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 Opinion]‘우병우 검찰’의 시대정신…뿌리를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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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15일 10시 17분


떠오르는 권력엔 진실 흐리는 거래
기우는 권력엔 날카로운 이빨로 생채기

검찰공화국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데도 그렇다. 그만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시험으로 뽑힌 정치집단이라고 여겨지는 한국 검찰은 선진 민주국가에선 도무지 찾을 수 없는 희귀한 존재다. 우리 현대사에도 시대의 징표로 등장하는 검사들이 있다. 하지만 법원의 김병로나 김홍섭, 재야법조의 조영래처럼 만인이 공감할만한 검사의 귀감은 찾기 어렵다.

검찰 스스로 찾아내 세운 분은 구한말 검사를 지냈다는 이준 열사다. 이처럼 억지로 갖다 붙인 티가 역력한 대한민국 검찰의 귀감은 현대사 속에 자리한 검찰의 누추한 역할을 반증하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

반공검사 오제도라는 이가 있다.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이승만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 뒤론 유신검사 김기춘이 있다. 유신헌법에도, 육영수 피살 사건에도, 지역감정을 자극하자는 저 유명한 초원복국집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지금의 박근혜 시대에도 그는 대통령 민정수석을 지낸 故 김영한의 비망록에 등장하며 길고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런데도 그는 중요한 사실엔 매번 “모른다”거나 민감한 발언엔 “절대 기억이 없다”면서 피해간다.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는 후기 군사정권 시대엔 공안검사 김원치와 고영주가 있었다. 그 서늘하고 음침한 ‘공안’은 과거사의 진실이 밝혀질수록 용공조작의 오명과 겹치고야 만다. 이들이 길러낸 후배 황교안이 문자메시지로 국무총리 해임 통보를 받고도 변함없이 보여주는 체제수호의 모습은 최전선에서 권력을 보위하는 공안검사의 과거를 다시 확인하게 한다. 대체 공안검사가 일베나 어버이연합을 철저히 수사한단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던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장윤석이 있고, 그 말이 무색하게 전두환과 노태우가 구속되는 상황에서 언론에 남긴 한 검사의 명언은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다”던, 바로 그 말이다.

김태정과 신승남이 등장하는 김대중 시대를 거쳐, 노무현 시대에는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그 오만한 속살을 드러낸 ‘검새’들과 한때의 ‘국민검사’ 안대희가 있었다. 그리고 이명박의 시대엔 저 유명한 BBK 사건을 통해 최재경과 김기동이 등장한다. 노무현 사건의 이인규와 우병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 박근혜의 시대엔 누가 있을까.

비록 검찰을 나온 후라지만 누가 뭐래도 다시 우병우다. 홍만표와 진경준을 훨씬 능가하는 그의 강렬한 처신은 많은 이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산골 출신의 시험 귀재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모는 수사를 진행하고,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고도 일약 청와대의 실세로 등극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시대의 징표가 또 있을까.

시험합격이 늦은 대학 선배에게도, 머리가 허연 고향의 군수에게도 반말과 호통을 서슴지 않던 그 무모한 자존심, 그 거침없는 유치함의 근원은 과연 어디일까? 재벌 부럽지 않은 처가와 코너링 잘하는 아들, 그리고 카리브해의 희한한 섬나라 사람인 처제라기보다는 검찰에서 경험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는 마약 같은 도취 아니었을까.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천하쟁패의 순간마다 칼자루를 쥔 채 등장해 떠오르는 권력에는 진실을 흐리는 거래를 통해 입지를 확고히 하고, 기우는 권력에는 날카로운 이빨로 생채기를 내던 검찰의 그 탁월한 정치 감각이 오늘날 그에게 ‘국민 비호감’의 불행을 안긴 것은 아닐까. 여론이 어떻고 국민의 시선이 어떻든 피의자 우병우는 취재기자를 노려본 후, 후배 검사 앞에 팔짱을 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이름이 붙은 ‘사단’과 ‘라인’은 과연 건재했다. 그 은밀한 치부를 다시 들키고 싶지 않았던지 검찰은 일제히 창문에 복사지를 발랐다.

우병우 치하에서 청와대 문건에 담긴 최순실을 덮느라 급급하던 검찰은, 이젠 그보다 더한 내용을 언론에 흘려가며 간보기에 여념이 없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위헌이라더니, 이젠 소환조사까지 검토한단다. 수사팀은 별게 없다는데 검찰총장은 더 찾으라 했다며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러니 눈 밝은 시민의 몫은 여전히 크다. 우병우조차 “검찰총장 권력이 검찰총장 지 거냐”고 하지 않았던가. 이젠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정수석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절대 덮지 못할 진실과 정의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우병우#검찰#최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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