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 Opinion]다음 명절에는 뭘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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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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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의 TREND INSIGHT



이번 명절은 집에서 가족들과 보냈는가, 아니면 낯선 여행지로 떠났는가? 요즘 여행업계 최고 성수기는 명절이다. 원래 여름방학이 있고 휴가철인 7~8월이 최성수기지만 해외여행을 위한 공항 출국자 수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는 때가 명절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추석과 설, 두 번의 명절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추석을 좀 더 선호한다. 아무래도 계절적으로도 추운 겨울의 설보다는 날씨 좋은 가을의 추석이 여행 가기도 좋기 때문이다.

명절은 전통적 의미도 있지만 가족과 친척이 오랜만에 모인다는 의미도 크다. 하지만 명절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이가 매년 증가한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왜 사람들이 명절에 해외로 떠나는 걸까?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명절은 대개 3~4일의 연휴인데, 토요일, 일요일이 앞뒤로 끼어 있을 때 연차휴가를 1~2일 붙이면 금세 9일짜리 휴가가 만들어진다. 한국 직장인의 평균 연차휴가가 15일이다. 하지만 그중 8일 정도만 쓴다. 절반만 쓰고 나머지는 못 쓰는 거다. 그 8일도 한 번에 몰아서 쓰는 게 어렵다.

분명 잘 쉬어야 일도 잘 한다고 알려졌고, 창조와 혁신이 더 중요해진 비즈니스 환경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한 재충전이자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것은 수많은 CEO가 장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직장에서 여행을 위해 장기휴가 내는 건 꽤 눈치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찾아낸 묘수가 바로 명절 연휴. 명절을 희생해 여행을 가는 것이다. 직장 상사의 눈치는 보이지만 부모님이나 친척 눈치는 상대적으로 덜 보이는 것이다. 연간 노동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위인 한국은 여전히 노동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하위권인 국가다. 휴가에 대한 태도가 여전히 후진적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명절을 가족과 보내는 대신 여행을 떠나게 하는데 일등공신은 한국의 직장문화일지 모른다.

그리고 최근 명절에 대한 의미도 많이 퇴색됐다. 명절의 차례나 제사는 전체의 10% 남짓 되는 양반들만의 유교적 제례였다. 그것이 훗날 전 국민의 전통문화처럼 확산된 것이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기름진 음식 차려서 차례 지내고 먹고 돌아오는 관성적인 행사가 됐다. 오죽하면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돈 잘 벌어서 명절 때 해외여행 가고, 조상 덕 못 본 이들이 교통체증 시달리며 고향 가서 차례음식 마련하다 부부싸움하며 갈등 겪는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는가. 특히 2030들은 취업과 진학, 결혼, 출산 등 현실적 고민이 많은 시기지만 명절 때 만난 친척들은 이들에 대한 배려 없는 오지랖으로 충고를 늘어놓기 일쑤다. 그래서 명절을 기피하는 2030이 많기도 하다. 이렇게 명절에 흥미를 잃어가는 이가 늘어나는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10월 초가 추석일 때면 놀라운 장기 휴가를 만나게 된다. 올해가 바로 그런 해인데,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 등의 공휴일 중간에 추석이 끼었고, 앞뒤로 토, 일요일이 있다 보니 10월 2일 하루만 연차 휴가를 내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의 10일짜리 연휴가 완성된다. 상당수 기업은 이런 샌드위치 데이에 업무를 하지 않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열흘짜리 휴가를 만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올 추석은 공항 출국자 수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정적인 상태다. 이미 추석 연휴 여행을 위한 항공권 예약이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는데, 소위 얼리버드 항공권 예약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휴가가 짧을 때 동남아시아나 중국, 일본으로 여행을 많이 간다면, 휴가가 길 때는 유럽 여행을 나서는 것도 수월하다. 결국 올 추석에는 명절을 희생해 여행을 가는 이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트렌드는 사람들의 욕망의 흐름이다. 사람들에게 명절은 전통문화라는 인식보다는 휴가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건 명절에 대한 태도 변화가 좋다 나쁘다로 가늠할 문제가 아니다. 세상이 바뀌면 사람들도 바뀐다. 이미 명절은 그렇게 바뀌고 있다. 명절마다 고향에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고 여기는 관성도 점점 약해진다. 명절에 격식과 형식을 버리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을 가는 이도 많아졌다. 명절 기간 가사노동을 피해 호텔에 머무는 호텔 패키지 상품이나 독신자를 위한 여행상품도 점점 진화하고, 명절 증후군이나 명절 직후 이혼 상담 등 명절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

당신의 명절은 어떠한가? 여전히 전통적인 명절 보내기를 고수하는가, 아니면 다른 것을 얻는가?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명절은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명절의 형식과 의미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며, 저서로는 <라이프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 <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 <라이프 트렌드 2014: 그녀의 작은 사치> <완벽한 싱글>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트렌드 히치하이킹> 등이 있다.
#명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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