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강북 복합리조트형 워커힐의 승부수 월드타워 내세운 롯데의 배수진 현대家 내전도 관전 포인트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확률로 보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5개 기업 중 3곳이 특허권을 따낼 수 있기 때문. 10월 4일 마감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신청. 예상대로 5개 대기업이 도전장을 냈다. 롯데면세점, 신세계DF, SK네트웍스, HDC신라, 현대백화점이다. 이번 경쟁은 지난해 7월과 11월에 펼쳐졌던 1, 2차 면세점 전쟁에 이은 3차 대전으로 불린다.
지역으로 보면 4대 1 구도다. SK네트웍스를 제외한 4개 기업의 면세점 매장 후보지가 모두 강남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SK네트웍스는 이전 매장이 있던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후보지로 재신청했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필사의 각오다. 4일 오전 임직원 100여 명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 모여 사업권 탈환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관련 직원들을 새벽부터 세관으로 보내 가장 먼저 신청서를 접수시키는 선공을 과시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의 상징성을 내세운다. 월드타워가 서울, 나아가 한국의 랜드마크로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반드시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두산에 사업권을 빼앗긴 후 매장 문은 닫았으나 내부 인테리어를 보완하고 근무 직원을 순환배치하면서 재신청을 준비해왔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5개 기업 중 SK네트웍스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유일하게 강북에 기반을 둔 복합리조트형 면세점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1963년 건립된 워커힐호텔은 아차산과 한강을 품은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워커힐카지노를 비롯해 극장쇼, 컨벤션 센터, 한식당 등을 갖춰 두바이나 싱가포르의 휴양형 리조트와 견줄 만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워커힐면세점은 워커힐호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쇼핑, 레저, 엔터테인먼트, 숙박이 한번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에서 인기가 좋다는 점을 내세운다.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럭셔리 시계․보석 전문 부티크를 선보이는 한편 유커(중국인 관광객) 대상 전문서비스 인력을 집중 육성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쇼핑 전문 면세점들에 비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하면서 서울 동북지역 관광 활성화 기지 구실을 해왔다.
또한 워커힐면세점은 해외 명품 판매에 의존했던 다른 면세점들과 달리 국산 브랜드 육성에 앞장서 국산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판매했던 국산 브랜드 70여 개 중 30%는 면세업계 최초로 발굴해 입점한 제품이다. ‘쿠쿠’의 경우 워커힐 입점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며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수출판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워커힐면세점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올 연말 특허심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화권 관광객은 물론 이들을 안내하는 여행사 가이드들도 그동안 중국인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온 워커힐면세점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 계획이 덧붙여진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면세점 심사에선 지역 간 균형도 고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여의도와 용산 지역 업체들이 선정됐듯이 면세점이 없는 지역이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최근 사업자들의 실제 역량에 대해 논란이 많은 만큼 사업계획의 완성도와 해당 업체의 경쟁력이 주요 평가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특허심사 과정에서 워커힐면세점은 연간 매출 규모가 작은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쟁업체들이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계획을 내세운 반면 3000억 원대에 그쳤던 것. 하지만 지난해 특허권을 따낸 모든 업체의 올해 매출이 예년 워커힐면세점의 매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단점이 장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리노베이션 공사 과정에서 원래 면적의 30% 이상을 운영하지 못하는 형편에서도 고정적인 유커 고객들을 대상으로 3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며 “리노베이션을 통해 영업장 면적이 2배 이상 넓어진 만큼 특허권만 주어진다면 어떤 면세점보다 경쟁력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3차 대전에서는 현대가(家)의 내전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7월 1차 추가 면세점 선정 당시 탈락했던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운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 1㎞ 떨어진 곳에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연합한 HDC신라의 면세점 후보지인 아이파크타워가 위치했다는 사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5촌간이다. 매장 위치가 비슷해 둘 다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세계DF의 면세점 후보지는 서초구에 있는 센트럴시티. 면세점을 교두보로 삼아 주변 호텔, 백화점 등과 연계해 국내 최대 규모 복합생활문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운다. 쇼핑과 관광 인프라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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