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대통령 약속과 정반대로 악화된 가계소득 통계
● 겉으론 증가한 근로소득, 1분위(최하위 20%)는 되레 감소
● 최저임금 급등에 자영업자 타격, 사업소득 감소
● ‘소주성’ 핵심 이전소득 분배 효과 적어
● 세금 떼고 나니 가처분소득도 제자리걸음
문재인 정부 출범 만 3년, 이제 임기 절반을 지났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엄숙히 다짐한 지 1000여 일이 지났다. 그간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란 명목으로 1000조 원 넘는 재정을 쏟아 수십 가지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2%대조차 지키기 어렵게 됐다. 지난 2년간(2017년 3분기~2019년 3분기)의 가계소득 통계를 살피면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근로·사업·이전·총·가처분소득과 비소비지출 등 여섯 가지 범주에서 문 정부 ‘J노믹스’ 2년의 결과를 정밀 해부해 본다.
1000조 쓴 ‘소주성’에도 위태로운 경제성장률
① 근로소득: 최근 2년 동안 전체 2인 이상 가구의 근로소득은 307만 원에서 336만 원으로 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467조 원에서 479조 원으로 2.6% 오른 명목경제성장률에 비하면 높은 증가율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분기~2017년 3분기 근로소득은 3.5% 증가한 데 그쳤다.
문제는 내용이다. 소득 구간별로 근로소득 추이를 살펴보자. 소득 5분위 기준(소득을 오름차순으로 나열해 5개 그룹으로 나눈 것으로 1분위가 가장 낮고 5분위가 가장 높음) 최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근로소득은 27.6%나 줄었고, 2분위는 1.8% 감소했다. 저소득계층의 근로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3분위 이상의 계층은 근로소득이 늘었다. 고소득계층일수록 근로소득 증가율은 더 높아졌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근로소득은 16.2%나 늘었고 차상위인 4분위 계층의 근로소득도 10.6% 증가했다(그림1 참조).
저소득계층 근로소득 감소세는 특히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근로자외가구’에서 확연했다. 1분위에 속한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은 11.8% 증가했지만 근로자외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이 51.6%나 줄었다. 2분위도 근로자가구 근로소득은 7.1% 증가한 반면, 근로자외가구의 근로소득은 21.1% 감소했다. 원인은 뭘까. 1·2분위 근로자외가구의 근로소득은 전체 소득의 20%가 채 안 된다. 주로 시간제 근무자의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지난 2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시간제 근무자들이 해고됐거나 근무시간이 단축된 때문으로 판단된다.
② 사업소득: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업소득 부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지난 2년 동안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표면적으로나마 증가한 근로소득과 달리 91만6000원에서 88만 원으로 3.9% 줄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영업자가 포함된 근로자외가구의 사업소득이다. 근로자외가구의 사업소득은 모든 계층에서 감소했다(그림2 참조). 감소 폭은 저소득 계층일수록 컸다. 1분위의 사업소득은 50.3%로 반토막 났다. 2분는 16.4%, 3분위는 18.0% 감소했다. 비교적 소득이 높은 4분위·5분위 근로자외가구도 사업소득이 각각 7.4%와 9.1% 줄어들었다.
사업소득 추락은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폐업 및 사업 축소로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진 속 2008년 3분기부터 2년 간에도 사업소득은 159만5000원에서 181만4000원으로 늘었다. 지난 2년간 자영업자의 고충을 보여주는 사업소득 지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근로자가구의 사업소득은 최근 2년 21만9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1% 줄어든 데 그쳤다. 근로자가구 사업소득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 임대·창고업 및 전문서비스업 중심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정부 보조금 이전소득, 분배 개선 안 돼
③ 이전소득: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은 이전소득을 통한 소득분배다. 이전소득이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개인이 받은 각종 보조금 등의 수입을 뜻한다. 지난 2년 동안 전체 가구의 이전소득은 45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33.3%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3분기와 2017년 3분기 사이 2년 동안에는 44만4000원에서 45만 원으로 1.4% 늘었다. 이에 비하면 확연한 증가세다. 하지만 계층별 소득 추이를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째, 근로자가구 이전소득이 2년 동안 36.2% 증가한 반면 근로자외가구는 25.4%밖에 늘지 않았다. 이전소득의 증가가 근로자가구에 치우쳤다는 말이다. 특히 비교적 소득이 낮은 1~3분위 계층에서 근로자가구에 비해 근로자외가구의 이전소득 증가율이 낮았다(그림3 참조).
둘째, 계층별 이전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예컨대 고소득계층인 4·5분위 근로자외가구의 이전소득 증가금액은 각각 17만4000원과 37만9000원으로 1~3분위 증가금액의 2~5배였다. 이처럼 근로자가구와 고소득 근로자외가구에 치중된 이전소득 증가는 그 분배 구조 개선 기능이 크게 떨어졌음을 시사한다.
