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상대편과 나의 약점 및 강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11월 14일 ‘2016 타이어뱅크 KBO시상식’에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기자단 투표에 의해 MVP로 선정됐다.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면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와 안정적인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5승-11승-12승-14승을 수확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정규시즌 6승에 머물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2경기 1승, 9.1이닝 무실점)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더 많은 활약을 하며 28경기에 등판해 무려 22승을 거뒀다. 다승왕과 함께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 타이틀도 니퍼트의 차지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도 계속됐다.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 선발로 등판, 빠른 볼로 승부하다 변화구(체인지업)를 가져가는 등 타이밍을 뺏는 투구를 통해 7회 1사까지 노히트를 기록하며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8이닝 2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 완벽투!
이렇듯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투수와 타자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가 시즌 타율이 몇 할이고 왼손이나 오른손 투수 중 어느 쪽에 강하고, 어떤 타석에서 잘 치고 주루 상황이 어떨 때 어떤 경기를 치렀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미국에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야구 선수 개개인에 대한 스카우팅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 거기에서는 한 경기가 끝나면 그 경기에 출전한 투수와 선수들에 대한 경기 내용을 분석해 리포트로 만들어 놓는다. 그러면 이렇게 분석한 자료들은 어디에서 사용될까? 바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다. 구단들이 이런 분석자료를 토대로 선수들을 물색하고 연봉을 책정하고 영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단들의 이런 활동은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필자가 재직했던 현대자동차의 경우, MBTI 등의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영업직에는 어떤 스타일(성격)의 사람이 얼마만큼 성과를 냈고 어느 정도 재직했는지를 분석한다. 일반적으로는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과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영업직에 잘 어울린다고 본다. 그렇다면 회계 직무에는 어떤 사람이 어울릴까?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한 사람이 업무에 맞는다고 본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만약 어떤 직무에 어떤 사람이 어울릴지를 회사가 알고 있다면 지원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바로 올바른 자기분석을 통해 경쟁력 있는 역량을 드러내는 것, 본인이 그 직무에 맞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데이터’를 준비하는 것이다. 영업직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영업과 관련된 경험과 실적,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했을 때 영업적 기록을 제시해야 하고, 회계 직무에 지원하는 사람은 회계와 관련된 자격이나 숫자를 잘 다뤄 성과를 만들어 냈던 경험을,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사람은 본인이 학창시절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성과물(연구과제 등)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기업이나 공기업의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본 지원자 대다수는 자기를 분석한 자료를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노력했다‘거나 ‘많은 경험을 했다’ ‘뽑아만 주신다면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따위의 형이상학적인 얘기들로 자신을 포장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회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기업에서 뽑는 인재의 대표적 유형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며 오래 다닐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증명하려면 이력서와 면접에서 자신만의 데이터를 보여 줘야 한다. 여러분은 수치로 이런 것들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아마도 여기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서두에 얘기했던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어느 대기업 인재개발원 임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선발과정에서 만나는 많은 지원자를 보면 스펙이나 지식은 풍부한데 정작 중요한 자기이해나 기업, 직무에 대한 이해가 의외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그리고 지원한 회사의 비전, 비즈니스 구조, 지원 분야의 직무내용, 요구역량 등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여러분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알고 있으며 표현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숫자’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연습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숫자는 지원자를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가장 확실한 ‘채용’의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ceo@midashr.co.kr
*한국경제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다수 출연, 현재 YTN FM <당신의 전성기, 오늘>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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