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부기관 공채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바를 얘기하자면, 대다수의 지원자가 ‘말을 잘하고 준비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면접 대상자 중엔 자신의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오답’을 ‘정답’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탓에 말의 내용이나 흐름에는 문제가 없는데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들거나 오히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평범해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정답’인 양 외우는 바람에 실수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이런 실수를 한 지원자에게 물어보았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스터디를 통해 멤버들이 함께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합의된 ‘정답’을 도출하다 보니 그렇다”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합의된 정답’으로는 서류와 면접전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면접의 방식이 다양하고 단계가 복잡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면접을 통과한 사람조차도 인턴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역량검증을 통해 중간에 걸러지는 상황이다.
혹시 여러분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어떤 정답을 찾고 있는가? 어느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처럼 회사는 지원자의 미래를 예측하여 그의 미래를 산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준비된 인재임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와 관련해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을 이해하고 동화하라.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을 규정해놓았다. 그러나 이를 홈페이지나 뉴스, 인터넷 조사로만 판단해서는 내게 맞는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해당 회사의 재직자를 만나거나 채용설명회에 가서 인사담당자의 얘기를 듣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행히 선배가 해당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성격이나 능력이 회사에 어울리는지 물어봐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채용설명회에라도 가서 인사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물론 질문을 통해 궁금한 점을 알아내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파악한 비전과 인재상을 통해 내가 왜 지원회사에 맞는지 그 이유를 찾아낸 다음에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임을 사례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둘째, 스펙만큼 중요한 인성을 키워라.
면접을 하면서 느끼지만 요즘 지원자들은 ‘스펙’만큼은 화려한 사람이 많다. 올인하다시피 해서 스펙을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만나 모 대기업 인사본부장은 “요즘 같으면 저는 이 회사 못 들어 왔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요즘 지원자들의 스펙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볼 것은 스펙보다 그들을 판단하는 회사의 ‘관점’이다. 그 관점의 대표적인 것이 ‘인성’이기에 이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면 인성은 어떻게 보는 걸까?
지방대학 패션디자인학과를 나온 대기업 지원자 A는 면접현장에서 면접관이 “이런 이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느냐?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예,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잡초거든요. 밟히면 일어서고 넘어져도 또 일어서서 당당히 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더 질문이 없어서 떨어진 줄 알았던 이 지원자는 며칠 후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면접관으로 들어가면, 짧은 시간 안에 지원자들의 면면을 빨리 파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첫인상과 표정, 말투, 행동을 통해 성격을 유추하고 판단의 근거를 찾게 된다. 그렇기에 평상시 ‘보이는 것’에 대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면접 대상자들은 대체로 상이한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긴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웃는 사람과 찡그린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과 힘이 없는 사람, 큰소리로 얘기하는 사람과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사람, 시선 처리를 잘 하는 사람과 눈을 못 마주치는 사람, 바른 자세로 앉은 사람과 구부정한 자세로 앉은 사람…. 이러한 지원자들에게서 면접관은 인성을 본다. 그렇기에 평소 유머, 배려, 관심 갖기, 입장 바꿔 생각하기, 긍정적으로 표현하기 등의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열심히’ 보다 ‘성과’를 내세워라.
지원자들은 누구나 ‘열심히’를 강조하지만, 정작 중요한 ‘성과’를 강조하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에 본인의 성과를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준비는 됐다고 봐도 된다. 그 다음 성과가 오롯이 자기의 노력에 의한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모 기업의 면접심사에 참여했을 때다. 지원자에게 그동안 해 온 일 중에서 대표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많은 일을 했다”였다. 그 많은 일들 중에서 대표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의 성과 기여도는 얼마나 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크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 ‘큰 기여도’가 실질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많은 일을 했다면서도 수치로 계산해본 적이 없고 그걸 기록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심히’를 외치면서 결과물이 없는 피상적 나열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물이 나만의 ‘합격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ceo@midashr.co.kr
*한국경제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다수 출연, 현재 YTN FM <당신의 전성기, 오늘>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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