④ 총소득: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이전소득을 모두 합한 총소득은 지난 2년 동안 454만 원에서 488만 원으로 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2.6%인 명목경제성장률이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분기~2017년 3분기 총소득 증가율 2.7%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이 또한 심각한 불균형을 만든 ‘부익부 빈익빈’ 소득 증가였다. 저소득 계층인 1분위 가구는 오히려 총소득이 3%가량 준 반면 고소득 계층인 5분위의 총소득은 9.5%나 늘었다(그림4 참조). 그 결과 총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2017년 3분기 6.32에서 2019년 3분기 7.13으로 오히려 악화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최상위 20%) 평균소득을 1분위(최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분배 지표다. 이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하다는 뜻이다.
근로자외가구의 소득 변화는 더 심각하다. 1~3분위 총소득 모두 지난 2년 동안 오히려 감소했다. 1분위와 2분위는 각각 10.2%, 7.4%, 3분위는 2.7% 감소해 소득이 낮을수록 감소 폭은 더욱 컸다. 다만 근로자가구 소득은 계층 불문 10% 이상 증가했다. 근로자외가구 소득은 줄었으나 근로자가구 소득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 또한 자영업자의 위기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세금 늘고 가처분소득 줄고
⑤ 비소비지출: 비소비지출이란 각종 조세나 연금, 사회보험료, 혹은 이자비용에 따른 지출이다. 이런 비소비지출은 지난 2년 동안 86만4000원에서 113만8000원으로 31.8%나 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조세의 경우 가구당 18만8000원에서 28만5000원으로 51.1% 증가했다. 연금은 13만5000원에서 16만1000원으로 19.3%, 사회보험 13만7000원에서 16만7000원으로 21.9% 그리고 이자비용은 8만2000원에서 11만8000원으로 44.7% 증가했다.
유일하게 전체 소득 감소세를 보인 1분위는 소득이 2.96% 줄 동안 비소비지출은 19.1% 늘어났다(그림5 참조). 나머지 계층은 전체 소득이 늘었으나 비소비지출 증가 폭도 컸다. 2분위 비소비지출은 22.3%, 3분위는 29.9% 늘었다.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23.3%, 43.0% 증가했다.
무엇보다 세금(조세 및 준조세)이 크게 늘었단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체 가구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은 19만9000원에서 29만3000원으로 46.8% 증가해 비소비지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특히 5분위 계층의 부담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5분위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은 지난 2년 동안 47만6000원에서 80만7000원으로 무려 69.6% 급증했다. 5분위 중에서도 근로자외가구의 조세·준조세 부담은 같은 기간 21만9000원에서 39만3000원으로 79.6% 폭등했다. 근로자가구의 부담은 61만 원에서 102만3000원으로 67.7% 늘었다. 즉 5분위 가구의 소득은 늘었으나 조세·준조세 부담 등 비소비지출이 소득증가율을 월등히 앞선 것이다.
⑥ 가처분소득: 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 즉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인 가처분소득은 지난 2년 동안 1.77% 증가한 데 그쳤다. 총소득이 지난 2년 동안 7.5% 증가했지만 여러 비소비지출을 제외하면 실제 처분 가능한 소득은 크게 늘지 못한 것. 이는 박근혜 정부 때의 증가율 2.55%보다도 낮다. 겉으로 소득이 많이 증가한 것 같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증거다. 더욱이 5분위 계층을 제외한 모든 근로자외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적게는 3.4%(4분위)에서 많게는 17.5%(1분위) 줄었다.(그림6 참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근로자외가구의 소득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볼 수 있다.
겉만 그럴싸한 ‘정의롭지 못한’ 경제 성적
J노믹스 2년의 성적표는 겉만 그럴싸하고 내실은 초라했다. 큰 틀에서 소득은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목표인 소득분배 개선은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통계를 따져보면 소득 기준 최하위계층의 소득이 급감한 반면 최상위계층의 소득은 크게 늘어난 ‘불평등 성장’이었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 보조금을 투입한 이전소득도 고소득 근로자외가구에 치중돼 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 실제 각 가구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미미했다.
이 같은 소득 지표 악화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회도 평등하게 주지 못했고 과정도 공평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또한 정의롭지 않았음을 잘 보여 준다. 그 중심에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조세부담 증가 정책이 있다고 판단된다. 당분간 최저임금을 동결해도 조세부담이 늘어나는 한 실질적인 소득 증가는 어려워 보인다.
신세돈 ●1953년 출생 ●미국 UCLA 경제학과 학·석·박사 ●삼성경제연구소 금융보험실장, 국가미래연구원 이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경상대학 학장 ●저서: ‘Current Economic and Social Issues in Korea’ ‘국제경제정책론’‘외환정책론’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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