땐 가중 방식 중 ‘셀가중(Cell weighting)’을 활용해 가중값 배율을 부여한다. 현재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의 가중 방식으로 셀가중과 림가중(Rim weighting) 두 가지만 허용하고 있다. 여심위는 성·연령·지역 등 3개 변수를 정해주고 있는데, 변수를 모두 반영해 세부 구간마다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셀가중이고, 전체 표본에서 기본적인 변수에 한해 가중치를 부여해가는 방식이 림가중이다. 일례로 ‘여성-20대-제주’ 셀의 할당 표본이 2명인데, 0명밖에 조사되지 않았다면 성향이 비슷한 ‘여성-30대-제주’ 셀과 묶은 뒤 가중값을 적용한다.

전문가들 “여심위 제도 문제 있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에 따라 도출한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심은 여전히 남는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로 응답자 ‘0명’인 경우 평균적인 20·30대 남성과 여성 의견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고, 청년층을 대표하거나 대변할 표집이라고도 보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여심위 관계자는 “세부 항목의 응답자를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해당 계층의 여론이 반영되지 않는 건 아니다. 전체 성별·연령별·지역별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을 조사 완료했다면 통계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심위가 마련한 제도(선거여론조사기준)에 맹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기관의 현실적인 한계와 애로 사항을 감안해 목표 할당보다는 가중값 배율 범위를 준수하게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오늘날 선거여론조사의 한계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교수 H씨의 지적이다.

“20·30대 응답자 목표 할당을 못 채우는 것은 리서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더욱이 제주나 강원 같은 특정 지역에서 20, 30대 여성 응답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추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목표 할당을 채우려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보정 작업을 한 조사 결과가 가중값 배율 안에 들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안일함에 빠져 목표 할당을 채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이에 대해 여심위 관계자는 “목표 할당 대비 조사 완료가 얼마나 됐는지 파악할 수 있게끔 2019년 8월 1일 선거여론조사기준을 개정한 상태다. 여론조사기관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등록할 때 과거엔 공개하지 않던 응답자 목표 할당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데, 이런 공개 조치는 여론조사기관에 목표 할당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20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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