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한 후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실 잠수함 충돌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도 인터넷에 떠돌았으나 음모론으로 치부됐다.
다만 자로의 경우 레이더 영상을 근거로 ‘과학적 추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자로는 “해군이 레이더 영상만 공개하면 끝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잠수함 부대를 지휘했던 해군 고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런 거짓말에 현혹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해군 내 몇 안 되는 잠수함 전문가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잠수함 충돌설이 화제다.
“말도 안 된다. 완전한 거짓말이다. 그런 수심에서는 잠수함이 다니지 않는다.” -사실 잠수함이 다니기엔 수심이 얕긴 하다.
“거기는 여객선과 상선이 수시로 다니는 곳 아닌가. 잠수함이 거길 왜 가나. 수심이 37m밖에 안 되는 곳이다.” -잠수함이 작전하려면 (수심이) 최소한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나.
“50m 이상 돼야 한다.”
-공개된 레이더 영상을 보면 수심이 일정치 않다. 37m도 있고 50m인 곳도 있더라.
“잠수함의 선체 길이가 있지 않나. 앞뒤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하고 얕은 곳은 다닐 수가 없다.”
한국 잠수함은 209급(장보고급)과 214급(손원일급)으로 나눈다. 209급은 배수톤수 1300t에 길이 56m이고, 214급은 1900t에 65m다. 세월호는 6800t에 145m다.
-잠수함이 사고 해역에서 작전을 했을 가능성은?
“전혀 안 하는 곳이다. 혹시 북한 잠수함이 나타나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미군 잠수함도 마찬가지인가.
“미군은 더하다. 그렇게 수심이 얕은 곳에 다닐 이유도 없고 다닐 수도 없다. 미군 잠수함은 길이가 100m가 넘는다.”
-레이더 항적 영상에서 세월호 뒤쪽에 나타난 물체는 뭔가. 속도가 꽤 빠른 것으로 보이는데.
“세월호가 18노트로 달렸다는데, 잠수함은 수심이 낮은 곳에서 그렇게 빠르게 기동하지 못한다. 그렇게 달릴 이유도 없고.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은 평상시 조용히 느리게 기동한다.”
-레이더 영상을 보면, 세월호 뒤쪽에 보이는 물체가 (검찰 발표대로) 컨테이너라고 하기엔 매우 크고 속도가 빠르다. 잠수함이 아니라면 뭐라 생각하나.
“그건 우리도 알 수 없다. 아마도 레이더 상에 나타난 허상을 두고 하는 얘기일지 모른다. 아니면, 주변에 지나가던 다른 선박일 수도 있고.”
-잠수함이 세월호처럼 자신보다 몇 배 덩치 큰 배를 침몰시키는 건 가능한 일인가.
“말이 안 된다. 서로 부딪쳤다면 잠수함도 침몰하거나 파손되거나 긁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내가 그때 상황을 잘 아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흔적이 남은 잠수함이 없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감춰질 수 있겠나.”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선 해군이 레이더 영상을 공개하면 진실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사고 해역 근방에 해군 레이더 기지가 없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에 공개해도 별다른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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