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기자> 오늘은 직장인들이 많이 궁금해 할 연차 이야기입니다. 입사 2년 차 직장인의 사연이에요. 입사 첫 해인 지난해에 연차 11일을 썼는데, 올해 연차를 쓰려 했더니 회사에서 지난해에 11일을 썼기 때문에 올해 쓸 수 있는 연차가 4일뿐이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안태은 노무사> 말이 됩니다.
구 기자> 왜죠?
안태은 노무사> 연차는 1년 이상 근무했을 때에 15일이 발생해요. 입사하고 1년이 안 됐을 때 휴가를 썼다면 그 15일에서 빼게 되어 있죠.
구 기자> 결국 회사 다니는 2년간 연차 15일이 생기는 거군요. 입사 첫 해에 쓴 휴가는 다음 해 것을 당겨 와서 쓴 셈이고요. 그렇다면 재직한 지 1년이 안 된 직장인에게는 연차가 아예 없나요? 신입사원에게 휴가를 쓰게 해주는 건 회사의 재량인가요?
안태은 노무사> 회사의 재량이 아니라 근로자의 당연한 법적 권리죠.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를 보면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해요. 또한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나와 있죠. 사용자가 근로자의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빼는 것이죠. 입사하고 최초 2년까지는 연차가 총 15일, 그다음 해부터는 매년 15일 이상의 연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구 기자> 그렇다면 사연을 보내신 분은 올해 휴가 4일로 버텨야 하나요?
안태은 노무사> 그다음부터는 만일 더 쉬게 되면 무급휴가가 되겠죠. 무급휴가야말로 회사의 재량이에요. 이게 권리가 되려면 취업규칙(사규) 근로계약서 노조 단체협약 등에 해당 항목이 나와 있는지 살펴야겠죠.
구 기자> 아마 많은 직장인이 달력을 넘기며 5월만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황금연휴에 휴가를 며칠만 더 쓰면 긴 휴가가 완성되잖아요. 연차는 며칠까지 붙여 쓸 수 있나요?
안태은 노무사> 원래 연차는 권리라서 아무 때나 청구할 수 있어요. 사용자가 근로자가 연차 낸 것을 변경하려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법에 나와 있거든요. 원래는 근로자가 낸 휴가 날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거죠.
구 기자> 법만 보면 15일을 연속으로 내도 되는 거네요?
안태은 노무사> 그렇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잖아요. 아마도 “퇴사 전에 남은 휴가 15개 다 쓰겠습니다” 정도는 할 수 있겠죠.
구 기자> 이번에는 다른 회사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연차가 쌓이고 밀려서 근로자들이 가진 연차가 100일이 넘는 경우도 있다던데 가능한 일인가요?
안태은 노무사> 연차가 100일이 넘는다는 건 원래대로라면 회사를 최소 7~8년 다닌 사람이겠네요. 연차를 못 썼을 때 돈으로 받을 수 있는 ‘연차 수당 발생 시효’가 3년이에요. 휴가 청구권은 2년간 쓰지 않으면 수당 청구권으로 전환되고, 이렇게 전환된 연차는 3년 안에 돈으로 받지 못하면 소멸해요. 그런데 이 경우에는 이미 연차 수당 청구권이 소멸한 상태겠죠. 아마도 해당 회사에서 예외적으로 몇 년 뒤에도 연차를 쓸 수 있다고 허가한 특수 상황일 거예요. 그러나 절대 보편적이지는 않고요. 만약 이를 토대로 법적 다툼을 벌인다면 근로자의 권리가 이미 소멸한 상태라는 건 알고 계셔야 할 거예요.
구 기자> 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연차는 왜 15일인가요? 1년은 열두 달인데….
안태은 노무사> 과거에는 연차 10일, 월차 12일 해서 총 22일의 휴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주 44시간제 근무할 때 이야기이고요. 주 40시간 근무제가 되면서 휴가도 줄어든 거거든요. 그러면서 월차 개념이 없어지고, 대신 연차가 10일에서 15일이 된 거예요. 참, 그리고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 중에 연차 15일을 다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법적으로 공휴일은 근로자의 휴일이 아니라서 이른바 ‘빨간 날’에 쉰 걸 연차를 쓴 걸로 치는 곳이 많거든요. 근로자가 쉬는 날은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뿐이죠.
구 기자> 아, 그럼 삼일절이나 개천절도 원래는 근로자가 쉬는 날이 아닌가요?
안태은 노무사> 예. 달력에는 빨간 날이지만 못 쉬어요. 심지어 설날에 쉰 것도 연차 소진으로 치는 기업이 대부분이에요. 대신 그렇게 연차를 소진하려면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간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구 기자> 제대로 연차 내고 쉬는 근로자가 많지 않겠네요.
안태은 노무사> 월차, 병가, 경조휴가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건 다 ‘약정 휴가’ 예요. ‘회사 창립기념일’처럼 원래는 근로자가 쉬는 날이 아닌데 쉬게 해주는 날을 약정 휴가라고 하죠. 현재까지는 공휴일에 쉴 수 있는 게 공무원뿐이니까, 근로기준법에 공휴일을 근로자들의 휴일로 명시하기만 하더라도 직장인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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